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핵심 증거는 공개 필요" vs "모방범죄 우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핵심 증거는 공개 필요" vs "모방범죄 우려"

거센 논란 속 콜럼바인 유가족들은 "모든 것 공개돼야"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사건의 범인인 조승희 씨가 미국 방송국에 보낸 동영상과 사진, 글들이 언론에 공개된 것을 두고 미국 내 논란이 뜨겁다.
  
  조 씨로부터 비디오테이프와 문서를 받은 <NBC> 측은 동영상 사본 등을 방송에서 공개하며 "핵심 증거는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으나 이 같은 결정이 조 씨의 범행동기를 충족시켰을 뿐 아니라 모방범죄 가능성마저 높였다는 비난도 적잖은 것이다.
  
  "방송사가 조승희의 뜻대로 움직인 것"
  
  18일 10분 분량의 동영상 파일이 담긴 DVD와 사진 43장, 1800자짜리 선언문(manifesto) 등 조 씨가 보낸 우편물을 받아든 <NBC> 측은 일단 조 씨의 물품들을 공개치 않기로 결정을 내렸으나 두어 시간의 회의 끝에 입장을 바꿔 증거물의 일부를 공개했다.
  
  이에 <NBC> 웹사이트 인터넷 게시판에는 조 씨의 동영상 방영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대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아이디가 IDF인 한 네티즌은 "미디어가 살인자의 마지막 영상을 방송한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동영상 방영이 모방범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이디 Carpetbeetle 역시 "모방범죄가 일어난다면 이에 대한 비난은 당신들에게 쏟아질 것"이라며 방송사의 책임 문제를 거론했다.
  
  방송사가 조 씨의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결국 범행에 동참했다는 의견들도 적잖았다.
  
  아이디 Billhenry는 "그는 우리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당신들은 그에게 더 많은 것을 주었다"고 비난했고, 아이디 mar0521은 "그는 언론이 이렇게 대응을 할 줄 알았고 당신들은 그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조 씨의 동영상을 통해 오히려 비슷한 범죄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방송사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아이디 Little Stalingard는 "그가 누구인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알았고 이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을 많났을 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고, 아이디 Ossing NY는 "우리 모두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에 사진을 보여주는 것은 괜찮다"고 주장했다.
  
  <폭스뉴스> "정신 나간 영상물로 대중을 괴롭혀"
  
  이런 와중에 희생자 유가족들과 버지니아 공대 재학생들은 "유가족과 친지들의 감정을 고려치 않은 경솔한 짓"이라며 비난에 가세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항의의 표시로 <NBC> 프로그램 출연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경쟁 방송사들도 <NBC>의 결정에 반기를 들며 우회적인 비난에 나섰다.
  
  <ABC> 방송은 웹사이트를 통해 조 씨의 사진과 비디오를 방영하는 것이 적절한 일인가에 의문을 표했고, <폭스뉴스>는 이번 사건의 증거물을 공개하는 일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폭스뉴스>는 특히 이날 오전 간부들에게 보낸 통지를 통해 "우리는 이 정신 나간 영상물들을 방영해 대중을 괴롭힐 이유를 찾지 못했다"며 <NBC>의 결정을 비판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조 씨의 동영상이 처음으로 방영된 <NBC>의 '나이틀리 뉴스'는 이날 시청률이 두 배 가까이 올라 같은 시간대를 장악해 온 <ABC> 방송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콜럼바인 고교 사건 희생자 유족들 "모든 것 공개돼야"
  
  이같은 논란 속에 콜럼바인 고교 사건 희생자 유족들은 "범죄자들은 정보가 없이도 결국 일을 저지른다"며 모든 것을 공개,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고 유사 범죄 예방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전혀 다른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1999년 콜럼바인 고교 참사때 딸 로렌타운센드(당시 18세)를 잃은 돈 애너 씨 등 당시 유족들은 범인인 딜런 클레볼드와 에릭 해리스가 범행 계획을 사전에 웹사이트에 올리고, 심지어 법원에서 자살 및 살인 충동이 있다고 진술까지 했었음에도 범행을 막지 못했던 사실을 지적하고, 문제 인물에 대한 치료 등 사전 조치가 취해지도록 모든 정보가 낱낱이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이들 유족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 클레볼드와 해리스의 부모로 하여금 "아이들이 어쩌다 살인범이 됐는가"를 놓고 진술케 하는 데 성공했으며 또한 관련 당국은 두 소년을 상대로 제기는 됐지만 전혀 조사되지 않았던 수많은 불만 사례들을 내놓아야 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달 덴버 공판에서 두 소년 부모들의 진술을 비롯한 수천 가지 기록, 두 소년의 범행 계획 비디오 등의 공개와 관련, "유사한 참극 예방을 위한 합법적 공익적 측면도 있지만 모방 범죄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면서 자료를 20년간 공개하지 못하도록 판결했다.
  
  이에 대해 아들 대니얼을 잃은 브라이언 로바우 씨는 "부모들의 진술을 통해 두 아이가 그렇게 자란 가정 내 역학 관계를 알 수 있고 또한 비디오를 보면 이미 수 년전 짠 범행 계획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한 것도 알 수 있다"면서 "그런데도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해 우리가 알게 된 것을 이용하는 것을 허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애너 씨는 "현행법은 한사람의 권리가 평화와 안전 속에 살고자 하는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빼앗게끔 돼 있다"고 비판하면서 조 씨를 비롯, 클레볼드, 해리스의 가족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소송 공포와 비난을 살 우려 때문에 침묵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