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프라테스 강을 따라 넓게 펼쳐진 평야 지대인 디와니야는 관개시설이 잘 갖추어져 쌀 작황이 좋기로 유명한 도시였다. 오히려 고온다습한 기후로 아편을 재배하기는 걸맞지 않은 환경에서 쌀농사를 접고 양귀비를 키우는 농가가 늘어나는 것은 아편이 환금성이 좋기 때문이다.
미군의 치안 확보에 실패했고 종파 간 혹은 종파 내 분쟁으로 혼돈에 빠진 상황에서 일반 농작물을 재배해선 돈으로 바꾸기가 어려워지자 무장 세력이나 테러단체를 통해 매매가 가능한 아편 재배가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미군이 휩쓸고 간 자리에 치안이 무너지고 밥벌이를 위해 농가는 아편을 키우고 그 아편은 무장 세력의 돈줄이 되는 악순환은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아편의 90% 이상을 공급한다는 아프가니스탄의 상황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치안 혼란 틈타 '쌀 농사'가 '아편 농사'로
디와니야 지역을 다녀온 학생들과 바스라 지역의 마약 판매상을 통해 아편 재배 현황을 확인한 <인디펜던트>는 23일 아직 그 재배 면적이나 수준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라크 정부에 아편 재배 확산을 통제할 만한 여력이 없다는 데 있다. 시아파 내에서도 이라크 정부 주도 세력과 경쟁 관계에 있는 세력들이 디와니야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이 도시 내에선 지역 시아파 민병대와 경찰, 이라크 정부군과 미군 간의 유혈 충돌이 잇따라 기자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원래 이라크는 아편 재배보다는 마약 밀수의 중개지로 활용돼 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입해 온 아편을 이란을 거쳐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내 부국으로 되파는 지점에 불과했던 이라크에서 시작된 아편 재배는 지역 제세력들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디와니아를 비롯해 바스라, 나시리야, 쿠트 등 시아파가 장악한 남부 도시들에서는 근래 들어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반미주의 시아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메흐디 민병대와 최대 시아파 정당인 바드르 여단이 아편이 생산되는 농가와 판매 창구를 장악하기 위해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2001년 미군 침공으로 탈레반이 붕괴된 직후 혼란을 틈타 마약 생산자, 밀매업자들이 활개를 쳐 온 아프가니스탄과 유사하다. 급기야 아프가니스탄은 아편생산이 국내 총생산의 3분의 1이나 차지하는 '아편 왕국'으로 발전했다.
아프간을 장악하고 있을 때 아편 생산과 판매를 강력하게 통제했던 탈레반 세력은 이제는 아편 판매 대금을 조직 재건의 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군이나 나토군은 아편 농장을 짓밟는 데 혈안이 된 반면, 탈레반은 농가를 보호하면서 최근에는 아프간 민심까지 탈레반 쪽으로 쏠려가는 분위기다.
이라크 역시 바스라와 인근 남부 지역을 통제해 온 영국군의 영향력이 느슨한 상태고 영국군마저 올해 말에는 이라크 정부군에 통제권을 넘기고 곧 철군 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인 만큼 그 혼란을 틈타 아편 재배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됐다.
<인디펜던트>는 아프가니스탄의 전례를 따라 돈을 벌 수 있다고 확신하는 범죄조직들이 쌀보다 아편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한 배고픈 이라크 농민들은 쌀을 포기하고 양귀비에 손을 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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