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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왜 '핵전쟁' 경고하다 갑자기 '협력'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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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왜 '핵전쟁' 경고하다 갑자기 '협력' 제안?

"공동 MD 기지 설치하자"…얼떨떨한 부시

체코와 폴란드에 미사일방어(MD) 기지를 설치하려는 미국의 계획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의 갈등에 새 전기가 마련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란 접경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에 양국간 공동기지를 설치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제안을 받은 미국 측은 일단 러시아의 협력 의사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듯 하지만 물밑에서는 러시아의 '본심'을 알아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부시 "매우 흥미로운 제안"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열린 선진8개국(G8) 정상회의에 앞서 부시 대통령과 가진 별도 회동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유럽 전역을 커버하는 미사일 방어망을 개발하기 위해선 이란과 접경하는 아제르바이잔 레이더 기지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소련 시절 설치된 레이더 기지인 가발라 레이더 기지의 공동사용을 '제3의 카드'로 전격 제안했다.
  
  푸틴은 중앙아시아 지역인 아제르바이잔에 공동 레이더기지를 설치하면 실제 요격이 이뤄져 미사일 파편이 떨어질 경우 육지가 아니라 해상에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은 또 "그렇게 하면 유럽 일부뿐만 아니라 예외없이 유럽 전역을 커버하는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고 러시아가 유럽을 향해 동부 국경지대에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미사일 방어 구축과 관련해 러시아와 투명하게 협력한다는 조건이라면 우리로서도 이의가 없다"면서 "미국이 배치할 MD 시스템에 양국의 공평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명한 협력과 공평한 접근권을 전제로 MD 협력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매우 흥미있는 제안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모든 것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겠으며 우리 전문가들에게 검토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러 양국은 조만간 양국간 전문가 실무회담를 개최키로 한 데 이어 내달 1,2일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 산장에서 개최될 양국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키로 했다.
  
  미국 측의 최대 관심사는 전날까지만 해도 "동유럽 MD 기지 설치는 핵전쟁을 유발할 것"이라며 강한 경고를 보냈던 푸틴 대통령이 돌연 공동기지를 제안한 속셈에 있는 듯 하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공동 레이더 기지만 언급한 만큼, 폴란드에 계획하고 있는 MD 요격시스템 설치에 대해서도 동의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갖고 있는 동유럽 MD 구상 중 체코 레이더 기지에는 적극 협력 의사를 밝혀 미국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한 다음 폴란드 요격 시스템에는 반대를 해 전체 계획을 어그러지게 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추정이 난무하는 가운데 일단 G8 공동의제보다 더 큰 난제로 관심을 모았던 미·러간 MD 갈등은 이렇게 일단락됐다. 그러나 허를 찔린 미국 측이 얼떨결에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에 불과한 만큼, 러시아의 진의를 파악한 미국 측이 대응에 나서는 순간 제 2라운드는 곧바로 개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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