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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의 다중살인…교내 총기범죄의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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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의 다중살인…교내 총기범죄의 전형"

고교동창들 "영어 못하는 조, 따돌림 당해"

"학교 다니는 내내 조의 입에서 나온 말이 50단어 정도 됐을까?"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의 범인 조승희 씨와 함께 버지니아 북부 페어팍스 카운티 소재 웨스트필드 고등학교를 다녔던 존 안토니오는 지난 17일 <유에스에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조 씨를 "인사도 하지 않는 아이"로 기억했다.
  
  조 씨 가족이 살았던 센터빌의 한 이웃은 "웨스트필드처럼 북적거리는 분위기의 학교에서 조는 항상 점심을 혼자 먹었다"고 전했다.
  
  8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조 씨가 학창시절을 외톨이로 보냈음을 추정케 하는 증언들이다.
  
  이에 현지 전문가들은 조 씨가 적어도 몇 주 전부터 '다중살인'을 계획한 배경에는 다른 이들로부터 따돌림 당하고 놀림을 받은 경험들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결론 내는 분위기다.
  
  요컨대, 조 씨는 외면당한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과 가해자들에 대한 누적된 적의를 총기난사라는 파괴적인 형태로 분출했다는 얘기다.
  
  수업 중에 "중국으로 돌아가" 놀림받기도
  
  조 씨의 또 다른 고교 동창인 크리스 데이비스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조가 딱 한 번 소리를 낸 적"을 기억해 냈다.
  
  당시 담당과목 교사가 돌아가면서 큰 소리로 책을 읽게 시켰고 조 씨의 차례가 됐지만 조 씨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에 교사가 "일어나 책을 읽지 않으면 F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위협해서야 조 씨가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데이비스는 "그 목소리가 입에 무언가를 가득 물고 있는 듯 낯선 목소리였다"고 말했다.
  
  이에 반 친구들은 웃음보를 터뜨렸고 몇몇은 그에게 손가락질하며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놀리기도 했다.
  
  "조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고 말한 다른 고교 동창들도 어렴풋이 조 씨가 내성적인 성격과 웅얼거리는 말투 때문에 따돌림과 놀림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한 여학생은 "조가 영어를 조금만 잘 했더라면 다른 한국인 친구들처럼 무리없는 학창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1999년 미국 콜로라도 주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도 따돌림과 집단적인 괴롭힘을 당해 온 학생 두 명이 총을 든 경우다. 그들은 범행 당시 "괴롭힘당한 일을 잊지 못해 복수하는 것"이라며 급우들에 대한 적개심을 스스럼없이 드러냈고 총격의 대상도 주로 공부 잘하거나 운동을 잘해 '선망 받아온' 동료들이었다.
  
  제임스 알란 폭스 노스이스턴 대학 형법교수는 "조는 내가 지난 25년간 연구해 온 '다중 살인'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며 친구가 없었다는 점, 누군가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점,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복수를 꿈꾼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2002년 교내 총기사건의 공통점에 대한 연방 보고서 역시 교내 총기 범행의 71%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괴롭힘을 받거나 학대를 받았다고 느낀 범인이 공격적으로 변한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톨이나 집단 괴롭힘 등과 같은 외부요인들은 계기를 제공했을 뿐, 조 씨가 잔인한 범죄를 계획에서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겼던 것은 정신병 등 내부의 동기가 있었기 때문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시카고 소재 러시대학 메디컬 센터의 로이스 크라우스 교수는 "괴롭힘을 당했다고 해서 누구나 조와 같은 정신장애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며 조 씨의 범행을 "망상성 장애 등 극도의 다양한 인격 장애가 복합적으로 표출된 결과"로 진단했다.
  
  캐나다 총기난사 사건 범인과도 닮은꼴
  
  조 씨는 <NBC> 방송에 보낸 동영상과 1800자짜리 '선언문(manifesto)'에서 콜럼바인 사건의 범인인 에릭 해리스와 딜란 클레볼드를 '순교자'라고 칭했다.
  
  또 조 씨가 보낸 사진 중 수렵용 조끼를 입고 총을 자신의 머리에 겨누거나 칼을 목에 겨누고 있는 사진들은 작년 9월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 도슨대학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인 킴비어 길이 보여준 행태와 흡사하다는 평이다.
  
  자신이 다니고 있던 대학 구내식당에서 총기를 난사해 1명을 죽이고 20명을 다치게 한 길은 범행 전 사진의 웹 사이트에 트렌치코트를 입은 채 총기를 들고 있는 사진 50여 장을 올렸다.
  
  길은 또 자신을 '죽음의 천사'라고 소개하며 무기에 대한 애착, 불특정 다수에 대한 증오심 등이 담긴 글을 남겼다.
  
  조 씨가 적어도 몇 주 전부터 동영상을 촬영하고 무기를 구입하는 등 사건을 치밀하게 준비해 왔던 점도 이전에 발생한 다른 교내 총기사건들과 유사점으로 지적됐다.
  
  폭스 교수는 "그간 조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계획이 세워져 있었을 테고 오히려 범행을 실행하면서 다소간의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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