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부시 대통령이 지구 온난화 문제에 관심을 보인 것 자체는 '전향적'으로 받아들졌으나 실제적으로는 이미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논의돼 온 대책들을 전면 부정하면서 논의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려는 의도가 더 강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부시의 꿍심은 G8의 분열?
유럽연합 의장국인 독일의 앙헬라 메르켈 총리는 1일 대변인을 통해 "온난화 관련 문제는 유엔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부시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비타협적 자세를 보였던 데에 비해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표면적으로는 환영 의사를 보였지만, "4일부터 열릴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타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려가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스타브로스 디마스 유럽 환경위원회 위원장 역시 "부시 대통령의 제안은 그 개념이 모호하고 과거 미국의 태도와 다를 게 없는 제안"이라고 폄하 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 중국 등을 포함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15개 국가가 모여 장기 계획을 논의할 것을 제안하면서도, 정작 유럽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내놓은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변화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그대로였다. (관련기사: 부시가 임기말에 온난화 걱정하는 '꿍심'은…)
이에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환경부 장관은 "부시의 제안으로 미국이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라면 혼란 유발을 목적으로 한 책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계했다.
G8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시 대통령의 제안은 논의를 교란시키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온난화 전도사'인 앨 고어 전 부통령 역시 "(부시의 제안은) 순전히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온실가스 노력들을 지연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캐나다, 영국, 일본…약속한 듯 "부시 따르자"
부시 대통령은 특히 메르켈 총리의 "지표면 온도 상승을 섭씨 2도씨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절반으로 감축토록 하자"는 제안이 G8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으로 채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른 종류의 제안을 내놓았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 있어, G8 회의에서 성명이 채택되고 독일이 주도하는 온실가스 감축 전략이 힘을 받는 상황은 '최악의 경우'이기 때문이다.
협상의 틀 자체를 다시 짜자고 제안한 것은 오는 12월부터 유엔 차원에서 시작되는 기후 변화 협상을 방해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의 의도가 지구 온난화에 맞서는 G8 국가 대오를 균열시키는 데 있었다면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회의는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제안을 기준으로 G8 정상들의 의견이 양분된 것이다.
독일과 유럽연합이 명시적 반대를 밝힌 반면,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 정상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부시 대통령의 제안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에 취임 직후부터 교토의정서를 탈퇴해 온난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전 지구적 노력을 무력화 시켰던 부시 대통령이, 또 한 번 '페인트 모션'으로 방해공작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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