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중운동연합(UMP)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대해 남다른 감정을 느끼는 두 나라가 있다.
바로 헝가리와 터키다. 잘 알려져 있듯이 사르코지 당선자의 부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 정권을 피해 프랑스로 이주한 헝가리인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사르코지 자신은 헝가리에 대한 기억이 없고 헝가리어조차 하지 못하지만 그는 분명 대대로 관료를 지낸 헝가리 귀족 집안의 후손이다.
부친인 팔 사르코지는 1928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으며, 부다페스트에서 동쪽으로 92㎞ 떨어진 얼러찬이라는 마을에 토지와 작은 성도 소유했었다.
부친은 1930년대와 1940년대 초반까지 이 마을에서 대부분의 여름을 보냈다고 한다.
그의 조부와 증조부는 인근 솔노크 지역에서 각각 시 의회 의원과 부시장까지 지냈으며, 그의 집안은 1628년 당시 페르디난드 2세로부터 귀족 작위를 받은 뒤 상당수의 관료와 법조인은 배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의 역사가들은 사르코지가 프랑스에서 정치가로 성공한 것에 대해 그가 이같은 헝가리 조상의 핏줄을 타고 난 것과 무관치 않다고 해석한다.
얼러찬 마을 사람들은 이 도시가 탄생한 지 800주년이 되는 2009년에 사르코지가 이 곳을 방문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르코지는 대통령이 되기 전 몇 차례 헝가리를 방문했었다. 1994년에 부친과 함께 그의 집안이 처음 뿌리를 내린 보처 지역에 들려 방명록에 이름을 남겼고, 금융장관이던 2004년에는 부다페스트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한 적도 있다.
물론 그가 프랑스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양국 관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적지 않은 헝가리인들은 헝가리 출신의 이민 2세가 프랑스 대통령이 된 것에 대해 심정적으로 큰 자긍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반대로 터키는 사르코지 당선에 우려의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다.
대선 운동 기간 사르코지는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에 강한 반대 의사를 피력해 왔기 때문이다.
많은 터키인들은 사르코지의 프랑스 대통령 당선이 가뜩이나 쉽지 않은 터키의 EU 가입 추진을 더욱 힘들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터키인들의 우려 섞인 시선은 일단은 "대통령이 되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포장되고 있다.
레젭 타입 에르도안 총리는 7일 사르코지가 EU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터키의 열망에 대해 기존의 태도를 누그러뜨릴 것이라는 희망을 표현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금부터는 사르코지가 터키의 EU 가입과 양국 관계에 대해 대선 캠페인 기간 보여줬던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터키의 대중지인 밀리에트도 유사한 논평을 했다.
이 신문은 사르코지의 당선이 이미 얼어붙은 프랑스-터키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지만 그는 이데올로기보다는 실용성을 쫓는 정치인인 만큼 막상 대통령이 되면 태도가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인 도구 에르길은 사르코지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노선을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르켈 총리 역시 터키의 EU 가입에 반대하고 있지만 최소한 EU 집행부와 터키 정부 간에 체결된 협정 만큼은 지킬 것이라는 게 평론가들의 분석이다.
터키-프랑스 관계는 작년 10월 프랑스 하원이 오토만 터키의 아르메니아 학살 역사를 부인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한 법안을 통과시킨 뒤 군사 교류와 가스관 협상 등이 중단되는 등 악화일로를 걸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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