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 구소련 체제를 비판하는 소설 '수용소 군도'로 노벨문학상(1970년)을 받은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인 알렉산더 솔제니친(88) 자택을 방문, '러시아의 현재와 미래' 등을 주제로 '역사의 대화'를 나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열린 국가문화공로상 시상식에서 인도주의 부문 수상자인 솔제니친을 대신해 행사에 참석한 아내 나탈리야에게 '러시아 예술가들의 최고 명예'로 꼽히는 국가공로상을 수여한 뒤 모스크바 시내 번화가에 있는 솔제니친의 집을 전격 방문한 것.
휠체어에 오른 채 대통령을 맞은 솔제니친은 푸틴 대통령의 자택 방문을 놀라워하면서 "그토록 바쁜 분이 찾아오실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감사 인사로 과거 자신을 탄압했던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 대통령과 대화를 시작했다.
솔제니친이 조국에서 추방당해 망명생활을 하던 1974년 KGB에 몸 담았던 푸틴 대통령은 지난 일을 모두 잊은 듯 "그는 과학적인 탐구와 탁월한 문학적 성과를 통해 조국에 헌신했다"며 찬사를 바쳤다.
거동이 불편해 수상식에 불참한 그는 앞서 비디오에 담은 인사말에서 "나는 생의 마지막 날까지 역사가 우리의 기억뿐 아니라 양심을 되살린다는 것을 믿는다"며 "러시아가 거쳐온 고난은 우리가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막고 우리를 파멸로부터 구원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등 강제수용소 생활을 묘사한 일련의 작품으로 1974년 추방당했다가 20년만에 조국으로 돌아온 뒤 체제붕괴 이후 러시아에 만연한 물질주의 등을 비판하며 전통적인 도덕과 가치로 되돌아 갈 것을 촉구해왔다.
한편 그는 망명 16년만인 1990년 러시아 시민권을 회복한 데 이어 4년 뒤 고국의 품에 안긴 뒤에도 러시아의 부패 등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차갑게 세웠다. 그는 1998년에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80회 생일을 맞은 그에게 러시아 최고권위의 '성 안드레이 피르보조반니사도' 훈장을 수여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러시아를 파국으로 이끈 정권이 주는 상은 받지 않겠다며 일언지하에 거부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