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NYSE) 중 블루칩 위주의 다우존스 산업평가지수는 2일 13,211.88에 거래를 마침으로써 종가 기준 사상 최고 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 치웠다.
이로써 다우지수는 사상 첫 1만3200선을 돌파했을 뿐 아니라 지난 24거래일 가운데 21거래일을 상승으로 마감해 23거래일 가운데 20일을 상승으로 마감한 1968년의 기록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 증시 활황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치솟는 지수가 슬럼프에 빠진 미국의 내수 경제와는 너무나 무관해 보이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가 27일 발표한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1.3%에 불가했다. 월가의 전망치인 1.7%를 밑돌았을 뿐 아니라 2003년 1분기 이래 최저치였다. 성장 둔화 조짐을 보이는 위태로운 미국 경제를 고스란히 반영한 수치였다.
로버트 라이시 브랜다이스 대학 사회·경제정책학 교수는 2일 미국의 진보 매체 <커먼드림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 같은 부조화의 이유를 두 가지 '큰 괴리', 즉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 간의 괴리와 미국 대형 기업들과 미국 간의 괴리에서 찾았다.
요컨대, 미국 경제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세계 경제의 호황과 그 호황을 탄 미국계 다국적 기업의 매출 성장이 뉴욕 증시의 활황을 이끌고는 있지만 이는 미국의 내수 경기나 미국 내 월급 생활자들의 생활수준 향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라는 얘기였다.
라이시 교수는 클린턴 행정부의 노동부 장관으로 노동 착취 공장에 맞서는 전국적인 투쟁을 이끌고 최저임금 인상 운동을 주도하면서 '가족 부양 및 의료 휴가법' 통과를 도왔다. 장관 직을 사임한 후 잡지 <아메리칸 프로스펙트>를 공동 설립하고 국내 담당 편집인으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다음은 라이시 교수 글의 전문이다. (원문보기)
나는 최근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다우지수의 최고가 행진이 부시의 감세정책이 적중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공급주의자들(supply-siders)과 토론을 하는 데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 지난 주 다우지수는 최고기록을 올렸다. 그러나 역시 지난 주 발표된 상무부 보고서는 미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최근 4년 이래 가장 느려졌음을 나타냈다.
실물경제가 이토록 엉망인데 어떻게 투자자들이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걸까? 공급주의자인 내 친구는 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답할 수 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일어난 두 가지 '큰 괴리' 때문이다.
첫째는 세계 주요 경제와 미국 경제의 괴리다. 중국, 인도, 일본, 유럽 등 세계 대형 시장들은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에 아랑곳없이 거침없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두 번째는 미국의 대형 기업들과 미국의 괴리다. 이들의 해외 지사들은 미국 본부의 정체와 상관없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제네럴일렉트릭(GE)은 올해 처음으로 해외 판매수익이 전체 수익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잉도 해외 주문이 전체 주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포드도 유럽 판매는 괜찮은 편이다.
요컨대, 대통령의 공급측 중시의 감세정책의 혜택은 주로 남는 돈을 외국계 회사나 미국에 본부를 둔 다국적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 미국의 다국적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반 미국 근로자들에게 떨어지는 혜택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수준이다. 미국 가구의 절반 이상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다. 이들은 보통 개인퇴직금적립계정(IRA)이나 퇴직연금(401-K) 등을 통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의 투자액은 5000달러 미만인 데다가 거의가 가치가 폭락한 내수 관련 주식이다. 건강보험이나 연료를 사는 데 드는 돈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이들의 소득이 남아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부시의 감세정책은 '월스트리트'를 위해 만들어 진 것이지 미국의 '메인스트리트'(일반 사람들이 다니는 번화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