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반전 시위의 기수였던 할리우드 스타 제인 폰다가 27일 워싱턴 의회 앞 내셔널 몰에서 열린 이라크 확전 반대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폰다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던 지난 1972년 8월에도 북베트남의 수도였던 하노이를 방문해 "베트남 전쟁은 미국인에게도 재앙"이라며 반전연설을 했었다.
베트남 라디오 방송을 통해 베트남 전역은 물론 미국 전역에도 알려진 이 연설은 반전주의자들에게는 '명연설'이란 극찬을 받았으나, 미국의 승리를 바랐던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분노를 사면서 폰다의 인기에 치명타를 입히기도 했다.
이같은 논란을 겪은 후 지난 34년간 전쟁에 관해서라면 공개적 언급을 피해 왔던 폰다였지만 이라크에 미군 2만1500명을 더 보내겠다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어리석은 선택'에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
베트남 반전시위에 동행했던 딸은 물론 두 손녀딸까지 대동하고 나타난 폰다는 "딸, 손녀딸과 함께 할 수 있어 기쁘지만 우리가 아직도 반전시위를 해야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우리는 베트남전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숀 펜, 수잔 서랜든, 팀 로빈슨 등 다른 스타들도 폰다와 함께 연단에 올랐다.
숀 펜은 "추가파병을 막을 더 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의회는 2008년 선거에서 그 값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최근 법적 효력이 없는 '파병불허 결의안'을 통과시킨 상원을 비난했다.
"민주당, 표값 좀 해라"
집회를 조직한 '평화정의연대(United for Peace and Justice)' 측은 이날 참가자가 4만 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반전집회 꾸준히 계속돼 왔지만 이날처럼 대규모 인원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드문 경우다.
'투어 집회', '지역별 집회'를 선호했던 반전주의자들이 이날 워싱턴에 모인 것은 추가파병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권력인 의회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작년 11월 중간선거를 통해 상하원 권력을 모두 민주당에 몰아줬는데도 의회가 정치적 성격의 결의안 외엔 다른 도리를 취하지 못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통일그리스도교회연합 그래일란 행글러 목사는 연설을 통해 "우리가 민주당에 표를 준 것은 철군을 하라는 지령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고, 지난 2004년 대선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수잔 서랜든도 "이라크 사망자를 줄일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나는 더 이상 정치인들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는 평화를 위해 투표했다(I voted for Peace)", "우리의 의회가 돼 달라(Be our Congress)"는 등 시위대가 들고 있는 피켓에도 '믿었던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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