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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축'은 죽지 않았다, 변화할 뿐…

美, 이란·시리아와 4월 회담…'노선변경' 시그널?

부시 미 행정부가 이라크 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 시리아와 대화에 나설 용의를 밝혔다. 핵 실험을 한 북한과 양자대화를 통해 2.13 합의를 이끌어 낸 지 보름 만에 다시 또 다른 '악의 축' 국가인 이란, 시리아와의 대화 방침이 천명된 만큼, 미국의 외교 노선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강경파 퇴조로 '적과의 대화'도 가능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지난 27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이라크 정부가 시리아와 이란 등 주변국들을 초청해 두 개의 콘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각국 정부들이 이라크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의 개최를 위해 미국은 일단 시리아, 이란 등과 대사급 대화를 가진 뒤, 4월 초순께 이스탄불에서 라이스 장관이 참석하는 장관급 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참가국은 이란, 시리아,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과 선진국 모임인 G8 회원국 등이 될 전망이다.

지난 연말 이라크연구그룹(ISG)으로부터 이라크 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 시리아와 협력할 것을 제안 받았던 부시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는 이를 거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용한 셈이 됐다.
▲ 미국이 북한과 협상한데 이어 이란, 시리아와도 대화 의사를 밝힌 것은 대외정책 전반의 변화 조짐으로 여겨진다. 이는 딕 체니 부통령이 퇴조하고 있는 경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부시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을 지켜보고 있는 체니 부통령. ⓒ로이터=뉴시스

이 같은 부시 행정부의 태도 변화는 북핵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양자대화도 마다치 않았던 '2.13 합의'의 예와 맞물려 미국의 대외전략 변경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ISG 보고서 작성에도 관여했던 다니엘 서워 미 평화연구소 부소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악의 축'은 어제처럼 여전히 살아 있다"면서도 "문제는 예전에 통용됐던 개념이 죽었는가 하는 것이고 일을 풀리게 하려면 대화를 해야 할 상대와는 대화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한, 이란, 시리아 등이 미국의 '적(敵)'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적과는 대화하지 않는다'던 미국의 정책은 변경이 가능하고 최근 들어 부시 행정부 내에서 변화 조짐이 엿보인다는 얘기다.

그 모멘텀을 두고는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나, 일반적으로는 딕 체니 부통령으로 대표되는 강경파가 퇴조하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주도하는 협상파가 득세하는 쪽으로 행정부 내 세력 구도가 변화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요컨대, 지난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만 해도 '악의 축' 국가들은 무조건 고립시켜야 한다는 체니 부통령의 견해가 곧 부시 행정부의 견해로 투영됐으나 시간이 갈수록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대중적 신뢰가 떨어졌고 이에 대한 심판으로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자 행정부 내에서 체니 부통령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라이스 장관의 정부 장악력이 높아진 것은 당연지사다.

이에 적국과 최소한의 접촉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한 행정부 고위 관리는 "이 소식을 듣고 '아하!'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는 아니었다"면서도 "다만 제한적인 성공이라도 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라이스, '대통령 직보'로 강경파 따돌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이제 막 발표한 '적과의 대화 방침'이 실제 대화로 이어져 실질적인 해법까지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은 '내부의 적'부터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13 합의가 발표되기도 전에 존 볼턴 전 유엔대사가 대통령의 거부를 촉구했던 전례에서도 행정부 내 강경파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행정부 곳곳에 잔존한 강경파는 여전히 '일을 되도록 할 수는 없어도 막을 수는 있을 만큼'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몇 차례 실패를 경험한 라이스 장관은 새로운 우회로를 개발한 듯하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로부터 북한이 핵 폐기 초기조치를 하기로 했다는 합의내용을 받아들고 베를린에서 바로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승인을 받아냈던 것처럼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짓는 방식으로 말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까지 이란의 핵개발을 강하게 비난해 왔던 라이스 장관이 돌연 대화 방침을 밝혔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란, 시리아 회담에서도 비슷한 전략이 사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이란이 한 테이블에 앉는다고 해서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양국의 첨예한 대치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키도 어렵다.

미국은 여전히 페르시아 만 인근 해역에 항공모함을 두 척이나 배치해 둔 상태고 유엔 차원의 이란 제재 논의 또한 계속 진행 중이다.

<BBC>는 "이란에 대한 점증적인 압력이 결국 핵개발 의도를 중단시킬 수 있으리란 부시 행정부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며 "미국이 근래 들어 보여주고 있는 정책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양국 간의 갈등을 진정시킬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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