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체니 미 부통령은 28일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항모를 증파한 것은 역내 우방들과 함께 이란의 위협에 대처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군사적 조치를 배제하고 있지 않음을 내비쳤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28일 다시 한 번 전쟁을 벌이고 싶어 안달이 난 부시 행정부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대 이란 압박은 미국인들의 관심을 이라크 전쟁에서 이란으로 돌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이라크의 혼란에 대한 책임을 이란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영국에서 발행되는 <선데이 헤럴드>는 28일 불가리아 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습은 4월 말이 될 것이며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 있는 미 공군 기지도 이 공습을 위해 이용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음은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시아타임스>의 이란 주재 특파원인 이아손 아타나시아디스가 이란을 둘러싼 최근의 중동 상황과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관해 분석한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아타나시아디스는 이란이 중동의 강국으로 부상하게 된 것은 이란의 적이었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과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제거해 준 미국의 '덕'이라며, 이란의 부상을 경계하는 일부 국가들의 연대전선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타임스>는 이어 군사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핵시설에 대한 광범위한 공습 대신 국경 부근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치고 빠지기식' 군사행동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편집자>
이란의 부상은 미국의 '공(功)'
소문으로만 떠돌던 미국 주도의 반(反)이란 국가연합이 구체화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으로 대표되는 보수적인 수니파 국가들과 세속 무슬림 국가들의 범중동 연합은 이란의 신정체제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포드 행정부 때부터 레이건 행정부까지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했던 미국 대외정책 분석가 개리 식은 그 국가연합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란의 동쪽 적이었던 탈레반과 서쪽 적이었던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며 사상 처음으로 이라크에 친(親)이란 정권을 세운 미국 때문에 이란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 지역의 강자로 부상했고, 이스라엘의 라이벌이 되었다."
중동에서 새롭게 시작된 냉전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리전으로 바그다드, 베이루트, 가자지구 등을 전장으로 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레바논 정부에까지 이란의 영향력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헤즈볼라를 파괴할 비밀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헤즈볼라의 거리 시위는 아마도 그에 대한 반발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라프>가 폭로한 비밀 보고서에 따르면 부시 미국 대통령은 CIA로 하여금 푸아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의 뒤를 봐주게 하고 헤즈볼라에 반대하는 단체와 개인들을 사주해 시니오라 정부를 지지하도록 하는 작전을 승인했다.
반이란 국가연합은 지난 주(21~27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이집트를 방문한 파키스탄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게까지 손을 뻗쳐 외연을 확장했다. 사우디에서 전략적인 협력을 약속한 무샤라프의 이집트 방문에 대해 사우디의 뉴스 사이트 <엘라프>는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이집트, 사우디, 터키 등 수니파 국가연합이 파키스탄을 포섭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란문제 전문가이자 <샤르크 나마>라는 잡지의 편집장인 무스타파 알 라바드는 "그 나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란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긴장 속에서 이득을 얻고 있고, 이라크와 레바논 같은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분열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서방을 적대시하는 무모한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수니파 국가연합의 형성을 부추기고 있는 형편이다. 이란의 일반 국민들은 아마디네자드의 선동적인 발언들을 듣고 그가 CIA에 고용된 게 아니냐는 농담을 한다.
"2월 말 미국 군사배치 완료"
중동에서 '끝장'을 보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중동 국가들은 외교적인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외교장관은 지난 주 테헤란을 방문해 "지역의 안정은 매우 중요하고 무력 대신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외교적 해결책을 강조했다.
지난주 이란은 하메네이와 아마디네자드 명의의 편지를 이란의 핵협상 대표인 알리 라리자니를 통해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에게 전달하면서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사우디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우디의 한 관리에 따르면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사우디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을" 용의가 있다.
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중동 순방길에서 사우디를 제외함으로써 불쾌한 심사를 내비쳤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과 이란을 중재해보려는 사우디의 시도를 무산시켰다.
미국이 페르시아만에 무력을 증강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대해 이란은 테헤란 남동부 사막지대에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며 3일간의 군사훈련으로 대응했다. 지난 주 러시아는 이란에 '토르'(TOR-M1) 지대공미사일 29기의 인도를 완료했다. 비행기, 헬리콥터, 크루즈미사일 등을 공격할 수 있는 그 미사일은 이란 중부의 핵시설 주변에 배치됐다.
미 국무부의 정보분석가였던 웨인 화이트는 "미국이 절망적인 이라크의 상황을 만회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란에 대해 군사적인 무엇인가를 행한다면 핵시설에 대한 광범위한 공습이 아니라 국경선 부근에 있는 목표물을 타격하고 신속히 빠지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르시아만에 새롭게 배치되는 미국의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는 현재 이동중에 있으며 이미 배치된 아이젠하워호와 함께 공습 작전을 진행할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란의 핵능력과 보복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24개의 목표물을 공격할 것을 고려중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될 경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무산된다.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란군은 지난 주 미국의 무인 정찰기를 격추시켰다고 이란의 한 국회의원이 밝혔다. 이란 국경 부근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소식통은 미국의 무인 정찰기가 추락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라면서 다만 미국과 이란 양측이 그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가 정찰기를 이란 영공에 침투시키는 것은 이란의 레이더 위치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미 공군 대령으로 전역한 샘 가디너는 필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군이 중동지역에 이동시켜놓은 무기들을 열거하며 "그 무기들은 지금도 이동하고 있고 2월 말이면 제자리에 놓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미국은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의 수위를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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