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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시 대통령은 탈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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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시 대통령은 탈영중"

퇴역-현직 미군 장교들, '이라크 전략' 정면 비판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어떻게 이라크에서 승리할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우리의 전략적 실수를 만회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국(NSA) 국장과 브레진스키 안보보좌관의 군사보좌관을 지내고 현재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 및 예일대 교수로 재직 중인 윌리엄 오돔 예비역 중장은 28일 민주당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이라크에서 이기고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을 정면 비판했다.

오돔 중장은 이라크 전쟁을 "이란의 국익에 부합하는 전쟁"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1980년대 이란을 침공했던 사담 후세인에게 (이란을 대신해) 복수를 해 줬을 뿐 아니라 이라크 내 이란의 영향력도 강화해 주는 효과를 냈다"고 진단했다.

"전쟁이 우리가 아닌 적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한 우리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그런데도 이라크 내에서 승리의 환상을 계속 추구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란 퇴역 장성의 지적은 그 어떤 지적보다 부시 행정부를 아프게 파고 들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연설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지만 오돔 중장은 대표적인 우파 진영 인사로 꼽히는 만큼, '정파적인 이해에 따른 연설'로 의미를 폄하할 수만은 없는 것이었다.

오돔 중장은 이라크에서의 미군의 전략이 맞아들지 않는데도 계속 '노선 고수'를 고집하는 부시 대통령을 "탈영 상태"로 규정했다. 군 통수권자가 탈영한 상황에서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열쇠는 의회의 손에 들려 있으며 의회의 꾸준한 압력에 의해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한 이후에야 성공전략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주장의 요체였다.
▲ 이라크에서 미군의 승리가 난망하다는 일반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노선 변경을 거부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을 윌리엄 오돔 중장은 "탈영 중인 군 통수권자"라고 표현했다. ⓒ로이터=뉴시스

이에 앞선 27일에는 현재 이라크에서 복무 중인 현역 군인이 미군의 전략 실패를 가차 없이 비판하고 나서, 이라크 주둔 미군조차 이라크에서의 실패를 자인하는 현 상황을 방증했다.

현재 제3 기갑연대 부지휘관으로 이라크에 복무 중인 폴 잉글링 중령은 이날 <육군저널(Army Forces Journal)>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의 장군들은 베트남전에서의 실패를 이라크에서 되풀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군 수뇌부가 향후 전투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군의 적절한 대비 태세를 갖추게 하지도 못했다는 것, 또 의회와 대중에게 이라크 전쟁에 필요한 병사의 수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잉글링 중령의 주장이었다.

잉글링 중령은 "미군 장교들은 적의 군사력은 폄하하고 이라크 정부의 능력은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미군 장군들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라크 주민들의 삶은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다음은 오돔 중장 연설 중 주요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원문은 <커먼드림스>에서 볼 수 있다.

나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민주당이나 공화당에 몸담아 본 일이 없습니다. 민주당을 위해 발언을 해 본 적도 없습니다. 나는 국가안보국(NSA) 국장을 지낸 초당적인 전직 군 장성으로,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발언합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의 부탁에 따라 몇 마디 해 보겠습니다.

원칙적으로 외교나 군 관련 정책 수행 중에 정치적인 일과 연계되는 것을 달가워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많은 경우에서 잘못된 효과를 내는 것을 보아 왔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라크 문제는 다릅니다. 지난 4~5년 동안 대통령은 이라크 문제를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둬 왔습니다. 그의 전략이 실패했고 구제받기 힘든 상황에 빠졌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략 수정은 없었습니다.

대통령은 미국이 점점 수렁으로 빠져 드는 것도 그저 내버려 뒀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영향력과 돈과 피가 탕진됐고 적들의 전리품은 늘어났습니다. 의회만이 현재의 지휘 체계 상 진공상태를 메울 수 있는 유일한 기제를 갖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현 상태를 군대식 용어에 빗대 보자면, 우리의 국군통수권자는 탈영 상태(AWOL: absent without leave)입니다. 그는 복무 중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행동도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술 더 떠 그는 '팃 포 탯(tit fot tat: 맞받아치기식 응수)' 게임에 몰입해 있습니다.

여야 모두 이 '팃 포 탯' 전략을 써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게임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재미도 없습니다. 이런 게임을 한다는 것은 혼란 중에 효율적인 리더십이 없다는 상황만 반영할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이라크 내 혼란에 관한 대통령의 통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옳은 판단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어떻게 이라크에서 승리할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전략적 실수를 만회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 전쟁은 절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이란의 국익에 부합하는 전쟁이었습니다. 이라크에서의 전쟁은 1980년대 이란을 침공했던 사담 후세인에게 복수를 해 줬을 뿐 아니라 이라크 내 이란의 영향력도 강화해 주는 효과를 냈습니다.

전쟁은 또한 알카에다의 이익도 챙겨줬습니다. 여느 때보다 훨씬 수준 높고 유능한 군대를 꾸릴 수 있게 함으로써 아프가니스탄보다 나은 훈련 여건을 제공한 것입니다.

전쟁이 우리가 아닌 우리의 적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한 우리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라크 내에서 승리의 환상을 계속 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우리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현명한 지휘관은 이럴 때 보통 자신의 전략을 바꾸거나 목표를 수정하기 마련입니다. 벼랑 끝까지 몰아붙이거나 과격하게 굴지 않습니다. 더 이상 이라크 침공 때문에 발생한 죽음과 파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이 철수하지 않는 이상 미국에 효과적인 새 전략이란 가능치 않습니다. 오직 그 처방만이 우리가 지금 직면한 마비 상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철군은 한 발 비껴서 있는 유럽과 인도,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다른 주요 국가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철군은 이란과 시리아를 비롯한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게도 충격을 줄 것이며 그들의 태도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이들 나라는 미국이 이라크만이 아니라 중동 지역 전체의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마련한 새 접근법을 심각하게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전쟁이 야기했던 혼란의 확산은 중단될 수 있습니다.

이번 주 미 의회에서 초당파적인 지지를 통해 승인한 철군 계획표는 대통령으로 하여금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불가능한 결과를 바라는 대신 지역 안정을 승리의 척도로 세우도록 하는 것이죠.

나는 대통령이 의회가 송부한 법안에 사인을 해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원합니다. 나는 대통령의 용기어린 결정을 높이 평가할 것이고 다른 국민들도 그러하리라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퇴역 중장 오돔이었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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