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전 의장을 필두로 열린우리당 전직 지도부는 '우리당 배제론'을 맹비난했다. 정동영, 문희상 전 의장도 이에 가세해 있고 탈당한 초·재선 그룹도 의견이 비슷하다. 반면 탈당파 내에서도 정대철, 문학진 그룹과 이강래, 전병헌 의원 등 백의종군파 의원들은 이 전직 당 지도부의 움직임에 대해 '도로 열린우리당이 되는 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선 불출마 선언에 따른 '김근태 효과'가 점차 옅어지면서 제3지대 신당 추진을 위한 선발대 역할이 맡겨진 열린우리당 탈당파 43명 내에서도 동상이몽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김근태 "최대 장애는 배제론"
김근태 전 의장은 이날 탈당파 의원들의 여론을 의식한 듯 "열린우리당을 통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분열이고, 명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통합의) 최대 장애는 배제론"이라며 "배제론에 기반한 소통합과 후보단일화는 필패의 길"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열린우리당은 엄연히 실체고 대통합 결의를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열린우리당을 통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분열"이라며 "김근태, 정동영, 천정배 등 특정 인사는 안 된다는 배제론에서 더 큰 배제론으로 옮겨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이어 "친노, 반노, 비노의 구분은 무의미하고,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을 계승하고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정도의 문제"라면서 "친노 대선주자들도 대통합신당 참여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문희상론 vs 정대철론
탈당파 가운데 문희상 의원과 초·재선 그룹은 '반(反) 한나라당 대통합의 전선에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모든 제정파가 합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제외한다면 그게 무슨 대통합이냐"고 말했다.
정세균 의장도 이날 "분열하거나 배제가 없는 대통합이 우리의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라며 "아직도 어느 당을 배제하겠다느니 누구는 안 된다느니 하는 것은 한강의 큰 물결을 놓아둔 채 샛강에 배를 띄워보자는 것과 같은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대철, 문학진 그룹과 백의종군파 의원들은 "열린우리당의 한계를 인식하고 막 탈당하고 나온 사람들이 바로 열린우리당도 통합의 대상이라고 나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전병헌 의원은 "최종적으로는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도 다 대통합의 대상이 되어야 하겠지만 순차적으로 시간을 둬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민주당을 먼저 끌어안고 우리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합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중도통합신당의 김한길 대표는 "'배제 없는 대통합'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열린우리당의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시도는, 대통합이라는 구호 아래 열린우리당 구하기요, 대통합의 탈을 쓰고 대통합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반(反)통합 행태"라고 흔들었다.
탈당파가 '봉합안'을 내놓더라도
이에 따라 이날 저녁 열리는 탈당파 워크숍의 결론이 주목된다. 그러나 어느 쪽 주장이든 탈당파 내부의 분열로 비치는 것을 꺼리고 있어 이날 워크숍에서는 민주당-중도신당 제안의 전면 수용, 거부 결정보다는 상호 갈등을 봉합하는 우회안이 도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해 문학진 의원은 워크숍에서 당적을 불문하고 개인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는 대통합 추진체를 구성하는 절충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당 의원들이 당적을 유지한 채 통합 협상의 테이블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자는 것.
전병헌 의원은 "민주당-중도신당과의 협상을 통해 열린우리당 배제 등에 대한 이견을 좁혀나가자"고 제안했고, 우상호 의원은 " 가능한 한 입장을 맞춰서 공동행보를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탈당파가 이러한 절충안을 마련하더라도 '열린우리당 당적을 가진 의원의 참여는 안 된다'는 것을 중도통합협상회의 제안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민주당과 중도신당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당적을 가진 인사가 통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며 "열린우리당 당적을 가진 채 협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당 대 당 합당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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