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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군하면 종파 갈등도 해결?…"야무진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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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군하면 종파 갈등도 해결?…"야무진 꿈"

"이라크 쳐들어가기보다 나오기가 훨씬 힘들 것"

미국 하원은 25일 오는 10월 1일 이전에 이라크 주둔 미군이 철수를 시작해 내년 3월 31일 이전까지 이를 완료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이라크 전쟁 추가 예산법안을 찬성 218 대, 반대 208로 통과시켰다.

하원과 상원은 각각 지난달 23일과 29일에 철군을 조건으로 부시 대통령이 요구한 추가 전비 1220억 달러를 승인한 전비법안을 통과시켰으나 각 의회가 요구한 철군 시한이 달랐기에 협의를 통해 마련한 단일안을 다시 통과시킨 것.

26일로 예정된 상원 표결에서도 이 법안의 무난한 통과가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어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에 관한 모든 관심은 백악관과 의회를 주도하는 민주당 간의 알력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런던 킹스 칼리지 피터 노이만 국방연구센터 소장은 26일 미국 외교전문잡지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에 게재된 글을 통해 "철군만 하면 이라크 종파분쟁까지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은 정치인들의 '장밋빛 그림'일 뿐"이라며 오히려 미군의 준비 없는 철군은 수니파와 시아파 간 정면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철군이 곧 이라크 문제 해결인 양 호도하는 민주당 진영의 무책임한 정치공세에 일침을 가하면서 침공 때 보다 더 치밀한 계획을 세워 '무리 없는 철군'을 준비할 것을 당부한 것이다.

철군하면 수니파 와해?…'야무진 꿈'
▲ 철군이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사진은 지난달 28일 이라크 내 수니파 거주지에서 저항세력으로 추정되는 주민들을 진압 중인 미군.ⓒ로이터=뉴시스

민주당 측에서 철군을 주장하며 내놓은 '최상의 시나리오'는 외부의 적(미군)이 제거되기만 하면 수니파 무장 세력이 와해될 것이라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맞서 싸워야 할 이단'이 사라지면 알카에다 용병들도 제 나라로 돌아갈 테고 오사마 빈 라덴도 사람을 끌어 모으거나 프로파간다를 펼칠 핵심 고리를 잃어버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이라크 내 수니파 민족주의자들도 '미국의 외교적 영향력과 국제적 압력이 여전히 행사되고 있는 한 시아파가 여전히 정치적 특권을 누리게 된다'는 현실을 자각하고 협상장으로 떠밀려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낙관론의 골자다.

개중 일부 저항세력들이 기존의 노선을 유지하려 들겠지만 전직 동료들이 경로를 바꾼 상황에서 이들이 오래 가기는 힘들 것이란 얘기다.

이처럼 '철군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에 노이만 소장은 "그럴싸 하지만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당장 "이라크 내부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철군을 하겠다는 결정 자체가 대내외적으로 알카에다의 승리로 받아들여 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워싱턴의 홍보담당자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포장하든 간에 빈 라덴은 철군 결정을 "사기가 낮은 미군들의 결과"로 설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이만 소장은 "'글로벌 지하드(성전:聖戰)'를 통해 숙련된 외국 전사들"이 미군의 철군 결정으로 사기가 진작돼 "파키스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떨쳐 일어나 분쟁을 만드는 것"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다.

철군이 되려 수니-시아간 군비경쟁 촉발할 수도

노이만 소장은 이라크 내 수니파가 시아파 정부를 용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리라는 가정에도 코웃음을 쳤다.

"수니파에게는 시아파와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일말의 신뢰도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라크 내각의 대부분이 시아파 민병대나 이란 정부와 연계돼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수니파들은 일찌감치 이라크 정부가 국가 통합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누리 알 말리키 총리와 그 동료들은 한술 더 떠 시아파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데 절치부심하는 한편, '수니파는 후세인 정권 시절 누렸던 특권의 값을 물어야만 한다'고 여기고 있다는 것이 수니파의 판단이다.

이에 노이만 소장은 "철군 발표가 날 경우 수니파 저항세력들은 협상장으로 나가기보다는 무장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니파 저항세력들 사이에 정치 개념이 강화될수록 '유비무환'의 논리에 저항할 여지가 없어지고 전면전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아 병사 모집, 모금, 무기 수집 등의 채비를 갖출 것으로 전망됐다. 수니파 인근 국가들인 요르단,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원조를 요청하는 것도 예상 가능한 방법이다.

수니파가 충돌을 대비하고 나올 경우 시아파 역시 우호적 관계를 조성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기 보다는 이에 대한 채비를 갖추는 데 부심할 것이 뻔하다.

그 결과는 잠재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군사력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철군 날짜 정했으니 할 일 끝?"

미군의 철수가 이 같은 '최악의 수'로 접어들지 않으려면 수니파와 시아파가 '기적적으로' 서로를 신뢰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게 노이만 소장의 판단이다.

미국은 몇 번이고 말리키 총리에게 이라크 정부 내에서 종파적 요소를 없애라고 요구했고, 이라크 주변 수니파 국가들을 통해 이라크 내 수니파들을 설득하려 애썼지만 그 효과는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는 것.

노이만 소장은 "결국 미국이 고안해 낸 것이라니 수니파 주변에 장벽을 쌓아 수니파와 시아파 간 살육을 막는 것"이라며 최근 이라크 내 미군이 종파 간 분쟁을 막는다며 바그다드의 한 수니파 마을에서 추진 중인 분리장벽 건설을 꼬집기도 했다.

"미국 정치인들은 철군 날짜를 정했다고 해서 게임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는 것이 노이만 소장이 '철군의 환상'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강조한 바다.

노이만 소장은 "내전을 해결하지 않은 채 이라크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침공 때보다 더 치밀한 작전을 세워야 가능한 일"이라며 "미국이 정말 철군 한다면 이번에는 침공 때보다 좀 나은 계획을 세우는지 지켜보자"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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