양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 민주당 대선전 구도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이 바락 오바마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을 37대 19로 두 배 가까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후보군에 '잠재적 대권주자'인 앨 고어 전 부통령을 포함시킬 경우 상황이 달라졌다. 클린턴 의원을 지지한다고 대답한 37% 중 29%가 고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대답한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 이 같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심을 전하며 민주당 내에서 고어 전 부통령의 재출마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힐러리 지지층 "고어 출마하면 말 바꿀 수도"
이번 조사는 조사 대상의 규모가 작고 오차 범위가 커서 그 수치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더라도 대선주자로서의 고어의 입지를 확인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는 준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가 실시된 뉴햄프셔는 내년 1월 미국 대선 첫 프라이머리(국민참여 예비경선) 예정지로 첫 프라이머리 결과는 다른 지역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을 가진다.
여론조사 매체 <유에스에이 일렉션>의 정치 분석가 데이비드 테르 씨는 "각종 다른 여론조사에서 고어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테르 씨는 "지난 6달 간 6% 포인트 가량 지지율이 올랐고 이는 고어의 재출마를 정당화하는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어는 대략적인 후보군이 짜인 현재까지도 출마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출마 여지를 완전히 닫지도 않아,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들의 '미련'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영 월간지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 7월호에 실린 고어 인터뷰에서도 "대선 출마는 없다"고 단정한 행간에서 "아주 없지는 않다"는 뉘앙스를 감지할 수 있었다.
"미래의 언젠가 정치에 뛰어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아 왔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것 같진 않다. 여러 가지 여건이 바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여건이 바뀐다면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
7월 7일 세계 7개 도시 콘서트 기획…'세계의 스타'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고어를 '미는' 또 다른 이유는 고어라면 공화당에 뺏긴 정권을 되찾아올 승산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단 고어가 대선에 출마하는 동시에 미국 대선의 의제는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 쪽에 맞춰질 공산이 크다. 현 상황에서 최대 의제인 이라크 전쟁을 두고도 전쟁반대를 한결같이 외쳐온 고어로서 '꿀릴 것이' 없다.
이에 <패스트 컴퍼니>의 앨랜 맥거트 기자는 고어의 인터뷰 아래에 "사상 최대 브랜드 변경이 작업이 가능하다면, 고어는 기후변화부터 이라크 전쟁까지 모든 의제에 전망을 가진 인물로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중성 면에서도 고어는 클린턴과 오바마 두 주자를 능가한다. 클린턴 의원은 백악관의 안주인으로, 오바마 의원은 흑인 주자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긴 하지만 '세계적 스타'인 고어와 비교하면 소박한 수준이다.
고어는 올해 초 기후 변화의 재앙을 경고한 영화 <불편한 진실>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같은 제목의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고 열정적인 환경운동으로 노벨상 후보로도 추천됐다.
다음달 7일이면 고어에게는 다시 한 번 지명도를 극대화시킬 기회가 찾아온다. 고어가 기획한 환경 콘서트, '라이브 얼스(Live Earth)'가 요하네스버그, 런던, 뉴저지, 리오데자네이루, 상하이, 시드니, 도쿄 등 세계 7개 도시에서 동시에 열리는 것이다.
이 콘서트를 통해 기후변화 협약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할 경우 대선 주자로서의 고어의 입지도 한 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팝 스타 마돈나와 작년 그래미에서 최우수 그룹 팝 보컬상을 받은 힙합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가 부른 콘서트 주제가가 콘서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런던 웸블리 구장에서 열리는 공연에는 마돈나, 블랙 아이드 피스 외에도 레드 핫 칠리 페퍼스, 킨 등 유명 밴드들이 동참할 계획이고, 뉴저지 자이언츠 구장에서 열릴 콘서트에는 본 조비, 스매싱 펌킨스, 카니예 웨스트 등 팝가수들이 출연한다.
콘서트는 미 NBC네트워크를 통해 미 전역에 방영되며 세계 120개 네트워크와 인터넷에도 중계될 예정이다. 공연 관계자들은 전 세계 20억 이상이 이 방송을 보거나 들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7개 도시에서는 자국의 정부에 기후변화 협약 가입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이 벌어진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