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철군을 둘러싼 미국 민주당과 부시 행정부 간의 기싸움이 본격화됐다.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8일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 시한을 늦어도 내년 8월까지로 못 박은 법안을 발표했으나 백악관은 "현실 가능성이 없는 얘기"라고 일축하며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임을 밝혔다.
"내년 3월부터는 무조건 철군"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비 예산안의 부수법안으로 이라크 상황 여하에 따라 미군을 이르면 금년 말 또는 늦어도 내년 8월까지 철군시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 따르면 만일 부시 대통령이 오는 7월 1일까지 이라크의 군사, 정치, 경제적 안정과 관련한 일정 요건을 부합시켰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6개월 이내, 즉 금년 말까지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
또 부시 대통령은 오는 10월 1일까지 이라크 정부가 이라크 안정화에 필요한 요건을 모두 갖췄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며 만일 입증할 수 없게 되면 내년 3월까지 철수를 마쳐야 한다.
이 모든 조건과 상관없이 내년 3월 1일부터는 무조건 철군을 시작해 8월까지는 모든 미군 병력이 이라크를 떠나야 한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지 만 4년을 채우는 동안 민주당이 철수 시한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BBC>는 "민주당이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직접 도전을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이라크 전략의 근본적인 수정을 목표로 한 이 법안을 두고 백악관과 공화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의회를 통과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
여태껏 단 한 번도 이라크 작전의 종료 시한을 언급한 적이 없는 백악관은 당장 이 법안을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생각(a non-starter)"으로 규정하고 설사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댄 바틀렛 대통령 보좌관은 "민주당은 바그다드 전장이 아니라 워싱턴 정가의 상황에 기반을 두고 성급하고 부자연스러운 철군 논의를 꺼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라크 사태 해결 위해 정치적 해법도 병행"
한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은 이날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사태 해결을 위해 군사적 접근뿐 아니라 정치적인 해법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현지 전략의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은 "소외된 그룹을 대화로 끌어 들이는 게 중요하다"며 "군사적 행동도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으며 정치적인 측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외된 그룹'에 대해 그는 "새로운 이라크에선 자신의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 아래에서 기득권을 잡았다가 미군 침공 이후 밀려난 수니파 무장 세력과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강경 시아파 민병대 등을 지칭한 것이다.
이들이 미군을 상대로 한 테러를 계속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공격은 불가피하게 계속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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