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전당대회를 치르고 나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 6월 "독배를 드는 심정"이라며 시작했던 8개월 간의 당 의장 임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공교롭게 이 날은 김 의장이 회갑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
당 의장 감투에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했던 그가 대선주자로서의 새 출발을 할 수 있을까?
열린우리당의 운명과 같이할 듯
김 의장은 지난 1일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독배는 과연 썼다"며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좀 쉴 생각"이라고 에둘러 말한 바 있다. 김 의장은 전당대회 이후 당분간 휴식기간을 겸해 지역을 다니며 정치권 바깥 인사들을 만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이는 범여권의 외부인사 영입 경쟁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야만 자신의 활로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근태계의 이목희 의원은 "정치권 내부의 통합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며 통합신당의 성패는 외부 세력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김 의장은 정치권 바깥의 재야 시민단체들이 결집하도록 디딤돌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은 당장의 개인행보 보다는 '열린우리당 중심의 대통합 추진'에 매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혼란스러운 당을 수습하고 질서 있는 대통합을 이끌고 나면 '정치인 김근태'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는 것.
김 의장의 측근은 "범여권의 진용을 재구축하지 않는 한 개인 행보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집을 세우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적 절차에 따른 합의 실현이 최대의 덕목이라고 보고 당을 이끌어 왔다"며 "전당대회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충실한 행보를 해 왔느냐에 국민들이 점수를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탈당 여부는 중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의 중요한 역할을 맡은 정치인으로서 비겁하고 옳지 못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목희 의원도 "일단은 전당대회 이후 최대한 이탈 없이 잘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일부 당원들이 통합신당 추진을 받아들이지 못해 내부에서 심각한 장애가 발생할 경우에는 결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바닥에 붙은 지지율을 반등시킬만한 승부수를 찾기란 여전히 난망하다. 김 의장 측은 "뉴딜이나 대북 정책 등 정책적 정비도 중요하나 단기간 화두를 던져 남발할 필요는 없다"며 "결국 대선주자로서의 행보와 범여권의 재정비 사이의 중심을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현재 범여권의 주자들 중 높은 지지율을 가진 사람은 없다"며 "범여권 주자간 개인적인 차별화로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착각일 뿐 정치권의 그 누구도 여권의 전반적인 상황을 방치하고 지지율을 올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우리당 중심의 통합신당'에 '올인'하다가는 난파선과 함께 대선주자로서의 김근태도 무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우려가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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