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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꼭두각시' 용역업체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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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꼭두각시' 용역업체 쓰는 이유?

용역업체만 22개… 청소·경비 노동자들 "직접 고용해라"

서울대가 약 400명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22개 용역업체로 잘게 쪼개 간접고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시내 다른 대학들이 많아야 5개 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대의 사례는 이례적이다.

특히 이들 용역업체는 표준계약서상 월 '0월'의 이윤을 얻거나, 심지어 월 15만 원 상당의 적자를 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가 청소·경비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용역업체 이름만을 빌려, 간접고용의 형식만을 갖추어 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6일 서울대 총학생회와 관악노동인권네트워크는 지난 9월 시행한 서울대 청소·경비 노동자 인권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총 20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시행했고, 이 중 5명의 노동자를 선정해 심층 면접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서울대는 현재 단과대별 공개입찰을 통해 22개의 청소·경비 용역업체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있다. 2001년에는 2개에 불과했던 용역업체가 2003년 6개, 2006년 15개, 2007년 20개로 급격히 증가했다.

간접고용을 하는 사업체에서 용역업체의 개수를 늘리는 것은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책으로 주로 사용된다. 서울대 총학생회 소속 이하나 씨는 "2001년 청소·경비 노동조합이 설립되자 학교가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용역업체를 늘려나갔다"고 말했다.

이 씨는 "용역업체 개수가 늘어남으로써 단과대마다 임금, 4대 보험 적용 여부 등 노동조건에 차이가 생겼다"며 "이에 따라 노동자들 사이에 친밀감이 낮아지고, 노조의 교섭력이 약해지는 결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 학교 건물을 청소하고 있는 노동자 모습.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서울대, 용역업체 명의만 빌려 사실상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게다가 일부 업체들은 서울대와 용역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월 0원의 이윤을 얻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악주민연대 공동대표 남우근 노무사는 이날 <프레시안>에 서울대 자연대, 인문대, 대학본부가 올해 용역회사들과 체결한 청소·경비 표준계약서를 공개했다. 계약서를 보면, 각 대학이 용역업체에 지급한 용역료와 업체가 산출한 용역비가 정확히 일치한다. 다시 말해 이 업체들이 서울대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0원'이라는 얘기다.

남 공동대표는 "자연대, 인문대, 대학본부 외에도 중앙도서관, 농생대, 수의과대학, 시설관리국, 행정대학원 등과 용역계약을 체결한 업체들도 올해 '0원'을 벌었다"며 "이는 용역업체들이 실제로 청소·경비 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서울대가 간접고용 형식을 갖출 수 있도록 업체 명의를 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 공동대표는 "설문·면접 조사 결과, 용역회사가 아닌 서울대가 직접 인사권한을 행사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며 "정년이 돼서 사람이 나가면, 그 빈자리를 용역회사가 아닌 각 단과대 행정실 직원이 자신의 인맥을 통해 사람을 뽑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서울대가 실질적인 사용자임을 인정하고,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장 직접고용이 어렵더라도 원청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며, 악질적인 용역업체를 우선 퇴출해야 한다"며 "서울대는 교육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모범적 사용자'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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