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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UN총장은 '위대한 지도자'의 도움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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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UN총장은 '위대한 지도자'의 도움 받을 수 있을까

[기자의 눈] 테러 표적 돼서도 '치안 개선' 자신하나?

22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이라크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라크에서 유엔의 역할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라크 치안 상황이 개선됐다는 것이 유엔의 판단이므로 "이라크 잠재력의 자물쇠를 벗기는" 재건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국제정치에서 이렇게 중요한 분이 바그다드를 찾았다는 것은 이라크 치안이 나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화답하기가 무섭게, 반 총장이 '개선을 보증한' 이라크 치안이 본모습을 드러냈다. 반 총장과 말리키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던 그린존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 로켓포가 떨어졌던 것이다.
  
  수행 기자단엔 '위장 일정표'를 돌리고 기자회견 직전에야 이라크 방문 사실을 공개할 정도로 '극비 방문'이었던 점까지 감안하면 이라크의 허술한 치안뿐 아니라 저항세력의 정보력에도 입이 벌어진다.
  
  반 총장이 '큰일을 당할 뻔한' 소식에 뉴욕의 유엔 관계자들은 3년 전 악몽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2003년 8월 유엔대표부가 기거하던 그린존 내 건물에 자폭테러가 일어나 총장 특사로 와 있던 세르지우 멜루 사무차장 등 22명이 사망했고 즉시 유엔은 이라크 내 활동을 접었다. 유엔 직원이 목숨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활동을 계속할 수 없을 뿐더러 치안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재건 활동도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그린존에 떨어진 로켓포의 굉음은 그 때보다 나아진 게 없는 이라크의 치안 상황을 전 세계에 생중계 했다.
  
  지축을 흔드는 굉음과 천장에서 떨어진 건물 파편을 피해 본능적으로 단상 아래로 상체를 숙이는 반 총장의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라크 치안이 개선됐으니 유엔의 활동을 늘리겠다는 반 총장의 발언에 고개를 갸웃거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총장의 '이라크 드라이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라크 재건 5개년 계획도 발표 해 놓은 상황이다.
  
  하루에도 폭탄을 실은 수십 대의 자동차가 미군을 향해 혹은 상대 종파를 향해 돌진하는 혼돈 상황을 '내전'이 아닌 '개선'으로 받아들인 의외의 대범함을 통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한 기막힌 타이밍까지도 우연으로 덮고 가려는 듯 하다.
  
  정통 외교관료 출신으로 처신이 신중하기로 이름난 반 총장이 유독 이라크 정세를 두고서는 상식을 거스르는 판단을 하는 배경을 추정컨대, 씁쓸하지만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월 반 총장을 만나 "이라크에서 유엔의 존재감과 역할을 확대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라크 치안이 개선됐다는 결론도 전 세계에서 부시 행정부 관료들만이 내릴 수 있는 독특한 분석이기 때문이다.
  
  반 총장이 부시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공개적으로 치하하면서부터 제기됐던 우려섞인 전망이 당장 이라크 정책으로 현실화되는 듯하다. 하긴, 반 총장이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사격 아래 '세계 대통령' 자리에 올랐던 그 순간부터 '이제 유엔이 미국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수군거림은 시작됐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반 총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전화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반 총장이 미국의 실패한 이라크 정책을 따라하다 궁지에 몰려도 "위대한 지도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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