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테러 급증" 보고서에 라이스 '난감'

전년 대비 29% 증가…한때 '은폐'도 고려

2006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테러 공격은 1만4338건으로 전년 대비 29%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러의 급증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곳은 미국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었다.
  
  미국의 대형 신문체인 '맥클래치'에서 발행하는 <맥클래치 신문(McClatchy Newspapers)>은 이르면 30일 미 국무부가 발간할 '테러리즘 유형 연례보고서:2006'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한때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오랜 주장을 전면 부인하는 이 보고서의 은폐를 고려하기도 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이라크 테러가 전체 45% 차지
  
  <맥클래치 신문>은 복수의 부시 행정부 고위 관료들의 전언을 빌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그의 고위급 보좌진들은 이 리포트의 공개를 연기하거나 그 의미를 축소해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의회 보고 기한인 30일 이를 공개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도 같은 날 "우리는 정상적으로 이 보고서를 검토해 왔으며 며칠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발생한 테러의 45%는 이라크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이라크 내 종파간 분쟁의 격화가 테러의 급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테러도 5800건으로 이 역시 2005년보다 증가한 수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는 비전투원에 대한 공격만을 집계한 것으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에 대한 공격까지 포함한다면 전체 테러 공격일 발생한 횟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더니…
  
  국무부 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라이스 장관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2001년 이라크 침공 당시의 최대 명분이었던 '후세인-알카에다 연계설'이 허위로 드러나자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통한 전 세계적 테러 위협의 감소'를 새 명분으로 꺼내들었다.
  
  이에 부시 행정부는 국무부가 해마다 발간하는 이 보고서를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국내외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논거로 활용코자 했었다.
  
  그러나 국무부 보고서는 테러와의 전쟁 이후 세계적 테러가 증가하는 현실을 수치로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반전주의자들의 비판 논거를 강화하는 작용을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라이스 장관은 이 보고서가 완성된 후에도 "심도 있는 검토"를 요구하며 보고서 발간 이후 불어올 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국(DAI) 국장 출신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이 재검토를 지휘했지만 묘책을 찾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해마다 자신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국무부 보고서 때문에 곤욕을 치러 왔다.
  
  2004년에는 테러에 의한 사망자 수를 실제의 반으로 줄여 "34년 만에 최저치"라고 발표했다가 "수치를 조작했다"는 비난에 시달렸고, 두 달 만에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이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망신스러운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2005년에는 테러에 의한 사망자가 1985년 이래 최다인 것으로 나타나자 아예 발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가 은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