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최소 33명을 포함해 6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총기문화에 대한 오랜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 1인당 총 한 자루씩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에 의한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이번 같은 불상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 안팎 언론들의 한결같은 시각이었다.
"총기 규제 강화 않는 한 재발 방지 장담 못해"
<뉴욕타임스>는 17일자 사설에서 "미국인들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위험의 하나가 놀랍도록 구하기 쉬운 무기로 무장한 살인자들로부터 비롯된다"며 총기 규제 강화를 강하게 촉구했다.
신문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혹은 범죄를 저지르려고 마음을 먹은 개인이 무장을 하고 무방비 상태의 사람들을 해치는 데 어려움이 없는 한 유사한 사건의 재발은 틀림없는 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으로 일반인들이 총기를 쉽게 구하고 소지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총을 지닐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이 수정돼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유럽 언론들의 비판은 좀 더 매서웠다.
이탈리아 일간 <매니페스토>는 "총기난사는 애플파이만큼이나 '미국적'인 것"이라고 꼬집었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총기를 이용한 범죄가 큰 문제가 됐다고 해서 미국인들의 '총에 대한 열정'이 식으리라고 기대하는 건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호주 정부가 1996년 35명이 사망한 타즈매니아 총기난사사건을 계기로 모든 종류의 반자동 무기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사실을 들며 미 정치권도 총기 통제를 강화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총기문화에 갑작스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1999년 미국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학생 2명이 권총과 산탄총으로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사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직후에도 총기 규제 법제화가 추진됐으나 좌절된 적이 있다.
미국 최고, 최대 로비단체로 꼽히는 총기협회의 정치권 로비 탓이다.
이에 <로이터> 통신은 "미국에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숫자만 한 해 3만 명에 달하지만 여전히 개인 총기 소지자가 다른 어느 나라 보다 많은 것은 통제를 강화하려는 목소리를 억누르는 총기업자들의 강력한 로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