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스탠리 아우(區宗傑) 회장은 7일 BDA가 지난 1990년대 중반 몇몇 고객들이 북한의 달러화 위폐 수천 달러를 예치했다고 마카오 당국과 미국에 보고했지만 미국은 BDA에 북한과 계속 거래하도록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아우 회장은 이날 미 재무부가 지난 3월 15일 BDA를 '불법자금 돈세탁은행'으로 지정함으로써 미국의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BDA와의 거래를 중단토록 한 조치는 부당하다며 미 재무부에 제출한 철회 청원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아우 회장은 청원서에서 1994년 BDA의 북한 계좌에 16만 달러의 달러화 위폐가 예치된 적이 있었다며, 자신들은 즉시 그 사실을 마카오 은행에 보고하고 "미 행정부의 요원들"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아우 회장은 "나는 당시 미국 요원들의 질문에 성심껏 답했고, 미국이 원하는 게 (BDA가) 북한 기업들과의 거래를 단절하는 것이냐고 물었다"며 "그들은 미국에 협조적이지 않은 다른 금융기관보다 우리가 북한과의 거래를 계속하는 게 좋다며 우리가 북한과 거래를 지속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미국은 지난 1990년대부터 북한의 달러 위조 등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방치해 왔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이 굳이 지난 2005년 9월에 와서야 BDA를 북한 불법자금 돈세탁은행 우려기관으로 지정하고 북한자금 2500만 달러를 동결시킨 의도와 배경을 두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돈세탁 우려기관 지정은 왜 했나?
아우 회장은 또 그 후 몇 해 동안 BDA는 정기적으로 미국 정부 요원들과 접촉했고, 그들의 요구에 협조했다고 주장했다. 마카오 입법위원이자 중국 정협(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인 아우 회장은 BDA를 1935년 설립했다.
아우 회장의 변호를 맡은 홍콩의 존스 데이 로펌도 성명에서 "미 재무부의 예상치 못한 조치는 권한의 남용"이라면서 "BDA가 북한의 위조지폐 유통에 개입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으며 미 재무부는 자신이나 경영진들이 불법 행동을 묵인하거나 부추겼다는 아무런 증거도 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우 회장도 BDA는 단지 2005년 9월 이전에 북한과 거래했던 20여 개 은행 중 하나일 뿐인데 지역 정치의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시 주목되는 '언스트 앤 영' 보고서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극단적인 대결 상황까지 이르게 했던 미 재무부의 'BDA 돈세탁우려기관 지정'이 근거가 없는 것이라는 것은 마카고 금융당국의 위탁을 받아 BDA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한 '언스트 앤 영' 보고서에 의해 이미 밝혀진 것이다. ( ☞관련기사 : "BDA는 주범 없는 공범?" "미국의 속셈은 북한의 '대외 金판매' 막는 것")
2005년 감사가 시작돼 지난해 10월 최종적으로 미 재무부에도 넘겨진 이 보고서는 "우리 조사에서는 BDA가 위조달러를 유통시키지 않았다는 점이 명백하다"며 북한에서 온 대규모 현금계좌는 미국의 요청을 받은 HSBC 홍콩 지사를 통해 위폐 여부를 정기적으로 검사받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BDA가 위폐를 취급했던 적은 1994년 단 한번밖에 없었는데 BDA는 당시 100달러 위폐 100장(1만 달러)을 금융당국에 제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우 회장이 이날 확인한 '94년 16만 달러 위폐 예치'는 언스트 앤 영 보고서와 액수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같은 해의 사건인 점으로 미루어 보고서에 나온 것과 동일한 거래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은 아우 회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7일 보도에 따르면 서방 국가의 외교관들은 미 재무부가 찾아낸 BDA의 불법행위에 대한 자세한 증거들이 마카오 정부와 금융당국에 제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는 '언스트 앤 영' 보고서를 언급하며 그 보고서에는 BDA의 돈세탁 증거가 없었다고 다시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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