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라크 의회, '꼭두각시 친미 정부'에 제동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라크 의회, '꼭두각시 친미 정부'에 제동

"미군주둔 연장 요청 시 의회 승인 필요"

이라크 의회가 정부의 미국 추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부가 유엔에 미·영 동맹군의 주둔 연장을 요청할 때는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시킨 것이다. 특히 이번 법안 통과는 시아파 정파가 발의한 법안에 수니파 정파가 힘을 보탠 첫 사례라는 점에서 해묵은 종파 갈등 역사에 새 분기점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무크타다, 정치 전면에…'통합 구심점' 되나

강경 반미 시아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 세력에 속한 정파가 발의한 이번 법안은 6일 표결 결과 전체의원 275명 중 144명이 표결에 참여, 찬성 85표 대 반대 59표로 통과됐다.

의회 내 알 사드르 추종세력이 차지하고 있는 의석은 30석 정도로 여기에 수니파 정파와 현 집권세력과 무관한 비주류 시아파 세력이 합류해 법안 통과를 성사시킨 것이다. 반면 집권 시아파 정파는 이 법안에 다른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고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 정치전면에 선 무크타다 알 사드르. 그는 지난 4월 성명서 한 장으로 수십만 명 규모의 반미 시위를 이끌어 내 이라크 내 영향력을 과시한 바 있다. ⓒ로이터=뉴시스

이미 작년 11월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유엔 안정보장이사회에 이라크 내 외국군대 주둔 기간 1년 연장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미·영 동맹군의 주둔 기간이 올해 말까지 보장돼 있는 만큼 이 법안이 즉시 효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일단 의회가 미국의 '꼭두각시' 정권과 다름없는 현 정권의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실제적인 장치를 만들어 냈다는 점 자체가 새로운 변화로 여겨진다. 의회 내 반대파가 실제로 표 집결로 합법적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현 정권의 친미 정책에 부담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 동안 활동을 중단했던 시아파 실력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정치 전면에 섰다는 점도 혼돈에 빠진 이라크 정치 상황에 새로운 기점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현재 이라크 주변에서는 무크타다가 미군 철수를 목적으로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통합을 도모하고 있으며, 이번 법안 통과에 수니파 정파가 협력을 한 것은 반미 구호 아래 이 같은 노력이 호소력을 얻고 있음을 나타내는 징표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라크 난민, 석 달 새 20만 명 늘어

무크타다 진영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이라크 상황이 앉아서 볼 수만은 없을 정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사실 무크타다는 지난 2월 미군이 '바그다드 안정화 작전'을 시작하자 무개입을 선언하며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메흐디 민병대에 활동 중지령을 내렸다. 이는 자기 세력이 미군과의 충돌로 희생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의도였지만 미군 측에서는 무언의 '협력'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안정화 작전이 시작된 지 석 달이 넘도록 바그다드 치안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측근들이 연이어 의문사하자 다시 반미세력의 선봉에 선 것이다.

미군의 치안 확보 실패는 유혈충돌을 피해 거주지를 옮기는 난민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이 6일 새로이 발표한 이라크 난민 집계는 420만 명 규모였다. 아예 이라크를 떠난 인구가 220만 명이었고 이라크 내에서 살던 곳을 옮긴 인구가 200만 명이었다.

해외 난민 200만 명, 국내 난민 180만 명으로 추정됐던 3월 통계와 비교했을 때 불과 석 달 만에 무려 40만 명이 더 빠져나간 것이다.

한 달에 3만 명가량이 빠져나가는 시리아에는 이미 이라크 난민 140만 명이 캠프를 꾸리고 있고 요르단 내 이라크 난민 규모도 75만 명에 달한다. 난민 처리에 골치를 앓는 이라크 주변 국가들은 국경 검문을 강화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는 아예 전기 펜스 등을 세워 난민 유입을 봉쇄하고 있다.

이라크 내 난민들의 처지도 비참하기는 마찬가지다. UNHCR에 따르면 이라크 18개 자치주 중 절반 이상이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검문소에서 다른 주에서 들어오는 난민들을 막고 생필품 구호 등록도 받아주지 않고 있다. 일자리도, 살 곳도 없는 난민들이 구호 프로그램의 혜택마저 받지 못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미군 주둔만이 이라크 민주화를 이끌 수 있다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환상은 여전한 듯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 앞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주의가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확신을 이라크 사람들에게 주기 위해 미군이 주둔할 수 있다"며 주한미군 모델을 차용한 이라크 장기 주둔 구상을 재확인했고, 라이언 크로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는 역시 미국 공영 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전쟁 종결은 가시권에 있지 않다"며 이라크에서 물러날 계획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