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1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전격 회동해 6자회담 후속 회담 재개를 위한 준비 협의를 했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베를린 주재 미 대사관에서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만났다고 밝히며 "여러 시간"에 걸쳐 "차기 6자회담의 준비를 잘 해 진전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이날 대화가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좋은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말해 지난해 12월 6자회담에서 북한에 전달된 '핵폐기 구상'에 일정한 진전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하고 있다.
특히 이번 만남을 먼저 제안하고 장소를 베를린으로 선택한 쪽은 북한인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적극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하고 있다. 베를린은 1990년대 북미간 주요 대화 장소로 활용됐고, 북한은 자체 공관(이익대표부)이 있는 베를린을 회담장으로 선호해 왔다.
북한과의 양자협상을 거부하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지난해 10월과 11월 베이징 북미협의에서 중국을 '끼고' 만나는 형식으로 양자회담에 임했던 미국도 이번에는 '완벽한 단독 양자회담'을 받아들여 북한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케이시 부대변인은 이번 회동이 6자회담의 틀 밖이라는 시각을 거부하고 "한 가지 다른 점은 장소일 뿐"이라며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의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차기 6자회담 날짜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빠르면 이달중이라고 이전에 말했지만, 어떻게 될지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논의를 위한 북미간 금융 실무회담의 날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BDA 실무회의는 22일 시작되는 주에 열릴 예정이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북한이 이 회의를 뉴욕이 아닌 베이징에서 열기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17일 '아메리칸 아카데미'에서 이뤄질 연설을 이유로 베를린에 머물고 있었다. 북미 회동은 애초 비공개를 원칙으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이 사실을 공개하는 대신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힐 차관보는 베를린 방문에 이어 19~21일 한국과 중국, 일본을 순방할 예정이서 베를린 회동 내용과 차기 6자회담 재개 전망 등에 대해 방문국과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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