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 내 미군을 장기주둔 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보였다. 비등한 철군 여론을 무시하고 이라크 내 미군 병력을 증강했던 부시 대통령이 이번에는 '주한미군 모델'까지 거론하며 주둔 장기화를 예고한 것이다.
일선 전투업무는 물려주고 정세간섭은 계속?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30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에 파견된 미군이 궁극적으로 주한 미군과 같은 형태로 현지에 주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노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군에 치안권을 넘겨줄 것임을 거듭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라크군을 정비해 일선 전투임무는 맡기 돼 주요 작전권 등은 미군이 계속 갖고 이라크 정세에 간섭은 계속하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스노 대변인은 "한국 모델은 미국이 안보유지 역할을 하는 경우 가운데 하나"라며 "한국은 장기간에 걸쳐 성공적인 민주주의 발전을 이룩했으며 미국은 안정 유지세력으로 머물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이 주둔 장기화 계획을 밝히고 나선 것은 지난 24일 의회에서 1000억 달러 규모의 전쟁비용법안이 통과되면서 철군 계획을 둘러싼 의회와의 '샅바싸움'에서 정치적 승리를 거둔 만큼 그 여세를 몰아 여론에 비등한 철군 요구를 완전히 묵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5월 한 달 이라크 내 미군 사망자가 2년 반 만에 최대 규모인 116명으로 집계되면서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에 대한 미국 내 불신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지만 부시 대통령은 노선 고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스노 대변인은 '이라크에 영구주둔 하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뜻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한 지 반 세기를 넘어섰다'는 지적에는 "테러와의 전쟁은 장기전이 될 것"이란 우회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스노 대변인은 "이라크 미군이 현지 정부의 요청에 의해 파견된 것이고 이라크 정부가 미군의 철수를 원한다면 그곳에 영구히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이라크 정부가 친미인사들로 구성된 점을 감안하면 결국 철군 계획이 없다는 말이다.
백악관의 발표로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 등을 통해 "백악관이 대선을 앞두고 이라크 내 미군 감축을 검토 중"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한층 높아진 철군 기대감은 단 숨에 꺾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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