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업 씨가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김 씨는 25일 신안·무안에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이재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당초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데다 민주당의 상징인 한화갑 전 대표의 지역구라는 좋은 조건에서도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민주당의 전략공천에 대해 '공천 신청한 사람은 놔두고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을 공천했다'는 역풍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김홍업 씨의 낙승으로 결국 '전략공천'이 성공한 셈이 됐다. 또 김 전 대통령의 마음 '김심(金心)'이 민주당에 있다는 상징성도 챙겼다. 과연 김홍업 씨의 당선은 김 전 대통령의 대선 영향력으로 표면화될까?
'DJ의 복심을 두고 아전인수 해석'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김홍업 씨의 존재와 언동이 김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해석되는 현상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 의원은 다만 "김홍업 씨가 당선된다고 해서 김 전 대통령의 정치관여도가 높아지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지금처럼 현실정치에 거리를 두면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충고'를 하는 수준을 지킬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성 열린우리당 의원도 "김 전 대통령의 원내대변인이 탄생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앞으로 남북문제나 정계개편 과정에서 DJ의 복심이 중요하기 때문에 김홍업 당선자의 일거수일투족은 김 전 대통령의 의사로 해석되어 중요한 비중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러한 김 전 대통령의 '후광'이 김홍업 씨의 이후 행보에 오히려 부담이 되리라는 시각도 있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번에 아버지의 이름으로 당선이 된 것이긴 하지만 아들은 아들 나름대로의 정치적 길을 가려고 하지 않겠느냐"며 "김 전 대통령으로서도 박지원 전 비서실장 등이 자신의 정치적 대변인으로 있는데 아들을 자신의 정치적 대변인으로 삼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 의원은 '민주당에 김 전 대통령의 복심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주장이야 말로 김 전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이제까지 통합, 통합이 안 되면 후보 단일화라는 제안까지 해 온 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DJ'로 남아 있으려고 하겠느냐,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미지가 오히려 김홍업 씨의 행보와 언행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김홍업 씨의 성품도 과묵한 편이라 앞서가는 타입이 아니다"라고 단속했다.
'민주당 중심의 통합'에 탄력?
김 씨의 당선은 민주당 중심의 통합론에 영향을 미칠까? 민주당은 이번 선거 승리로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민주당 중심의 통합에 탄력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이낙연 의원은 "이번 무안·신안 지역 선거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이것이 '통합' 선거라는 점"이라며 "선거 초기에는 인지도가 낮은데다 여론의 역풍을 맞아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통합 유세를 벌이면서 전세를 반전시켰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통합을 열망하는 지역 주민들도 열린우리당이 자기 당 일처럼 뛰어주는 데 대해 적극적으로 호응했다"며 "이번 선거에서 통합의 위력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열 의원은 이번 선거로 구여권의 정계개편에서 민주당의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기대를 드러냈다. 이 의원은 "김홍업 씨는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이기 때문에 당선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후보였기 때문에 당선된 것"이라며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정계개편을 앞두고 민주당의 후보가 낙선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처지인 민주당의 위상과 역할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민병두 의원도 김홍업 씨가 통합의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봤다. 민 의원은 "김홍업 씨는 민주당 전략공천의 데미지를 만만치 않게 입었고 지역 선거운동을 거의 열린우리당이 뛴 만큼 통합의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통합의 전도사라는 이미지로 자신을 이미지 메이킹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홍업 씨의 당선이 구여권의 통합에 얼마나 기폭제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전략공천에 대한 반발로 선거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호남지역의 민심이반이 만만치 않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동교동의 부활? 그럴 생각도 의지도 없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동교동계의 적극적인 지원 활동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김홍업 씨의 당선이 '동교동계의 부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번 신안·무안 선거에는 이희호 여사와 박지원 전 비서실장 등 동교동계가 지원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동교동의 입김이 세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전면 부정했다. 이낙연 의원은 "동교동계가 부활한다면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활하겠느냐"며 "이번 선거에서는 가까운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니까 도와주는 것은 인지상정일 뿐 김홍업 씨가 당선된다고 활발히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것은 억측"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도 소위 동교동계에서는 극도로 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동교동계의 부활이 여론이 도움이 된다면 왜 그랬겠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동교동계의 영향력이 커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뭐라 답하기 곤란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그분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경계했다.
민병두 의원은 "동교동계는 이미 정치적으로 이미 무너진 상황"이라며 "범여권의 상황 자체가 동교동계의 주도를 가능하게 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동교동계 관계자도 "그런 생각은 모두 심각한 억측일 뿐"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고 나설 사람이 있겠느냐"고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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