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이 명제를 받아 "기억은 해석이다. 역사를 정확히 해석하지 못하는 사람은 또다시 불행한 역사를 만든다"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박 후보와 달리, 영화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는 정확한 역사 해석을 돕는다. 영화는 1970년대 초부터 10월 유신 선포, 긴급조치 1~9호, 그리고 부마항쟁과 YH사건, 장준하 선생의 죽음 등 박정희 정권 시절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지난 23일 오후 7시, 영화 <유신의 추억-다카키마사오의 전성시대> 시사회가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유신을 몸소 겪지는 않은 젊은 커플과 이제는 초로의 나이로 접어든 베레모 쓴 아저씨 등 약 150명의 시민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삼삼오오 둘러앉아 영화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했다.
영화는 당시의 기록필름과 관계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금지시대의 서막' '침묵의 동토' '인간의 실종' 등 8부로 나뉘어 상영됐다. 상영시간은 75분 49초. 영화 제작사 엠투(M2)픽쳐스의 김학민 대표는 "박정희 정권의 고문 조작 끝에 1975년 4월 9일 사형된 인혁당 재건위 관련자 8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러닝타임(상영시간)을 75분 49초로 맞췄다"고 말했다.
▲ 23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유신잔재 청산과 역사정의를 위한 민주행동' 주최로 열린 영화 <유신의 추억 - 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에 참가한 시민들이 영화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영화를 보러 온 시민들은 이 75분 49초 동안 함께 온 친구, 가족에게 40년 전 자신이 겪은 일을 설명하기도 하고, 다가오는 대선에 대해서 토론하기도 했다. 유신헌법이 선포되던 당시 대학생이었다는 전이사(61) 씨는 영화를 보다 떠오르는 지난 일이 있으면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젊은 친구들에게 즉석에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전 씨는 "저때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라며 말을 흐리기도 했다.
그는 "박통(박정희 전 대통령) 덕분에 한국 복지제도가 좋은 편이라고 누가 그러던데, 나는 그런 혜택 본 적 없다"며 "대기업에 다녔거나 공무원이었던 사람들만 마음 편하게 그런 소리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나 같은 사람들은 물가만 많이 올라서 힘들었다"며 "박통 때부터 사람들이 너도나도 부동산 사며 지금 이렇게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 씨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조성용(36·자영업) 씨는 "다른 것은 몰라도 박근혜(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언론 탄압은 더 심해질 것 같다"며 "지금도 (박 후보)가 저렇게 불통인데, 대통령이 되면 MB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 서울 국회도서관 강당에서도 영화 <유신의 추억> 시사회가 열렸다. 이 시사회에는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 강창일, 김민기, 김우남, 신경민, 유인태 의원 등과 진보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서울대 재학 시절 유신독재에 반대해 학생운동을 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과거를 잊지 않아야 미래로 가는 가르침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수장학회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태도를 보면,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유신 시대가 부활할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며 "박 후보가 유신이 헌법가치를 훼손했다며 미안하다고 했지만 이는 말뿐"이라고 말했다.
영화 <유신의 추억> 시사회는 '유신잔재 청산과 역사정의를 위한 민주행동'이 17일부터 진행 중인 '유신 40년 맞이 집중행동 주간'의 일환으로 열린 행사다. 집중행동주간은 오는 28일까지 계속된다.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금지곡 노래자랑'이 열리며, 이 자리에서 유신시대 금지곡인 <고래사냥>, <미인>, <왜 불러> 등이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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