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자이툰 부대가 주둔해 있는 아르빌 인근에서 4일만에 또 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50명이 사망했다. 그간 안전지대로 꼽혀 왔던 쿠루드족 거주 지역이 분쟁과 혼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양상이다. 자이툰 부대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라크 경찰은 13일(현지시간) 쿠르드족 자치지역 수도인 아르빌에서 남쪽으로 50㎞ 떨어진 마크무르에서 트럭을 이용한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해 지역 경찰서장을 포함해 최소 50명이 숨지고 11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에는 쿠르드족 출신의 유명한 작가이자 마크무르의 시장인 압둘 라만 데라프와, 쿠르드 자치정부 보건장관인 지르얀 오트만도 포함되어 있다.
쿠르드족 유명 작가도 부상
경찰은 폭발물을 실은 트럭이 마크무르의 쿠르드민주당(KDP) 사무실로 돌진하면서 폭발이 일어났다며 무너진 건물 더미에 매몰된 사람들이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쿠르드 자치정부 수반인 마수드 바르자니가 이끄는 KDP는 잘랄 탈라바니 현 이라크 대통령의 쿠르드애국동맹과 함께 이라크 내 양대 쿠르드 정파다.
이날 테러는 한국 자이툰 부대가 주둔한 아르빌에서 지난 9일 차량 폭탄 테러로 최소 15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당한 지 나흘 만에 재발한 쿠르드족 겨냥 테러공격이다. 마크무르는 쿠르드 자치지역은 아니지만 아랍계보다 쿠르드 주민이 더 많은 마을로 알려져 있다.
이날 테러가 어떤 단체에 의해 자행된 것인지는 현재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내 알카에다 조직을 자처하는 '이라크 이슬람 국가'가 지난 9일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었다고 밝혔던 점으로 미뤄 볼 때 이번 테러 역시 그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간 테러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지대라고 여겨졌던 쿠르드 지역에서 잇달아 차량폭탄 테러가 일어난 것은 쿠르드족의 분리 움직임에 대한 반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이라크 저항세력들의 공격 범위는 이라크 전역으로 넓어졌으며 자이툰 부대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병사 3명 억류 발표에 백악관 경악
한편 '이라크 이슬람 국가'는 이날 바그다드 남부 마흐무디야 지역에서는 미군 병사 3명을 포로로 잡았다는 인터넷 성명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 조직은 12일 새벽 마흐무디야 부근에서 순찰 중이던 미군 병사 7명과 이라크인 통역 1명을 공격해 미군 4명과 이라크인 통역을 살해한 뒤 생존 미군 3명을 잡아갔다.
이에 따라 미군은 다음날인 13일 4000여 명의 병력을 마흐무디야 주변 지역에 투입해 전날 실종된 병사를 찾기 위한 대대적인 수색작전을 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군은 이 과정에서 실종된 병사들이 저항세력에 생포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대규모 구출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사태 확산과 국민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고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진전상황을 보고하는 등 비상 태세에 돌입해 있다.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30㎞가량 떨어진 마흐무디야는 알-카에다의 이념을 추종하는 저항세력의 본거지로 작년에도 실종된 미군 2명이 잔혹하게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된 바 있다.
67명 이상 테러로 사망…또 다시 '피의 일요일'
이날 이라크 전역에서는 마크무르 폭탄테러를 포함해 총 67명 이상이 차량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도심의 한 시장 근처에서 차량폭탄이 터져 최소 17명이 죽고 46명이 부상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저항세력과의 교전이 격화되고 있는 바그다드 동북쪽의 디얄라 주(州)에 3000여 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디얄라의 주도(州都)인 바쿠바에서 이날 무장괴한들이 수갑을 채운 2명을 트럭에서 끌어내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처형 방식으로 살해하는 등 치안상황이 호전될 기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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