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 한동안 글쓰기를 위해서 미국에 가셨다가 연말에 오신 걸로 아는데 지내셨습니까? 미국에서는 편안하게 지내셨습니까?
이문열 : 글 마치느라 사실은 미국인지 한국인지 모르게 10달은 보냈습니다.
박인규 : 한 1년 만에 들어오신 걸로 아는데, 1년 만에 와 본 한국이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까?
이문열 : 저는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별로 없는데 사람들은 많이 달라졌다고 해서 어리둥절합니다.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는데요.
박인규 : 제가 자칭 '자발적 문화소외계층'입니다. 최근에 사실 시와 소설을 거의 안 보는데, 주말에 세 권을 읽었습니다. 아주 재밌더라구요. 우선 '호모 엑세쿠탄스' 사실 발음도 어렵고. 처형하는 인간.. 영어로 execution에서 온 말인 것 같은데, 왜 이런 제목을 다셨는지. 그리고 길긴 하지만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해 주시겠어요?
이문열 : 우리 시대. 이 시대 한국을, 말하자면 가장 급하게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은 나라로 보고. 그래서 소위 구세주, 그리스도가 우리 땅에 오는 걸로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처음에는 종교적 구원으로 접근했지만 그건 사람들이 거부하고. 그보다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현세적인 구원을 요구하게 되고. 그래서 현세적 구원을 요구하는 적그리스도. Antichrist가 나타나서 그걸 추구하는데, 사실 그것도 굉장히 위험스럽고. 그래서 그것도 처형해 버리고. 결국 오직 사람들의 지혜와 능력 속에 우리 문제해결과 구원이 맡겨지는 그런 상태를 한 번 이야기해 봤습니다.
박인규 : 인간은 선한 신이든 악한 신이든 없애고. 사람끼리 문제를 풀어보는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 그런 걸 말씀하시고 싶었다. 책의 서문을 보니까 '사람의 아들'의 속편 격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대학 졸업한 직후 20대 때 '사람의 아들'을 읽고 친구들과 존재에 관한 설익은 논쟁도 많이 했는데, 그때 냄새도 나면서 현실정치나 현실이 돌아가는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발언을 하셨어요. 그러면서 특히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 종말론 가깝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실제로 우리나라 상황이 절박하고 급박한가요?
이문열 : 저 자신은 종말론적인 상황에 동의 안 하는데, 먼저 말하고 싶은 하나는, 종말론이라는 게 말 그대로 끝장나고 망해버리는 것보다, 제가 쓸때는 어떤 구원론의 전제. 이러니까 문제해결 혹은 구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라는 뜻에서 종말론적인 말을 썼구요. 저 자신은 그런 극단적인 종말론적 상황에 대해 동의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느끼기에는 80년대쯤부터 그것이 굉장히 하나의 사회적 견해로 대중들에게도 제안되기 시작하고 동의를 묻기 시작했는데, 지금 와서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어떤 문제 어떤 문제는 지금 풀지 않으면 안 돼. 종말론적인 상황이 맞다고 동의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박인규 : 뭔가 점진적이고 합리적인 해결보다는 극적이고 일도양단적 해결을 요구하는 풍조가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이문열 : 그것도 있지만 시기적으로, 어떤 것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여기서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는, 시기에 대한 동의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작품을 보면, 작가께서는 종교적 구원이라는 문제와 정치적 해방? 또는 군사적 해방이라는 문제를 대비시켰다는... 제가 제대로 읽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조금 전 말씀하셨을 때 80년대 이후에 종말론적 해결을 추구하는 풍조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런 풍조들이 말하자면 그 전에는 없었고 80년대 이후에 생겼다고 보시는 겁니까? 왜 그렇게 보십니까?
이문열 : 풍조야 있었지만 사회적인 힘을 가진 건 80년대 이후라고 봅니다. 특히 근래까지 포함하면 90년대 후반도 되겠죠. 거기서 조금 더할 것은, 그리스도와 적그리스도라고 할 때 이 개념은 사실 내가 결정한 게 아니고, 보통 적그리스도가 누구냐에 대해서 많이 논의합니다. 일반적으로 적그리스도를 사탄으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사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다음에 온 메시아를 지칭하면서 세속적인 구원과 해방을 추구하는 사람들. 그들이 적그리스도 아닌가 하기도 하고. 물론 네로라든가 이런 사람을 적그리스도로 보기도 합니다만.
박인규 : 제가 기자라 그런지 몰라도 작품에 나타난 작가의 현실인식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는데, 제가 정확히 본 건지는 모르지만.. 제가 보기에는 북한에 대한 경계랄까 우려가 굉장히 강하셨고. 또 우리 사회가 내전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예를 들면 작중에 나온 말이긴 합니다만, '우리 당대적 문제해결의 이니셔티브를 지난번 선거에서 모두 북한정권에게 주었다. 또 이번 대통령 선거는 386세대와 주사파의 승리를 뜻하는 것이냐. 결국 이 정권은 수정론으로 수렴되는 주체통일조국의 남측 징검다리일 뿐이냐.' 등등 상당히 우리사회 문제해결이 북측에 동조적인... 내지는 북측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끌고 가고 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실제로 DJ정부 이후를 그렇게 보시는 겁니까?
이문열 : 지금 인용하시는 부분은 어떤 극단한 인사가 그런 의심을 드러내는 것이고 바로 그것이 내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반북인사나 반북이라든가 혹은 내전에 대한 우려 같은 건 상당부분 저한테도 있습니다. 이렇게 민족주의나 외세에 대한 어떤 원초적 감정이 내전에서의 헤게모니를 잡는 데 활용된다든가 이런 것들.
박인규 : 작품에서는 '피의 땅에 기댄.. ' 이런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
이문열 : 예.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건데요, 이걸 가지고.. 말하자면 내전에서의 우선권을 잡는 데 활용하는 것이죠.
박인규 : 일부 말하자면 보수에 계신 분들이 현 정부나 이전 정부가 북한에 동조 내지는 추종한다고 보시는 의견을 전달하셨다고 보시는 의견을 전달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본 인은 어떠십니까?
이문열 : 그 부분도 전혀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러나 내 강조가 더 실려 있는 것은... 뭐랄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적 현실이 있는데, 물론 이것이 자칫하면 역사와 허무주의로 이해되겠지만. 지금까지 세상에서 한 번도 없어 본 일이 우리한테는 가능하다고 우기면서 무리한 진행을 해나갈 때는 그런 걱정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우리에게 없었던.. 역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건 어떤 겁니까. 민족화해, 그런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문열 : 예를 들면, 오래 경쟁체제로 있어 오던 두 체제가 그림같이 화해의 정신 하나로 통일된 적이 있었는지. 또 오래 나뉘어 있던 민족이 그냥 화해정신 하나로 안은 적이 있었는지.. 한 번도 없었는데. 그런 적이 없어도 꿈꿀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꿈꾸더라도 조심스럽게 꿈꿔야지요. 그걸 자신 있게, 반드시 이렇게 될 거라고 믿고 남에게 강요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지나친 낙관과 강요는 문제가 있다. 작품을 보면, 유대전쟁사라는 얘기를 통해서 로마로부터 독립하려는 유대인들의 노력이 오히려 참혹한 내전으로 끝났다고 말씀하시고. 작중 작가가 르완다도 가고. 실제로 삼치회인가 전직 공안 분들은 내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저는 사실, 제 생각은 6.25가 일종의 내전이라면.... 지금 민족화해와 공존을 말씀하셨는데, 오히려 내전이 아물려 가는 시기라는 느낌이 드는데 이문열씨께서는 또 새로운 내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문열 : 예. 그게 나는 당장도 어떤 때는 걱정스러울 때가 있는데, 어떤 과정을 보고 있으면 이건 내전을 어떻게 좌우의 내전을 바꿔서 보혁의 내전으로 바꾸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위험스러운.... 사실은 기본적인 추측은, 아마 권력추구과정에서 온 것 같은데, 결과로는 굉장히 위험스럽고 걱정스러운 현상이 많이....
박인규 : 책을 보니까, 한검사라고.... 공안당국의 상황을 요약하면서, 저는 거기서 작가의 문제의식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고 보는데 우리 사회의 문제가 빈부격차, 분단, 외세.. 세 가지인데, 지금의 주도적인 정치세력은, 예를 들어 빈부격차는 사회주의로 풀려고 하고 외세 문제는 반일항쟁 하듯이 투쟁으로 풀려 하고, 분단의 문제도 감상적이라고 비판을 하셨어요. 혹시, 그렇다면 그 세 가지 문제가 우리에게 닥친 가장 큰 문제라면... 무리한 부탁일지 모르지만 어떻게 해결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원만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문열 : 여러 길이 있겠는데,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것도 자기 자신의 환경이나 상황이 그런 길을 모색하게 했을 겁니다. 그런데 자기가 찾은 그 길이 완전한 길이고 거기에 대해 논의를 하지 말라든가, 내 길이 완전하다고 믿더라도 다시 한 번 논의할 마음을 갖고 해야지, 원칙은 다 동의하는데 방법이 좀 다른데.
박인규 : 한 마디로 독선적이라는 거군요.
이문열 : 그 한 방법을 결정해 놓고 이 방법 아닌 것들은 다 아니다. 예를 들면 통일도, 통일하는 길은 수십 가지 있을 텐데,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반대하는 건 어떤 통일방법이냐. 그런데 자기가 말한 통일방법을 반대한다고 해서 반통일세력이라고 한다든가 이런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독선보다는 열린 태도의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질문 한 번 드려보고 싶어요. 박정희 대통령 같은 분은 지금 가장 평가가 좋은 대통령인 건 사실인데, 경제개발도 하셨고. 그런데 이른바 독재야말로 독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혹시 박정희 대통령 이후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까지 역대 이른바 보수정권의 공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이문열 : 그건 사실 질문하나마나 할 정도로, 그들의 과가 많았다는 건 나도 동의합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말할 때, 그러므로 그들은 악이고 악도 반드시 지워 없애버려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저는 견해가 다릅니다. 그들에게도 우리가 승인해야 될 부분이 있고, 특히 우리가 비슷한 사태와 비교할 때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북한에서 일어난 어떤 정치적 변화나 상태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한데 남한에서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엄혹합니다. 이런 공정하지 않은 태도도 저는 맘에 걸리지만, 또 실제 본질적으로도 어떤 것들은 그들이 바쳤던 성의나 노력에 대해서 그렇게 함부로 지워버려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떤 과. 잘못.... 특히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결례, 혹은 폭력에 대해서는 그것대로 얘기해야겠지요.
박인규 : 원래 자기 집안에서 영웅이 없다고. 사르트르도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던데 '소비에트의 악을 비판하기보다는 내가 지금 있는 이 장소가 문제기 때문에 나는 여기의 부정과 비리를 고발한다.' ... 비판을 한다면 아무래도 자기가 있는 체제를 비판하는 게 정상 아닐까요?
이문열 : 그렇긴 한데 지금처럼 그쪽하고 화해나 포용이 아주 주된 정책의 마당이 되는 이 상태에서, 또 이 남쪽의 사실상 주도적인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 그럴 때는 좀 문제가 있습니다. 그냥 재야에서 싸울 때는 그럴 수 있습니다.
박인규 : DJ정부 이후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좀 공정하게 이문열 작가의 입장에서 공과 과를 가른다면 어떻습니까?
이문열 : 공부터 하면... 적어도 인권, 자유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마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어쩌면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을 정도의 수준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 외에 의식의 열림 같은 것도 많이, 대중적으로 유도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과가 확실하지 않아서 내가 말을 함부로 못하는데... 그러나 의심한다면, 혹시 지난 남한사회의 보수적 기득권층이나 권력층... 이들에게 당했던 분리나 고통. 이걸 너무 오래 잊지 못하고, 혹은 그 복수감을 너무 오래 씻어내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어떤 정책결정 주위에 있을 때는 상당히 위험한 게 되죠. 나는 가끔씩은, 저 양반은 아직도 그때의 원한을 잊지 못했구나. 그때의 복수감에 차 있구나 하는 걸 느낄 때는 그들이 결정한 정책까지도 의심스러워집니다.
박인규 : 과거의 극복이기보다는 과거에 대한 감정적 복수의 성향이 보여진다.
이문열 : 네. 그럴 때는 극도로 걱정스러워요.
박인규 : 지금부터는.... 작가시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 문제, 그리고 개인적 활동에 대해 여쭤볼까 합니다. 제가 오늘 아침 인터넷을 보다 보니까 '오마이뉴스'하고 인터뷰 하셨더라구요. 제가 알기로는 이문열씨께서는 인터넷 신문 자체가 좀 무책임하달까, 그런 식의 비판을 많이 하셨고. 대담자가 이명원씨라고.. 문단에서는 우상파괴자란 말도 듣고 속된 말로 까칠한 분이라고 들었는데, 그분하고 장장 다섯 시간을 인터뷰하셨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이문열씨께서 인터넷 신문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를 풀어버리신 건가.... 그랬는데 어떻습니까?
이문열 : 우선 그 편견과 오해라는 것도 좀 과장된 게 있습니다. 사실 인터넷 신문이나, 특히 인터넷 신문의 시민기자 등에 대해서 우리가 제도권의 종이신문 만큼의 권위를 처음부터 부여하거나, 혹은 그 기자들에 대해서 그만큼의 믿음을 갖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알려진 것처럼 그런 적은 없구요.
박인규 : 완전히 무시하는 건 아니다.
이문열 : 예. 무시할 수가 없죠. 실체인데. 그리고 이명원씨는 처음 봤는데... 하기야 뭐, 성향에 대해서는 들은 바 있습니다만 특별히 내가 인터뷰를 마다해야 될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만나서 있는 것대로만 말하면 되는 거니까. 판단이야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래서 하게 됐습니다.
박인규 : 2000년인가요? 이문열씨의 어떤 발언에 대해서.... 본인의 작품을 장례식도 하고...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행위에 동조하지는 않지만, 그 전에 시민단체에 대해서 나치스라든가 홍위병이라든가... 그런 표현도 언어폭력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떤 겁니까?
이문열 : 사실 언젠가 이걸 한 번 다 모아서 사례집처럼 책을 내고 싶을 정도로, 그런 억울함이 있습니다. 첫째로 내가 시민단체를 홍위병이나 나치스로 말했다는 건 잠깐만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는 말이 되는 것이. 오늘날 시민단체라는 건, 어떤 수나 힘뿐이 아니더라도... 정말 한 개인... 그 중 하나라도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내가 무슨 간으로 시민단체를 그렇게 하겠습니까.
박인규 :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없는 겁니까?
이문열 : 아니요. 홍위병이라고 한 건... 내 기억으로는 맞을 건데 그때 낙선운동을 중심으로 참여연대라고 하면서 모였던. 그때 자기들 말로는 백 몇 개 단체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 단체의 ... 특히 그때 내가 보기에는 다분히 참 친여적이라고 할까. 그 기준을 보고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건 시민단체 전체를 갖다 그렇게 말한 건 아니고, 전혀 딴 말입니다. 시민단체 중에서 정부 외곽단체 같은 몇 군데 단체를 그렇게 혹평했던 거구요.
박인규 : 그런데 친여적인 기준이라고 하더라도 본인들은 친여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이문열 : 그런데, 그 뒤에... 이제 4년이 지나서 다 알려졌는데, 지금 와서 그분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것도 마찬가지로, 사실은 어쩌면 내가 아마 인터넷 매체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을 갖는 건.... 이런 것들이 과장된 게 대개 인터넷 매체 때문인데, 이때도 이번처럼 나한테 인터뷰를 해서 물어보고 확인했으면 내가 정말 고마웠을 겁니다.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해서 그렇게 됐으니까. 그래서 불신이 있었던 거죠.
박인규 : 한때 한나라당에서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하셨고. 최근에 일부 신문에서는 작품이 나오니까, 선거철이 온 거냐... 정치활동 전주곡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데, 어떻습니까? 한나라당에서의 공천심사활동이 정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달라지게 했습니까?
이문열 : 우선 지금 돌이켜 보면, 내가 약간 만만하게 생각했달까 가볍게 생각했던 것은.. 공천심사행위는 직접적인 정치행위가 아니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상당히 중요한, 핵심적인 정치행위였던 것 같아요 지나 놓고 보니까. 그래서 정치에 관여 안했다고 말하기가 나빠진 상태가 돼서 그런 게 있고. 그러나 경험은 참 좋았습니다. 특히 밖에서 정치하는 사람들, 특히 요새 세상에 정치가 제일
박인규 : 대접 못 받는 직업이죠.
이문열 : 네. 그런데 내가 보기엔 꼭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그래도 할 만한 사람들이 한다. 저만하면 크게 말아먹기야 하겠나, 이런 최소한의 신뢰는 줬습니다.
박인규 :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한다면, 다시 그런 기회가 온다면 공천심사위원이나 정치를 하신다든가 하실 생각은 혹시 없습니까?
이문열 : 제가 사실 그럴 시간 여유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시류에 휩쓸려서 보낸 시간도 많은데, 많지 않은 시간 가지고 또 그렇게 휩쓸릴 마음 없구요. 그러나 그때 했던 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것도 아주 소중한 체험이었습니다.
박인규 : 2월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시는 걸로 압니다. 이번에 가시면 얼마나 머무르실 계획인가요?
이문열 : 그쪽 초청받은 기간은 2008년 말까지니까 2년이 되는데 그때까지 다 머물지 아니면 초청해준 사람들과 친분을 살리고 적당할 때 중간에 돌아올지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박인규 : 신작 내신지 얼마 안 됐는데요, 앞으로 혹시 작품구상 같은 게 있으신지 계획을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문열 : 사실 제가 구상을 해놓고 못 쓴 작품들이 너무 많습니다. 또 초한지, 큰바람처럼 동아일보 연재를 끝내놓고 책을 묶지 못한 것도 10권이나 됩니다. 그러나 또 하나 변수가 있는 것은 내가 만약 가서 오래 있게 되면 딴 일을 한다는 뜻인데, 그러면 아마 글쓰기는 조금 등한해질 것 같구요. 만일 오래 있지 않고 글쓰기를 계속 한다면, 우선 새로 쓸 글은 아마 80년대를 정리하는 작업. 아마 지금쯤은 정리해보는 게 좋을 듯도 합니다. 오늘의 뿌리가 다 80년대에 있는 것 같으니까요.
박인규 : 네. 그때 혹시 또 기회가 돼서 모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작가 이문열씨와 함께 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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