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이 신발 끈을 다시 동여매고 있다. '전쟁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됐던 작년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이후 '외교적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던 대중의 기대를 깨고 대규모 공습을 준비 중인 것이다. 이왕 시작한 전쟁을 무력제압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미국 정부의 이 같은 기세는 이란침공에 대한 우려마저 확산시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눈 녹으면' 대 격돌 예상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군 주도 다국적군은 지난 1일을 기해 탈레반 반군을 몰아내기 위한 공습을 다시 시작했다.
탈레반 반군이 집단 거주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남부 무사칼라 지역이 주 표적이 됐다. 1일 공습에서는 탈레반 반군 10여 명이 사망했고 4일에는 무사칼라 지역의 탈레반 지도자인 물라 가포르와 함께 차를 차고 있던 무장대원 8명이 즉사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최근 부임한 존 크래독 나토군 사령관은 지난 달 아프가니스탄 시찰 후 "탈레반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언급해 '무력대응'을 시사했고 결국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제안을 받아들여 최대 3만5000명 규모의 전투여단 추가파병을 결정했다. 증파병력을 지휘할 아프가니스탄 주둔 나토 사령관도 영국인에서 미국인으로 교체됐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역시 향후 2년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106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해 탈레반 정권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탈레반도 결사항전을 예고하고 있다. 물라 하야툴라 칸 텔레반 지도자는 지난 2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수개월 뒤 눈이 녹게 되면 2000명 규모의 자살테러조를 투입해 외국군을 공격할 것"이라며 "이를 위한 작전 준비를 80% 이상 끝냈다"고 밝혔다.
2001년 미국에 의해 축출당한 후 각 지역으로 흩어졌던 탈레반 반군은 미군이 이라크에서 곤욕을 치르는 동안 산발적으로 세력을 재규합해 작년부터는 지역별로 공세를 강화해 온 만큼, '눈이 녹는' 봄이 오면 전열을 정비한 나토군과 탈레반 간의 대결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그다드에서 이전 없던 '대공습' 계획"
종파 간 내전국면으로 접어든 이라크에서도 미국은 추가 파병을 통해 확전을 기정사실화해 두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3일 라디오 연설에서 올 한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예산으로 의회에 약 1000억 달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가 파병 규모와 관련해서도 부시 대통령은 당초 2만1500명이라고 설명했지만 보조 인력까지 합하면 실제 파병 규모는 4만8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의회 예산처 보고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과 병력을 등에 업은 이라크 새 작전은 일단 바그다드 치안 유지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주말 130여 명의 사망자를 낸 바그다드 시내 폭탄테러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유혈충돌을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이에 추가파병 병력 중 1만700 가량이 바그다드 내에 주둔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BBC> 인터넷판은 5일 이라크 군 관계자 말을 인용해 "바그다드에서 유례 없었던 대규모 공습이 계획돼 있다"고 전했다. 미군이 내전을 막을 최후의 방책으로 바그다드와 그 인근 무장세력을 초토화시키는 방안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과거의 예에 비춰봤을 때, 미군의 대대적인 공습이 일시적으로는 반란군의 적대행위를 중단시키는 효과를 발휘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군에 대한 반발심을 극대화시켜 또 다른 저항과 갈등을 낳았던 만큼 이라크 내전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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