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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도 '언론 탓'…"여론 찢어놓는 야수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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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도 '언론 탓'…"여론 찢어놓는 야수떼"

<인디펜던트> 지목해 "신문 아닌 '의견지'" 비난도

"오늘날 언론은 떼거리로 사냥감을 찾는다. 사람과 평판을 갈가리 찢어놓는 야수와 같다."
  
  오는 27일 자리에서 물러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12일 언론을 향해 독설을 늘어놨다. 외피는 언론의 질 저하에 대한 걱정으로 쌌지만, "언론 때문에 정치 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원망이 알맹이였다. 이라크 파병을 강도 높게 비판해 온 일간 <인디펜던트>를 지목해서 "의견지"라고 비난하는 도발도 서슴지 않았다.
  
  "언론 때문에 정치인 올바른 결정 못 해"
  
  블레어 총리는 이날 런던 소재 로이터 통신사 본사에서 가진 연설에서 "언론과 정치인의 관계가 훼손됐고 이로 인해 정치인이 나라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역량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레어 총리는 1997년 취임 당시에는 80%에 육박하는 국민 지지를 얻으며 화려하게 총리 자리에 올랐지만 10년 만에 더 이상 집권할 수 없을 정도로 지지율은 낮아졌고 집권 노동당 내부의 사퇴 압력으로 초라하게 자리를 내놓게 됐다.
  
  2003년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파병에 무분별하게 동조한 것을 추락의 시작으로 꼽는 것이 일반론이지만 블레어 총리는 그 탓의 일부를 언론에 돌리고 나선 것이다.
  
  블레어 총리는 인터넷 뉴스, 블로그, 24시간 텔레비전 뉴스 채널 등 매체 경쟁이 심해지면서 "매체는 충격적인 뉴스로 내몰렸다"며 "이것이 언론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대중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규탄했다.
  
  블레어 총리는 특히 좌파지인 <인디펜던트>지를 지목해 "사실 보도보다 자신들의 관점을 주장하는 '의견 신문(viewspaper)'이 됐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독자로 하여금 사실과 의견을 혼동케 한다"는 것이었다.
  
  언론 플레이에 능한 홍보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았던 블레어 총리는 "집권 초기에 적대적인 보수 언론을 구애하고, 달래고, 설득하려 했던 노동당의 노력이 이런 문제점들을 키웠을 수도 있다"고 인정하며 총리 직을 떠나는 입장이기 때문에 "많은 망설임 끝에" 쓰레기 거리가 될 것을 각오하고 언론에 정면 도전하는 이 연설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으로 떨어진 인기도 언론 때문?
  
  블레어 총리의 '언론 탓'은 영국 언론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레어 총리는 <가디언>을 비롯한 진보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총리에 올랐고 오히려 "언론과 정권과의 밀월기간이 유례없이 길었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막판 실정의 책임을 언론에 미루고 나온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반발의 요지다.
  
  발행부수 1위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의 편집간부 트레버 카바나흐는 "블레어와 블레어 정부는 최근 몇 년 간 어떤 지도자보다 가장 우호적인 언론의 보도 혜택을 입었다"며 "이 우호적인 보도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탓이 아니라 이라크전에 대한 블레어의 잘못 때문에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블레어 총리가 <인디펜던트>를 지목한 것은 "비겁하다"는 비난마저 사고 있다. 영국 언론계에서 선정적인 보도 행태를 보이기로는 <더 타임스> 등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미디어 그룹을 따를 매체가 없는데, 이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정권에 비판적인 <인디펜던트>만을 문제 삼고 나왔기 때문이다.
  
  주간 <옵서버>의 로저 알톤 국장은 영국 언론의 선정성에 대한 블레어의 지적이 "정확한 구석이 있다"면서도 "<인디펜던트>에 대한 공격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스카이 뉴스> 아담 볼턴 정치부장 역시 "<인디펜던트>를 특정해 비난한 것은 솔직하지 못한 처사"라며 "정작 블레어가 울분을 토로해야 할 <더 타임스>같은 루퍼트 머독의 뉴스 회사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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