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카우보이'지만 '푸들'은 아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카우보이'지만 '푸들'은 아닌…

"사르코지, 부시를 무작정 따르진 않을 것"

프랑스 대선에서 우파 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의 승전보가 날아든 6일 저녁,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당장 사르코지 당선자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 부시 대통령이 전화를 했다는 메시지를 받은 사르코지 당선자는 "미국에 대해 얘기하러 간다"고 기뻐했고 "둘은 아주 아주 정답게 얘기했다(They had a friendly, very friendly chat)"고 당선자의 보좌관이 전했다.

이에 8일자 <뉴욕타임스>는 "부시가 영국의 토니 블레어가 떠나는 시점에 만나게 된 유럽의 새 단짝에게 축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사르코지의 당선으로 미국과 프랑스 간의 껄끄러운 관계가 청산되리라는 기대가 일반적이다. 물론 미국 입장에선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이 당선되는 것보다는 한결 반가운 결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루아얄은 지난 연말 헤즈볼라 지도자가 "미국의 '끝없는 광기(unlimited dementia)'"를 언급한 데 맞장구를 쳤을 정도로 반미성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사르코지에게 블레어 총리의 뒤를 잇는 '부시의 푸들'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불같은 성미에 직설화법…부시와 사르코지는 '닮은꼴'
▲ 목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사르코지, 말을 타고 목초지를 달리는 모습이 부시 대통령과 흡사한 '카우보이' 스타일이었다.ⓒ로이터=뉴시스

프랑스 대선 1차 투표를 이틀 앞두고 있었던 지난 달 20일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알프코트다쥐르의 카마르그로 기자들을 불러 모은 니콜라 사르코지 대중연합당 후보는 붉은 색 체크 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카우보이 부츠 차림으로 나타났다.

마침 백마를 탄 사르코지 곁으로 펼쳐진 목초지에 검은 황소들이 떼를 지어 지나가자 기자들 사이에선 수군거림이 시작됐다.

"조지 부시를 닮았다."

부시와 사르코지가 묘하게 오버랩 된 것은 비단 그날 차림 때문만은 아니었다.

성질이 불같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한다는 것도 둘의 공통점이다. 2005년 파리 교외에서폭동을 일으킨 이민자들에게 "인간쓰레기(scum)"라고 독설을 퍼부은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작년 4월 이라크 종전을 선언하며 "저항세력들은 덤벼보라(bring them on)"고 도발하던 부시 대통령의 닮은꼴이다.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것까지도 비슷하다. 사르코지와 부시는 둘 다 엄청난 자전거광이다.

사르코지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친미성향을 유감없이 내보이기도 했다. 좋아하는 작가와 배우로는 미국의 어니스트 허밍웨이와 실베스터 스탤론을 꼽았고, 대선에 승리하면 미국의 팝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의 '아 윌 서바이브'를 축하곡으로 쓰고 싶다는 말했다.

미국식 노동관과 경제성장에 대한 사르코지의 동경은 미국식 자유경쟁 시장 모델을 적극 도입해 '프랑스 병'을 고치겠다는 비전으로 구체화됐다.

사르코지가 주장하는 노동시간 탄력적 운영, 노동시장 유연화, 감세, 소수인종에 대한 '긍정적 차별' 정책 등도 미국식 자본주의와 맥을 같이한다.

'프랑스産 푸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집권해 온 지난 12년 간 사사건건 프랑스와 부딪혀 온 미국으로서는 이처럼 친미성향을 내놓고 과시하는 새 프랑스 대통령의 탄생에 반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미국 언론에서는 사르코지가 부시 대통령이 '진짜 카우보이들'만 초청한다는 텍사스 크로포트 목장에 언제쯤 초청될 것인가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르코지가 백악관의 기대대로 미국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식의 외교정책을 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미국에 우호적인 개인 성향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거부감이 큰 프랑스 사회의 전통적인 정서에서 사르코지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프랑스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한 사르코지에게는 세골렌에게 표를 준 좌파 유권자 46.94%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르코지는 이미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부시 행정부가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에 서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미국이 앞장 서 달라"며 쓴 소리를 했다.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에 찬성하는 부시의 입장과도 정 반대에 서 있으며 미국이 거론하는 이란 군사 개입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결국 국제사회를 둘러싼 주요 쟁점마다의 대립하는 것은 시라크와 다를 것이 없는 셈이다.

미국과 협력은 강화하되 대미견제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은 사르코지의 수락연설에서도 드러났다. 미국을 "미국의 친구들(American friends)"이라고 칭한 사르코지는 "친구들이 원할 때 프랑스는 친구들 편에 서겠지만 친구의 다른 점도 수용하는 것이 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시사주간 <네이션>은 "사르코지가 친미적인 것도, 부시와 좋은 친구관계를 맺을 것도 자명해 보이지만 블레어처럼 부시를 무작정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