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구상하는 시민사회세력과의 제3지대 신당 창당 시나리오는 순항할까? 역으로 '통합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미래구상)'의 창당 프로그램은 '비판적 지지'의 재탕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6월초 창당 선언'-'7월 중 신당 창당'이라는 양측의 시간표가 맞아떨어지면서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정세균 "작은 차이는 극복 가능"
오는 10일 께 일부 의원을 선도 탈당시켜서라도 미래구상의 신당 프로그램과 접합시키고자 하는 정세균 의장의 의지는 절박하다. 시민사회진영이 먼저 신당의 판을 만들면 적극적으로 합류하겠다는 것이다.
정 의장은 1일 미래구상의 독자세력화 방침에 대해 "통합 대상들 간의 생각이 똑같을 수는 없으나 대통합이라고 하는 큰 대의에만 동의한다면 여러 가지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피력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열린우리당은 스스로를 불태우고 환골탈태해 민주개혁진영의 역량을 강화하는 대통합을 6월 중 이루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날 보도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월 10일께 열린우리당 바깥 제2지대에서 신당 창당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당 창당 선언에는 열린우리당 의원 20여 명 안팎과 시민사회세력, 민주당 통합세력 일부가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정 의장은 회의에서 "만약 모든 통합대상이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 바로 내일 통합하지 않겠느냐"며 "통합대상들 모두가 함께 만나서 지혜를 모은다면 작은 차이는 극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열 "6월 말부터는 정치인 합류 가능"
그러나 오는 7일 께 창당선언을 예정하고 있는 미래구상은 당장 정치권 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엔 마뜩치 않은 기색이다.
최열 미래구상 공동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먼저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확실한 정체성을 가진 신당을 창당한 후 거기에 동의하는 기존 정치권 인사가 참여하는 형식으로 가야지, 신당을 만들기 전에 같이 출발하는 것은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현재의 제도권 정당은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신당 창당은 당대당 통합이 아니라 우리 정책에 동의하는 인사들을 합류시키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그러나 "현실 정치에 몸 담은 정치인 없이 시민사회세력으로만 정치세력화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정치인 가운데 개혁적인 분들이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기존 정치인들의 합류를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6월 10일을 전후해서 창당 제안을 하고 각계인사들이 참여하고 발기인대회 때는 정치인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구상은 6월 말 발기인 대회를 거쳐 7월 중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대표는 한편 그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의 신당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현재 상태에서 신당 창당 제안자로 참여하는 건 어렵다"면서 "그러나 '희망을 주는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결심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느낌은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 사장은 모든 사람이 다 나오는 경선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경선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으니, 신뢰받는 사람으로 좁혀진 이후에 참여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정체성 논란, '비판적 지지' 재탕 우려
이에 따라 미래구상이 7일 께 창당을 제안한 뒤에는 기존 정치권과의 접촉면이 자연스럽게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열린우리당 외에 범여권 대다수 정파가 시민사회진영의 외피를 얻고자 하는 노림수도 동일해 이 과정에서 기존 정치인들의 합류를 점쳐볼 수 있다.
물론 신당 창당이 수순밟기에 돌입한 시점임에도 기존 정치권과 미래구상이 궁극적으로 한 배를 탈지, 각개약진할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정치권 내 대통합 세력과 미래구상의 접합을 시도하는 과정에선 적지 않은 난항이 불가피하다.
한미 FTA를 중심으로 한 '정체성 문제'가 당장 걸림돌이다. 범여권에선 소수 세력과 일부 대선주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미 FTA에 대한 찬성론을 피력해 온 반면 미래구상 일각에선 한미 FTA 전선을 중심으로 피아를 구별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있다.
또한 창당 경험이나 선거 실무 등이 부족한 시민사회진영으로서는 지난 87년 대선에와 같은 '비판적 지지'의 재탕이 될 위험도 상존한다. 게다가 대선후보는 아무래도 기존 정치권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정치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존 정치권이 '백의종군' 형식으로 들어가 급속하게 신당을 접수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내부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빚고 있는 미래구상의 내부 사정을 감안하면 이같은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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