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레바논 전쟁의 실패 책임을 둘러싸고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사임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의 한 사람인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이 2일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리브니 장관은 이날 올메르트 총리와 면담 뒤 취재진에게 "나는 총리에게 사임하는 게 올바른 일이라고 말했다"며 집권 카디마 당의 지도자로서 자신이 올메르트 총리를 대신할 후보라고 여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메르트 총리를 퇴진시키기 위해 자신의 장관 직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 정국을 불안케 하는 조기 총선도 원치않는다고 밝혔다.
리브니 장관은 "사임은 총리가 해야 할 결정"이라고 말한 뒤 "이는 나와 총리 간 개인적인 일이 아니며 더 중요한 문제"라며 총리의 사임을 촉구했다.
또한 올메르트 총리의 사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카디마당의 당의장 아비그도르 이츠하키도 그의 사임을 재차 요구하면서 당의장 직을 사퇴했다.
2일 실시된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의 절반 이상이 올메르트 총리의 사임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3일에는 텔아비브에서 레바논전쟁 실패의 책임을 묻는 대중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올메르트 총리는 이날 카디마당 의원들과 비공개 회의를 열어 "나는 개인적으로 불편한 위치에 있지만 내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실수를 고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 고위 이스라엘 관계자는 전했다. 즉 총리 직을 사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차기 여성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영향력 있는 정치인인 리브니 장관은 지난달 30일 올메르트 정부의 레바논 전쟁 실패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정부 조사위원회(위노그라드 위원회)의 보고서가 나온 뒤 침묵을 지키다 이날 올메르트 총리에게 강력한 '일격'을 날렸다.
리브니 장관은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 출신으로 아리엘 샤론 전 총리의 보좌관을 지냈다. 또한 골다 메이어 전 총리에 이어 여성으로는 2번째로 외무장관 직을 맡고 있다.
리브니 장관은 당내에서도 인기가 있을 뿐 아니라 1일 이스라엘 채널2 TV가 한 여론조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리쿠드당 당수(26%)에 이어 차기 총리 후보로 꼽혔다.
이스라엘의 의회 체제상 총리는 직접 선출되는 게 아니라 의회의 다수당이나 다수 정파 출신이 임명되기 때문에 집권 카디마 당은 총리 직을 유지하면서 당수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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