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이장규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입니다. 이장규 편집국장은 1976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줄곧 경제현장을 취재해온 경제전문기자로 중앙일보 뉴욕특파원과 경제부장, 그리고 일본총국장과 편집국장을 역임했습니다. 2005년부터 올해 초까지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대표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습니다.
박인규 : 요즘 하도 에너지 전쟁, 고유가 얘기가 많아서 저희도 한 번 공부해 보려고 모셨는데, 저도 사실 국제부 기자로 있으면서 카스피해의 에너지원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얘기를 한 7,8년 전부터 썼던 기억이 나는데 우리나라 기자가 카스피해 현장을 갔다 오는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이장규 국장님이 처음이시죠?
이장규 :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사실 카스피해가 어디 있는지 중학교 때 지도책에서 본 게 다니까요.
박인규 : 우선 카스피해 하면 모르시는 분도 많을 것 같은데 카스피해가 어디 있고 실제로 다녀오신 데가 어디어딘지 소개 좀 해주시죠.
이장규 : 카스피해가 흔히 얘기하는 중앙아시아에 위치해 있고 학교에서 배웠듯이 제일 큰 호수다. 그리고 흑해라는 데 바로 오른쪽에 있는 곳.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보면 북쪽에 있고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스탄 돌림의 나라에 있는 데고. 그래서 사실 카스피해를 구체적으로 아는 사랑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박인규 : 중동지역으로 치면 동북지역이고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북쪽. 스탄이란 말이 땅이라는 말이라면서요?
이장규 : 저도 뒤늦에 알았습니다만 그렇답니다. 스탄이란 말이 터키 말로 랜드라는 뜻이라는데 실제로 터키 문명권이고 언어도 터키 사람들이 조금만 배우면 다 그 나라 말을 한다고 합니다.
박인규 : 거기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이렇게 스탄이 들어가는데 저희는 보통 석유, 에너지 그러면 중동, 사우디나 이라크 생각하는데 최근 들어서 카스피해가 에너지 자원의 숨겨진 보고다. 실제로 카스피해 지역에 있는 에너지의 매장량은 어느 정도 되는 겁니까?
이장규 : 학자들이 숫자들을 많이 얘기하는데 매년 달라요. 아마 전문가들이, 세계적인 정유회사나 학자들이 매장량을 추산하는데 석유라는 게 참 묘해서 매장량이 계속 줄어들어야 되는데 오히려 늘어나지 않습니까? 두 가지 있다고 봅니다. 매장량을 측정하는 기술이 자꾸 발달되고 있고, 실제로 캐내는 양이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석유값이 올라가니까 경제성이 자꾸 올라갈 거 아니에요? 그래서 옛날에는 개발을 안 하거나 못 하던 석유도 자꾸 개발하니까 지금 유가가 배럴 당 10불 하던 게 80불, 70불 이렇게 하면 안 캐던 석유도 자꾸 캐겠죠. 예를 들면 이란에서 1배럴 캐는 원가가 4불이라면 카스피해에서는 18불 정도라고 해요. 그럼 캐겠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유가가 60불 하니까 충분히 장사가 되는 거죠.
박인규 :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석유가 가장 많이 매장된 곳은 중동지역이라고 했었는데 중동지역과 비교하면 카스피해에 매장돼 있는 석유가 대략 어느 정도쯤 되는 겁니까?
이장규 : 그것도 정확하게 말씀드릴 순 없는데요, 사우디 아라비아의 절반이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산유국 자체로서의 카자흐스탄 같은 경우는 랭킹이 자꾸 올라가요.
박인규 : 자꾸만 뭐가 발견되는군요. 사실 중앙아시아과는 냉전 끝나기 전에는 소련의 일부 아니었습니까? 카스피해를 둘러싼 경쟁이 시장된 건 냉전이 끝나면서 여기 있는 나라들이 독립된 이후라고 해요.
이장규 : 사실은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다시 말해 중앙아시시아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은, 스탈린 시대에 억울하게 우리 한국사람들이 강제로 이주당한 곳. 그렇게 사실 별로 좋은 이미지로 각인된 게 아니죠. 그래서 별로 그렇게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는데,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석유값이 오르니까 새로운 에너지 공급소스로 관심을 끌게 됐고, 이란에서 이라크에서 석유를 제대로 사올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에너지 소스로서 좀 더 값이 비싸더라도 그래도 거기서라도 사올 수 있는 게 큰 다행이다. 그래서 관심 갖게 됐고. 또 서방에서도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좀 더 원가가 비싸지만 새로운 석유를 확보할 수 있는 근거지로 주목하게 됐고.
두 번째는 그 나라 지역들이 아시다시피 옛날 구 소련의 연방 안에 있는 공화국들이었지 않습니까? 1991년에 CIS로 독립되면서 전부 개별국가들이 자기들 국가 내셔날 아이덴티티를 찾게 된 거죠. 독립국가로서 국가단위의 개발전략을 펴고, 그러면서 소위 70년 동안의 사회주의 체제로부터 아주 과감히 탈출해서 국가발전전략을 구사하고 시장원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또 경제효율 문제를 자꾸 논의하게 되고, 또 나라별로 개방이 이뤄지면서 외국자본이 들어가고 이것이 경제개발을 가속화시키는 선순환을 시작한 것 같아요.
박인규 : 이 국장께서는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현지를 쭉 돌아보셨는데 결국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경제개발을 위해서 에너지 개발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현장을 보고 오신 건데 실제로 보고 오시니까. 듣던 거하고 갔다 오신 거하고 어떻습니까?
이장규 : 우선 그 말씀부터 드려야겠는데 왜 거길 갔는가. 아까 말씀드렸지만 저는 스스로도 카자흐스탄이 어딨는 나라인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한 3년 전 인도를 취재를 갔는데, 그때의 목적은 여러 가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목적이 이 지구상에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나라가 어디일까... 골드만삭스가 2003년에 발표했던 브릭스라는 리포트를 보면 가까운 장래에 세계 경제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4대 잠재대국 중심으로 세계질서가 완전히 재편될 거라는 보고서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런 보고서와 관계 없이 한국경제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자꾸 커지고 있고, 중국에 가서 우리가 비즈니스를 안 할 수가 없는데, 10개 기업이 나가면 한 8개 반은 다 실패한다고 해요. 또 우리가 그들과 협상할 때 칼자루를 쥐고 협상하기보다는 만날 칼날만 쥐고 협상하고.
그래서 우리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중국 아닌 다른 대체국가가 있다면 중국에 대한 협상력이 좀 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닐까 하는 제 나름대로의 가정을 가지고 인도에 갔죠. 그랬더니 실제로 인도의 잠재력에 놀랐고, 갔다 와서 나름대로 책을 하나 펴내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인도에 가서 아, 중국을 견제하거나 중국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인도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인도와 중국의 경제전쟁. 꼭 전쟁이란 표현을 안 해도, 인도와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현상을 보이고 있는 현장이 중앙아시아라는 걸 발견하게 됐습니다. 특히 에너지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전쟁이란 말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박인규 : 말하자면 중앙아시아 에너지를 중국이 갖느냐 인도가 갖느냐.
이장규 : 바로 그렇습니다. 예로 들어서, 페트로카자흐스탄이라는 좋은 석유회사가 시장에 나왔는데 그 회사를 서로 사려고 공개입찰에 들어갔는데 결국은 중국이 가져갔어요. 회사 하나에, 물론 유전이 딸려 있는 석유회사지만, 무려 42억 달러에 가져갔어요. 그때 인도가 써낸 가격이 37억 달러였습니다. 그 당시 전문가들이 소위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한 적정가격은 한 25억 달러 정도로 봤다고 해요. 인도가 37억 달러를 써냈을 때는 당연히 우리꺼다. 그러나 중국이 42억 달러를 써내고 가져가 버렸어요. 그런 사실을 놓고, 아 이거 정말 세계경제의 새로운 전장, 새로운 이머징마켓의 중심이 스탄 돌림의 중앙아시아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거길 가보기로 작정한 거죠.
그러나 가는 과정에서 어딜 가야 될지, 가서 누굴 만나야 될지 하는 걸 모르고 좀 우왕좌왕 했었는데, 두바이로 해서 아제르바이잔으로 해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돌았죠. 갔다 와서 특집을 했습니다만 대단히 미흡한 점이 많아서 다시 2차로 터키를 통해서 그루지야, 다시 또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렇게 돌았죠. 아무튼 그 지역에 대한 상식이 너무 제 자신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기업 하시는 분들까지, 정부도 마찬가지고 너무 부족했기 때문에 뒤늦게 아마 제가 쓴 책이 여러분에게 주목받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박인규 : 중국와 인도가 중앙아시아 에너지 자원을 놓고 그렇게 사활을 건 싸움을 하는 걸 보니까 굉장히 중요한 지역인 것 같다. 그래서 직접 갔아 오셨는데, 갔다 오니까 어떤 게 느껴지시던가요? 막연한 질문이지만 한 마디로 우리가 여길 너무 모른다, 그런 건가요?
이장규 : 첫 번째로 우리가 너무 몰랐다는 거하구요. 거기가 중요한 지역이 아니라면 우리가 모르는 게 중요하지 않죠. 대수로운 게 아닌데, 대단히 중요한 지역으로 부각되고 있는데도 우리가 모르고 있었다. 또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그것이 단순히 석유값이 오르고, 오르는 석유값 속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공급체라는 뜻만이 아니고, 세계경제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하나의 중심축으로서 솟아오르고 있다는 점을 느낀 것이죠.
박인규 : 세계에서 석유자원이 가장 많은 데가 중동인데, 거기는 아직까지 미국의 패권이 작용하는 데고 중앙아시아는 예전에는 말하자면 소련 치하에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의 뒷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지금 그렇다면 중앙아시아의 석유자원에 대해서 중국과 인도가 경쟁하고 있고, 또 미국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도 중앙아시아를 노린 거라는 지적도 있고.
이장규 : 글쎄요 그런 잘 모르겠어요.
박인규 : 중앙아시아의 에너지를 놓고 미로 가르듯 굉장히 치열한 싸움이 있는 것 같은데
이장규 : 물론이죠. 거기에 저는 경제학 하시는 분, 또 기업 하시는 분만 가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게 아니고, 국제정치 하는 분들, 또 군사학을 전공하시는 분들도 중앙아시아에 가보시면 정말 상당히 재미난 걸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 러시아, 중국, 이런 강대국들이 대치하고 있는 새로운 중요한 요충지가 아닌가.
박인규 : 그래서 '뉴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하셨나요?
이장규 : 그 증거 중 하나가 소위 BTC라인이라는 송유관을 보면 설명이 되는데요, 오늘 아침 조간에도 보니까 어느 신문에서 송유관 문제를 놓고 러시아가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만, 아제르바이잔의 수도인 바쿠에서 시작되는 송유관이 서북쪽으로 올라가서 그루지야 수도를 거쳐서 다시 터키 세이환이라는 지중해 항구로 빠지는 송유관이 얼마 전에 건설됐는데 1차 건설비용만 100억 달러 들었습니다. 그것이 갖는 의미는 카스피해 연안국에서 러시아 땅을 거치지 않고 서방세계로 빼내는 첫 송유관이죠. 그걸 건설하기 위해서 미국을 비롯해서 서방국가들이 굉장한 돈과 노력을 들였고 그것이 앞으로 중앙아시아지역의 에너지흐름을 뒤바꿔 놓은 중요한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BTC라인이라는 것이.. 책에서도 관외싸움이란 말을 하셨는데 BTC라인이라는 건 러시아 땅을 거치지 않은, 러시아의 영향력을 배제한 관이다. 또 최근에 인도에 계신 분들이 쓰신 글을 보면 지금까지 중앙아시아에서 나온 석유는 주로 서쪽으로 갔다. 그런데 중국과 인도에서 끼어들면서 동쪽으로 많이 올지도 모른다는 지적들을 하더라구요.
이장규 : 올지도 모른다가 아니라 이미 가고 있습니다. 왜냐면, 물론 중국도 자체에서 석유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산유국이죠. 그러나 급속한 경제성장 때문에 석유뿐 아니라 콩이든 밀이든 모든 에너지의 블랙홀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대표적인 게 석유인데 외국에서 석유를 배에 실어서 사오는 경우는 많았지만 육로로 수송해서 자원을 확보하는 경우는 카자흐스탄이 처음일 겁니다. 카자흐스탄으로 보면 동쪽 국경지대가 바로 중국이고 중국의 서쪽 끝이 카자흐스탄이란 말이죠. 그래서 이미 우르무치를 거쳐서 카자흐스탄 국경을 뚫고 들어가서 카자흐스탄 왼쪽 끝인 카스피해까지 이미 송유관이 완성됐어요. 그런 무슨 얘기겠습니까? 아주 훌륭한 엄청난 매장량을 갖고 있는 카스피해 석유를 빼서 중국으로 가져가고 있는 거죠.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페트로카자흐스탄이란 석유회사를 무려 42억 달러 주고 산 거죠.
박인규 : 그 송유관이 우리나라까지 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는데, 모르겠습니다.
말씀 듣고 보니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자원을 놓고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세계의 강대국들이 경쟁을 하고 있는데 과연 우리나라는 뭘 하고 있느냐, 그런 불안감도 좀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 기업이나 정부 차원에서 중앙아시아에 진출하려는 노력을 좀 하고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이장규 : 좀 늦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굉장히 급기치를 올리고 있는 것 같아요. 기업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카자흐스탄 얘기를 조금 전에 드렸습니다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나라가 아제르바이잔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잘 몰랐던 나라인데. 카스피해를 놓고 보면 바로 맞은편에 있는 나라죠. 그 나라는 책에도 썼습니다만 나라의 뜻이 불의 나라라는 뜻이랍니다. 어디를 파도 불이 살아왔다는...
박인규 : 워낙 석유가 많군요.
이장규 : 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배화교. 조로아스터교의 발상지가 그 나라랍니다. 아제르바이잔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우리가 사실은 몰랐고, 그동안 제가 1년 반 전에 갔을 때 대사관도 없었고 영사관도 물론 없었고 코트라도 없었고 삼성이든 엘지든 우리나라 기업의 지점도 없었습니다. 못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못했고, 그 당시에 GNP가 한 1000불 됐고. 거들떠보지 않았던 거죠. 그러나 미국은 그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라는 데에다가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고, 아제르바이잔의 대통령이 알리예프라는 사람인데 이번에 가서 인터뷰를 했습니다만, 이번에 또 서울에 왔었고, 이 양반이 아버지한테 말하자면, 물론 다 형식적으로 선거였지만 아버지 알리예프한테 세습을 받은 겁니다. 사실상. 아버지 알리예프 대통령은 사망했고. 미국이 북한 보고는 악의 축이라고 하지만 알리예프 보고 악의 축이라고 안 하잖아요.
박인규 : 독재국가지만 미국한테 필요하니까.
이장규 : 그럼요. 그래서 그걸 우리가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저도 참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만 2004년에 18%, 2005년에 25%, 2006년 작년이 35%입니다. 금년 3월 말 현재 한 40% 된다고 합니다.
박인규 : 석유 때문에
이장규 : 그렇죠. 한 나라의 성장률이 35%라는 게 상상이 안 되는 일이죠. 이번에 대통령과 인터뷰를 하면서 조작된 통계가 아니냐고 저도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대통령 얘기가, 자기도 웃으면서, 자기도 잘 믿어지지 않는데 실무자들한테 확인해 봤더니 인류가 GDP통계를 만들기 시작하면서서 최고의 기록을 자기들이 작성했다고 합니다.
박인규 : 우리도 한 10% 가까이 돼서 자랑한 적이 있었는데 상대가 안 되네요.
이장규 : 연간 35%라면 이건 아무리 작은 나라지만 국가예산 같은 것도 한 15억불 되다가 지금은 65억불 되고
박인규 : 거의 네 배 이상 됐네요.
이장규 : 드리고 싶은 얘기는 그런 아제르바이잔에 대해서, 우리도 작년에 비로소 대사관을 세웠고 대통령도 공식방문일정에 포함해서 직접 갔었고. 정부가 기업도, 기업도 최근 들어 지사 단위의 여러 가지 사람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뒤늦게나마 그런 러시를 이루고 있고. 카자흐스탄 같은 경우는 제가 1년 반 전에 갔을 땐 건설회사 한두 개 밖에는 진출한 데가 없었는데 이번에 가서 보니까 1년 사이에 50여 개의 크고 작은 국내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 땅값이 20배 30배 오르고 이런 건 베트남이나 다 비슷한 수준이고. 어쨌든 뒤늦게나마 정부든 기업이든 굉장히 그쪽 지역에 대한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거기가 에너지자원의 보고라는데 우리나라 기업이나 정부 차원에서 석유개발에 참여하는 경우는 없습니까?
이장규 : 있습니다. 석유공사 같은 데서도 이미 참여하고 있고, 지난번 대통령이 거기 카자흐스탄에 갔을 때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석유개발권을 놓고 협상을 해서 좋은 결과를 냈고. 또 기업도 크고 작은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들어가서 크고 작은 유전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물론 뭐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들어가는 거죠.
박인규 : 우리나라가 사실은 석유 한 방울 안 나면서 에너지 수입은 세계 7위인가 된다는데. 우리가 중앙아시아에서 에너지자원 공동개발 같은 걸 한다면 가장 가능성 있는 나라는 어느 나라를 꼽을 수 있을까요?
이장규 : 우린 후발주자니까요. 유전지대가 세계에 많습니다만, 아무래도 후발주자기 때문에 석유 메이저들이 덜 들어간 곳. 그런 곳에 역점을 둘 수밖에 없겠죠. 그런 지점으로는 중앙아시아 지역이 굉장히 유력하다고 보고, 중동지역에서도 예멘이나 오만... 또 꼭 중앙아시아가 아니더라도 러시아 국경지대를 따라서 에너지가 굉장히 많이 묻혀 있습니다. 동쪽에 지금 한창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캄자카 서해안지역에 있는 해저유전도 아주 저는 유력하다고 보고, 여러 가지 우리가 가능성 있는 데가 많다고 봅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가 사실 70년대에 중동에 진출해서 건설붐으로 돈을 벌어서 경제개발에 상당히 기여한 바도 있는데, 중앙아시아가 에너지자원의 보고고, 에너지자원을 팔아서 돈도 많이 벌고 있는데, 중앙아시아와 한국과의 관계에서 어떤 가능성이랄까, 우리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이 어떤 건지, 아무래도 먼저 갔다오신 분이니까 정리를 좀 해주시죠.
이장규 : 우선 첫 번째 분명한 건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21세기 새로운 이머징마켓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그 나라들이 개발전략을 쓰면서 한국을 벤치마킹하려는 노력이 아주 완연하다.
박인규 : 한국으로부터 배우고 싶어한다.
이장규 : 그럼요. 한국을 개발모델로 해서 여러 가지 국가전략을 세우겠다는 게 넘버원이고. 두 번째는 이 사람들은 지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쓰는 게 문젭니다. 그래서 돈을 쓰는데 어디다 쓰겠어요. 우선 인프라를 깔고 주택을 개량하고 빌딩 짓고 하는 거죠. 그런 차원에서 국내 건설회사들의 진출이 가장 눈에 띕니다. 에너지 진출보다도. 에너지 투자에 대한 리스크 때문에 아무래도 상당한 시간을 가지고 신중하게 투자해야 될 부분이고. 그러나 그런 리스크가 훨씬 적은 데가 건설시장인데 토목공사 같은 건 우리가 70년대에 나가서 했던 것들이 많지만 그건 너무 부가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터키한테 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좀 더 고급 차원에서의 주택 건설, 빌딩 건설, 인프라 건설, 이런 것에 국내기업들의 경쟁력이 크죠. 실제로 이미 국내 건설회사들이 아주 러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박인규 : 단순히 에너지 확보를 넘어서 그쪽의 부를 활용할 수 있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로서 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더 높아질 필요가 있겠군요.
이장규 : 그렇습니다. 그런데 꼭 그건 카스피해 국가만이 아니구요 흑해경제권까지 확대해서 생각해 볼 수가 있습니다. 최근에 우크라이나도 두 번 다녀왔습니다만,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한 블랙씨이코노믹존. 거기에 대해서도 우리가 관심을 많이 가져야 될 것 같고. 공교롭게도 쭉 보면 러시아 국경지대를 따라서 21세기의 새로운 이머징국가들이 줄줄이 탄생하고 있다. 또 그 나라들의 지도자들의 리더십에 따라서 국가발전의 양상이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국내에서 결국은 안고 있는 한계. 새로운 먹거리 일거리를 찾기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우리가 주목해야 될 진출대상국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네. 오늘 말씀은 여기서 마무리를 하고 내일 다시 에너지 문제를 비롯해서 우리 경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말씀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이장규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과 함께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갈등과 전략들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이장규 편집국장과의 말씀은 내일도 이어집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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