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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에 오른 금융위, 어디로 가야할까?

[토론회]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본 금융감독체계 개편

차기 정부의 주요 과제로 떠오른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지난해 피해자 10만8999명에 피해액 1조3703억을 낳은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한 후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이는 대선 정국에서도 화두가 됐다. 관치금융 철폐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금융민주화'가 주요 대선 후보의 공약이 됐다. 금융감독의 전권을 가진 금융위원회를 해체하자는 주장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3시 한국금융연구센터 주최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본 금융감독체계 개편'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경제계 인사들이 참여해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 원승연 명지대 교수가 참석해 주요 대선 후보들의 금융정책에 대해 발언할지 관심이 쏠렸다. 세 사람 모두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 지난10월 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이전 기념식에서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기념사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기구의 독점성 타파 시급…"쌍봉형체계 도입해야"

축사를 맡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흐름에 대해 반대 입장이 분명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독립적인 금융행정기구인 금융위원회가 있어 좀 더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며 금융위 해체론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금융행정기능을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위기 대응에 가장 이상적"이라며 "나라를 지키고 금융시장·산업 체계를 제대로 정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금융행정체계 개편)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승연 명지대 교수는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해 금융위를 사실상 해체하고 독립된 금융감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원 교수는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측 정책네트워크 '내일' 경제민주화포럼에 속해있다. 실제로 그의 주장은 안 후보가 지난 4일 발표한 금융감독체계 개편 공약과 일맥상통한다.

원 교수는 금융·감독 정책의 비분리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상충 금융업계와의 유착 관계를 현행 금융감독체계의 문제로 꼽았다.

원 교수는 "'관치금융을 어떻게 탈피할 것이냐'가 우리나라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과제"라고 말했다. 원 교수는 "금융정책이 감독정책보다 너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며 신용카드 대란 사태와 저축은행 사태를 예로 들었다.

원 교수는 "신용카드 사태의 경우 내수진작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신용카드를 활성화하는 상당한 정책들이 1998에서 2001년 사이에 나왔다"며 "2002년에 감독정책을 시행했을 땐 늦었고 그 이전엔 감독정책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사태 역시 "저축은행에 소액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했는데 문제가 되니까 부실화된 저축은행의 수익성을 완화하려고 여신규제를 완화"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원 교수는 비판했다.

원 교수는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은 분리돼야 한다"며 금융회사의 건전성감독과 소비자보호기능을 분리하는 '쌍봉형(Twin Peaks)' 체계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을 전담할 금융감독원(금감원)을 금융건전성감독원(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과 금융시장감독원(시장 규제, 금융 소비자 보호)으로 분리하겠다는 안 후보의 공약과 방향이 같다.

당시 안 후보는 금융위의 정책기능을 기획재정부(기재부)로, 금융감독 업무를 금감원으로 이양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한 금융감독 유관 기관(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를 신설해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기구, 한국은행을 총괄하겠다고 밝혔으나 관치금융을 강화한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독립성 있는 감독기구 신설에는 동의…"안철수 모델은 박정희 시절 재무부 모델"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독립성 있는 감독기구는 신설해야 하지만 안철수식 모델은 박정희 시절 재무부 모델과 같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책에 의해서 감독이 왜곡되는 현상만큼은 방지해야겠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은 분리돼야 한다는 방향이다. 기존 감독체계에서 소비자보호기구는 독립적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지금의 기재부에 정책기능을 보내면 김대중 시절의 재경원(전 재정경제원) 모델이 나오는데 그것은 부정적이라고 본다"며 금융위의 정책기능을 기재부로 이양한다는 안 후보의 정책에는 에둘러 반대했다.

이어 김 의원은 "안철수식 모델은 박정희 시절 재무부 모델"이라며 "예산기능과 세제기능이 부처상에 분리되는 것이 타당하냐는 문제도 있다. 예산을 짤 때는 당연히 세입세출을 보게 돼 있지 않으냐"고 밝혔다.

"이해관계자의 방해 차단 없이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불가"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금융정책·감독의 분리에 적극 동의하며 더 나아가 금융감독기구도 이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박 후보의 정책 방향과는 무관하다는 전제로 "금감원체계 개편을 논의할 때 이해관계자들의 방해를 차단하지 않는다면 백날 해봐야 소용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아직 금융체계개편 관련 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 최고위원은 "저축은행 사태도 온 나라를 공분의 도가니로 몰아갔는데 그 사태가 발발한 지 1년간 금융개혁방안 하나 발표되지 못했다"며 "모피아의 방해"를 지적했다. 금융관료의 권력이 너무 막강해 사전에 소비자보호를 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피해자가 양산된 후에도 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

▲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 발발후 금융당국이 문제 없다고 장담하는 우리저축은행 앞에서, 예금을 찾지 못해 불안에 가득찬 고객이 눈물짓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기구를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한 발언도 이어졌다. 이 최고위원은 "정책기능을 기재부에 보내는 것은 금융위의 권한을 더 강하게 한다"며 "금융감독은 당연히 경쟁 형태로 가야 한다. 감독전권을 가진 금감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교차확인이 가능하도록 경쟁형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최고위원은 "상당한 수준의 정보공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소비자나 NGO(비정부기구)에 특별감독청구권을 준다든지(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시했다

한편 이 최고위원은 엔론 사태를 예로 들어 금융 관련 범죄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론 사태란 세계 최대 석유재벌 엔론사(社)의 회계부정이 발각돼, 15억 달러를 분식회계 한 최고 경영자(CEO) 제프리 스킬링에게 24년 4개월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을 이른다.

이 최고위원은 "우리나라는 저축은행 사태로 도대체 누가 어떤 처벌을 받았느냐"고 비판했다.

금융체계 개편, 복잡한 이유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를 합쳐 금융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로써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총괄하게 됐다.

금융위가 금융감독을 전담하며 금융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관치금융 현상이 심화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금융위 위원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출신 관료들에 의해 독점되는 현상이 그 예다. 현재 금융위원회 위원은 총 9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전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 인사 수는 6명이다. 현 정권하에서 금융위원회 상임 직에 재직한 14명 중 10명이 재정경제부 출신이다.

이로써 금융감독의 3대 원칙인 독립성, 전문성, 책임성이 저해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편 금감원과 금융위의 불편한 동거 관계도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2008년 금융기구 조직개편 이후 금감원이 금융위의 하부조직처럼 기능하게 됐다.

금감원은 민간조직이고 금융위는 공무원 조직이기 때문에 하나로 통합하기도 어려워 두 조직 간 불편한 관계가 지속했다. 지난 9월 금융위가 서울 여의도 금감원 청사에서 광화문 프레스센터로 이사한 이유가 금감원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였다는 해석도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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