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아베 총리는 미 하원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2차대전 당시 종군위안부 동원 문제를 두고서도 종전보다 자세를 낮추는 등 미국 여론 정지 작업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정상회담 앞서 300억 달러 규모 전투기 구매 결정
데니스 윌더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 담당 보좌관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공군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차세대 전투기들을 일본에 공급하는 논의를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윌더 보좌관은 또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핵개발 능력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미국은 차세대 전투기 판매에 대해 일본 측과 협상할 충분한 용의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미국 록히트마틴사가 개발한 최신예 전투기 F-22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판매 의사를 공식 확인한 것이다.
F-22는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는 뛰어난 스텔스 성능과 우수한 기동성, 정보수집 및 정찰능력 등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가진 '꿈의 전투기'로 꼽히며 작전 반경이 무려 2000㎞ 이상으로 일본 본토에서 한반도는 물론 중국 본토까지 작전 범위에 넣을 수 있어 주변국들의 예민한 반응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당초 F-22 구매 건은 27일로 예정된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상회담에 한 발 앞서 구매가 사실상 성사됨으로써 미일동맹 기류가 고이즈미 정권만 못하다는 일본 내 의구심을 일소하는 효과를 냈다.
아베 총리는 종군위안부 동원 문제를 두고도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2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반발로 오히려 미 하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종군위안부 결의안에 세가 붙는 등 워싱턴의 대일여론이 악화되자 일본 내 우익들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입장을 선회하고 나선 것이다.
아베 총리는 25일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20세기는 수많은 인권침해가 행해진 시대로 일본도 이와 무관치 않다"며 "위안부들에게는 몹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납북자 문제부터 해결해야" 부시 설득할 듯
이처럼 방미에 공을 쏟은 아베 총리는 부시 대통령을 만나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북핵 6자회담에서 미국 정부가 핵을 가진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고 핵폐기를 전제로 북미관계 정상화가 거론되자 심기가 뒤틀렸었던 것이 사실이다.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의 의제 중 하나인 북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논의에 납치문제가 포함되길 원했던 일본의 희망이 미국에 의해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만약 '2.13 합의'가 정한 절차에 따라 북미 수교라도 이뤄진다면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핵폐기 대가로 약속한 중유지원에 동참할 수 없다며 날을 세운 일본 정부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아베 총리는 납치문제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정치 스타덤에 올랐던 만큼 납북자 문제가 쟁점화 되는 편이 국내 전략에서도 유리하다.
이에 백악관 측은 일단 25일 브리핑에서 "납북자 문제를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별개로 다루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납치도 테러"라며 북미관계 정상화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동아시아 전략의 요충지로 일본을 활용하고 있는 미국 정부로서도 백안시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27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정상회담에 앞서 26일 저녁 백악관에서 부인을 대동하고 사적인 만찬을 나눌 예정이다. 앨비스 프레슬리 노래를 함께 불렀던 고이즈미 전 총리의 방미일정에도 없었던 백악관 만찬이 포함된 것은 300억 달러 규모의 선물에 걸맞는 '융숭한 대접'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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