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는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의회의 승인도 얻지 않은 채 새 총리를 임명하고 비상내각을 구성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이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와 파타의 서안으로 두 동강 날 위기에 처했다.
하마스가 장악한 팔레스타인 남부 가자지구는 이스라엘군이 북부에 진입하고 연료 및 생필품 공급이 막히면서 고립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 고통 거론하면서도 '봉쇄 유지' 천명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중인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17일 압바스 총리의 비상내각이 들어선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제 '극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그의 보좌관이 전했다.
올메르트 총리는 이날 뉴욕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서안지구에 우리의 진정한 협력자가 들어선다면 우리도 그들의 협력자가 될 것이며 서안지구의 정부에 세금을 나눠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월 강경 이슬람 조직인 하마스가 총선에서 압승한 후 7억 달러 가량의 세금 수익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주는 것을 보류해 왔다.
올메르트 총리는 또 압바스의 행동은 평화를 위한 돌파구가 될 것이며 "기회의 창을 연 것"이라고 칭송했다.
미국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예루살렘에 주재하며 미국과 팔레스타인 관계를 관장하고 있는 미국 영사 제이콥 왈레스는 이날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온건파인 압바스 수반의 새 정부에 대해 경제적·외교적으로 충분한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왈레스 영사는 하마스의 가자지구 장악에 대한 대응으로 압바스 총리가 구성한 비상내각에 대해 "비록 지금은 가자지구의 사태를 정리할 능력이 없지만" 서안지구와 가자 모두의 정치적 대표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들은 하마스가 장악하고 있는 가자지구에는 경제적·외교적 봉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왈레스 영사는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후 벌어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말하면서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않기 때문에"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보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구 언론들, 압바스 조치에 '초법적 행위'
이스라엘과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압바스 수반은 17일 서안지구 라말라에 있는 자치정부 청사에서 포고령을 발표하고,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했던 살람 파야드를 총리로 임명한다고 선언했다.
압바스 수반은 또 13명의 새 내각 명단을 발표하면서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벌이는 행동을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즈> 등 주요 언론들은 압바스 수반이 의회와 이스마일 하니야 현 총리(하마스 출신)를 무시하고 비상내각을 선언한 것에 대해 '법을 무시한(bypassing)' 행위라고 표현하고 있다.
압바스 수반이 하마스의 행위를 쿠데타로 규정한 반면, 하마스는 오히려 압바스의 초법적 행위가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로이터>는 압바스가 하마스의 권력을 탈취하기 위한 계획을 오랫동안, 그리고 미국의 지원 하에 준비해 왔다는 하마스의 주장에는 일부 근거가 있는 것이라는 분석가들의 말을 전했다.
압바스의 조언자이자 미국 영사였던 에드워드 아빙톤은 미국이 압바수 수반으로 하여금 하마스를 "쫒아내고" 비상 정부를 구성하도록 부추겼다고 말했다. 그는 "압바스는 충돌을 원치 않았으나 결국 (미국에 의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에 의해 국제사회와 단절당한 가자지구의 150만 주민들은 현재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 있다.
가자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엔 구호기구 대표인 존 깅은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고통과 가난은 폭력의 씨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