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저명 철학자이자 사회 이론가인 장 보드리야르가 6일 파리의 자택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시뮐라시옹'(거짓 꾸밈.위장) 이론으로 유명한 고인은 1929년 서부도시 랭스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교사를 지낸 뒤 파리 10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며 50권 이상의 저서를 남겼다.
시뮐라시옹 이론은 현대사회에서 원본과 복사본,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와 구분이 모호해지고 차이가 없어진다는 해석이다.
그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생산물이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기호가 소비된다. 현대사회는 모사된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는 복제의 시대라는 그의 이론은 철학 뿐 아니라 미디어와 예술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현대성에 대한 가장 뛰어난 해석자 중 한 사람, 프랑스의 주도적인 포스트모던주의자로 꼽힌다.
'소비의 사회', '기호의 정치 경제학 비판', '푸코 잊기','시뮐라크르와 시뮐라시옹', '숭고한 좌파',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메리카' 등이 주요 저서다.
그는 1991년 "걸프전에서 어느 쪽도 승리를 주장할 수 없고 전쟁은 이라크에서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았다"며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도발적인 주장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테러리즘의 정신'이란 에세이에선 2001년 9.11 사태를 '스스로에 맞서 싸우는 승리하는 세계화의 표출'로 묘사해 새로운 논쟁을 유발했었다.
그는 문학 포럼 참석차 2005년 5월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반도가 통일돼 물질적이고 가시적인 경계가 사라지면 문화적이고 비물질적인 대립과 분쟁이 유발될 수 있다. 한국은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며 조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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