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차기 대통령 선출을 위한 의회 투표가 헌법 재판소의 무효 판결에 이어 6일 재투표마저 정족수 미달로 불발되자 여당의 단독 후보인 압둘라 굴 외무장관이 즉각 사퇴를 선언했다고 관영 아나톨리아 통신이 보도했다.
굴 장관은 이날 2차 투표에 앞서 다시 정족수 확보에 실패한다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7일 실시된 대선 1차 투표를 헌법상 정족수 부족으로 무효라고 판결한 데 따라 이날 재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야권의 보이콧으로 351명 출석에 그쳐 재적의원의 3분의 2인 367명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이날 정족수 미달은 굴 장관에 대해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이 지난달 1차 투표 이전부터 반대 의사를 공식화한 데 따라 이미 예고된 것이다.
이로써 터키 여당은 굴 장관을 의회 투표로 대통령에 당선시키려는 시도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굴 장관은 기자들에게 공식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현재로서 남은 대선 투표 일정은 무의미하다"며 대통령은 이제 국민의 손으로 선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굴 장관은 대통령 선출 방식이 직선제로 바뀔 경우 출마하겠느냐는 물음에 "때가 되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전날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자신이 70%에 달하는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며, 직선 투표에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굴 장관은 또 본인의 후보직 사퇴에도 불구하고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향후 대선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터키 언론들은 굴 후보가 사퇴한 이상 차기 대통령은 오는 7월 22일 조기총선이 끝난 뒤 직선 투표를 통해 선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위한 헌법 개정 절차 역시 법적,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야권은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의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데 이어 굴 장관을 단독후보로 추천하며 대통령 직마저 차지하려 하자 강력 반발해 왔다.
특히 터키의 엘리트 그룹으로 세속주의의 보루로 일컬어지는 군부도 집권당의 새 대통령 후보 선택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 불안한 정국에 불을 붙였다.
한편 여당은 조기 총선과 함께 대통령 선거를 현재 의회 선출 방식에서 유권자 직접 투표 방식으로 전환하는 한편 대통령 임기를 7년 단임에서 5년 중임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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