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의 협력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로 고립에 빠져 있는 북한 경제의 숨통을 터주는 동시에, 러시아에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윈윈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걸림돌' 채무 문제서 큰 진전
북러관계 진전은 러시아가 약 80억 달러(7조4000억 원)의 북한 부채를 탕감해주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구체화되고 있다.
세르게이 스토르차크 러시아 재무차관과 김영길 북한 재무성 부상은 지난해 12월 17~22일 재무성 차관급 회담에서 북한의 채무 상환에 대한 이견을 좁히고 오는 3월 북러경제공동위원회 이전까지 협상을 끝내기로 했다.
지난해 회의에서 채무 전액을 탕감해 달라고 요구한 북한은 그 뒤에도 꾸준히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김영재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는 24일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해결 채무 문제가 북러 무역·경제 관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정치적인 방법으로 해결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知北派 풀리코프스키 설득이 한 몫
북한 채무에도 과거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의 탕감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고집했던 러시아는 지난해 '80% 탕감' 등을 거론하며 입장을 바꿨다. 미국의 일간 유라시아데일리모니터는 22일 북러 양국이 지난 5년 이상 부채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협상을 가진 적도 없다며 러시아의 최근 태도 변화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이는 러시아 내 대표적인 북한통인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환경기술원자력감독처장(전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이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을 설득한 결과라고 알려졌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편 현재 북러경제공동위원회 러시아측 대표로도 활약하고 있는 풀리코프스키 처장은 채무 탕감 없이는 북한과 경제협력이 불가능하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러시아는 채무를 청산하지 않은 나라에는 새로운 차관을 줄 수 없다고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빚을 진 것은 구 소련 시절 북한 최대의 김책제철공장이나 동평양화력발전소 등 인프라 건립을 위해 돈을 갖다 쓰면서부터다. 러시아 자료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소련에 절대적인 의존을 했던 북한은 기간산업 공장의 70% 이상을 소련의 지원으로 건설했다. 그러나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북한으로 하여금 전략물자를 시장가격으로 사가도록 바꿨고 차관 제공도 중단했었다.
중국의 선점 막기 위한 안간힘
채무 탕감 협상과 아울러 러시아는 지난해 7월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을 잇는 철도를 개보수하는 사업을 착공하며 경협의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공사비 분담 문제로 답보상태에 머물던 이 사업은 결국 러시아가 전액을 부담키로 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 운수통신공사는 북한 체신성과 이 구간에 통신 광케이블을 건설하고 공동으로 운영하는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러시아와 북한을 육지로 직접 연결하는 최초의 광케이블이다.
이 사업은 북한과의 철도를 현대화해 향후 남북한-러시아 3각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푸틴 대통령 등 최고 정책 담당자들의 뜻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특히 나진과 훈춘을 연결하는 도로를 활용해 나진항을 동북3성의 수출항으로 활용하겠다는 중국의 구상을 경계하며 북한 시장을 선점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에 따른 것으로도 분석된다.
한편 풀리코프스키 처장이 먼저 제안해 7년만에 열리는 북러경제공동위원회에서는 북한의 노동력을 러시아 경제에 활용하는 방안, 철도연결 사업의 다각화 방안, 러시아 전력의 대북 공급, 러시아 원유를 북한에서 가공하는 방법 등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가 최근 발행한 '2006년 북한경제 종합평가'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북한의 대러시아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2%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역량은 앞으로도 점점 더 늘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북러 경협을 앞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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