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중앙대학교 교육학과 강태중 교숩니다. 강태중 교수는 1956년 제주 출생으로.. 서울대학교를 거쳐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습니다. 93년부터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했고 1999년 이후 중앙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그동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교육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에서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 기획했습니다. 현재는 중앙대학교 입학처장을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요즘 대학이 논술시험 볼 때 아닙니까?
강태중 : 정시전형이 진행 중이고 가나다군으로 돼 있는데 나군이 진행 중입니다.
박인규 : 우선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알기론 논술이란 말 자체도 일부에서는 사전에도 없다고 하는데, 논술시험이란 게 어떤 건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강태중 : 우리가 논술을 하도 익숙하게 들어서 다 그 시험방식이나 형식을 공통적으로 알고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논술시험이면 그 답을 문장으로 풀어서 자기 생각의 과정도 드러내면서 하게 되는 시험이라고 일반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대학에서 시행하는 시험을 보면 형태가 다양합니다. 전통적으로 보면 특정한 하나의 주제나 소재를 줘서 답해봐라. 그래서 두 세 시간 정도 줘서 천오백 자에서 2천자 정도 쓰는 시험이 전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여러 가지 대학들이 고민하면서 새로운 형태들을 개발하는데, 비교작 짧은 형태의 답안을 요구하는 것들. 한 200~300자 정도, 그것도 단순히 생각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특정 교과영역, 이를테면 수학이나 과학영역에서 중요한 개념이나 원리 등을 기반으로 해서 답을 풀 수 있게. 어느 정도 정답이 있는, 열려져 있는 답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특정 지식의 기반 위에서 그걸 제대로 응용하는지 평가할 수 있게 하려는 시험들까지 포함돼 있다고 봐야 될 겁니다.
박인규 : 최근 들어 이른바 명문대학에서 수능이나 내신성적이 변별력이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우수학생을 골라내기 위해서 논술을 많이 활용하는 경향인데요, 최근에 경희대 모 교수께서 교수들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논술시험 채점이 공정하지도 일관성 있지도 않은 것 같다 44%, 고교교육 정상화에도 도움 안 된다 48%, 우수학생 선발에도 적합한 방법이 아니다 40%. 말하자면 논술이 새롭고 효과적인 평가방법으로서 좋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는 건데, 강교수님께서는 그 조사결과 자체가 신뢰할 만하냐고 의문을 제시한 걸로 아는데 어떻습니까?
강태중 : 그 부분에 대해서 저도 들었고 실제로 그 분들이 분석한 데이터도 직접 얻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물론 제가 보기에 대학 교수분들 중에 현재 각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논술시험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연 조사결과 만큼이냐 하는 건 또 다른 문제겠지만 실제로 조사과정이나 결과 자체에 대해서 저는 사회과학적인 방법의 엄격함이라든가 정직함의 기준을 갖다 댈 때 마땅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성급하고 허술한 조사였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대학 교수들이 그런 의견들을 충분히 가짐직 하다고는 생각합니다.
박인규 : 사회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다는 건 어떤 부분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강태중 : 예를 들면 이 분들이 한 20여 개 대학의 교수들의 이메일 주소를 어떤 경로로든 얻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하고 계시진 않고. 그래서 얻은 이메일 주소를 참고로 해서 한 3천여 명 정도 교수들에게 다섯 개 질문을 가지고 있는 질문지를 뿌렸습니다. 한 4,5일 정도 기다린 것 같습니다. 지난 달 27일부터 31일까지 했다니까요. 그 중 한 291명이 대답한 것 같습니다. 그 대답한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대답양태를 보였느냐를 분석한 건데, 그러면 사실 대학교수들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얘길 하려면 그 교수들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구성해서 묻고 했어야 하는데, 아마 자기한테 온 뜬금없이 날아온 이메일 주소의 설문지를 갖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떤 특정한 성향을 가진 분들일 겁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거나, 마침 논술문제면 잘됐다 내가 논술에 대해서 상당히 불만이 많았는데.. 이런 분들이 했을 가능성도 있고. 거기 구성을 보면 인문사회계 선생님들보다는 이공계 자연계 선생님들이 더 많은 숫자의 응답률을 보였는데, 사실 논술은 인문사회계 선생님들이 더 관여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까. 덜 관여했고 그 시험의 신뢰도나 타당성에 대해 회의를 가짐직한 이공계 선생님들이 더 많은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볼 수 있을 텐데요.
박인규 : 무작위로 추출한 3300명 가운데 자발적으로 대답한 290명의 의견으로 했기 때문에 대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강교수님께서는 논술 출제나 채점이 전혀 문제없다고 보시는 건 아니죠? 강교수님 보시기에 논술문제를 출제하고 채점하는 과정에서 어떤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보십니까?
강태중 : 논술문제가 여러 가지 좋은 효과를 가져오고 계속 발전시켜야 되겠지만 현재 우리의 현실을 보면 아무래도 이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고 또 우리가 어떤 인재를 국가적으로 갖게 되느냐를 결정할 수 있는 시험이기도 하고. 그래서 상당히 진지하게 이 시험을 또는 전형도구를 통해서 도대체 어떤 학생들이 걸러지고 어떤 학생들이 정말 잘하고 못하는지, 실제로 채점 과정에서 어떤 일관성 혹은 신뢰도가 떨어진다면 왜 그런지, 이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은 어떤 것들인지, 사실 상당히 치밀하고 면밀하게 연구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시행돼야 마땅할 겁니다. 그렇지만 대학입학제도의 변화 같은 것들이 상당히 잦다든가, 또 어떤 사회적인 요구가 일면 또 정치적인 입김이 대학입학제도에 쉽게 들어온다든가 이런 이유로 대학들이 사실 그렇게 치밀하고 장기적으로 준비해서 전형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들이 못 되고 있죠. 다분히 급하게 이런 일들을 꾸려야 될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그 도구들을 정말 본래 성질대로 잘 만들어 활용하고 있느냐는 점에서 우리가 충분히, 100%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는 없다고 얘기할 수 있겠죠.
박인규 : 아직은 다소 졸속한 부분이 많다.
강태중 : 그런 부분들을 우리가 인정해야 될 겁니다 .
박인규 : 최근에 한 조사 결과를 보니까 지난 7년간 국내 주요대학에서 낸 논술제시문 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게 장자라는 고전이라고 하더라구요. 사실 입시 준비에 바쁜 고등학생들이 과연 장자를 읽어봤을까. 장자는 고전 중에서도 어려운 고전인데 이것을 내는 게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비판도 많은 것 같아요.
강태중 :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장자가 질문빈도가 가장 높았다고 하는데, 제 생각에 빈도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을 것 같고 아마 상대적으로 1등을 했을 것 같긴 한데요, 그러면 지금 말씀하신 대로 그러면 장자를 읽어볼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이 타당한 점도 있구요. 그러나 사실 논술의 초점은 특정 지문을 읽어보지 못했더라도 이제까지 학생들이 제대로 된 방식으로 공부를 해왔다면 자기가 접해보지 않은 텍스트라도 새롭게 읽고 자기 나름의 논리와 주견을 갖고 어법에 맞게 자기 생각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 시험이죠. 그러니까 시험에 출제될 수 있는 모든 텍스트들을 학생들이 읽어봤어야 한다는 이 전제 자체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우리 시대 석학이라고까지 얘기되는 이어령 선생 같은 분도, 나도 논술문제가 너무 어렵다. 도저히 못 풀겠다는 말씀을 하시던데 그 부분에는 동의 안하십니까?
강태중 : 이어령 선생님은 충분히 어려우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실 이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특정하게 뿌리를 둔 출제라는 점이 가장 기본적인데, 아마 이어령 선생님은 지금 그 연세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특정한 주제들이나 원리들을 다 기억하거나 활용하시는 것보다는 좀 더 일반적 수준에서 답을 하시겠죠. 특정한 소재에 대해서 분명 익숙하지 않으실 거구요. 또 실제로 이런 시험들은 어느 정도 준비를 필요로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시험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어렵다는 부분은 적어도 두 가지 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무엇보다도 지금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에게 이 시험형식이 익숙하지 않다는 거죠. 우리가 공부를 혹은 가르치기를 이런 시험에 제대로 대응하게 해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어려울 수도 있고. 실제로 학생들의 지식이나 이해수준을 넘어선 부분이 너무 커서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후자라면 상당히 문제여서 분명히 대학에서 난이도를 조절해야 할 문제고. 전자라면 우리가 논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공부에 대한 생각이라든가 가르치는 방식 등을 점차 바꿔가야 될 문제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논술문제의 난이도를 떠나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나 학부모들 입자에서 어렵고 쉬운 건 문제가 아니고 공정하게 채점됐으면 좋겠다는 걱정이 있을 것 같아요. 굉장히 많은 학생들이 답안을 쓰는데, 똑같은 답안을 써도 채점자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 측면에서, 중앙대 입학처장을 맡고 계시니까... 혹시 중앙대 같은 경우에는 그런 공정성을 담기 위한 나름의 장치가 있는지, 다른 대학은 또 어떤지 설명해 주시죠.
강태중 : 대학별로 다 나름대로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저희 학교 말씀을 드리는 게 아마 더 편할 것 같습니다. 분명히 같은 모집단위에 지원한 학생들의 경우 채점자에 따라서 점수가 왔다갔다 한다면 이건 공정하지 않죠. 그래서 1차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같은 모집단위에 지원한 학생들은 같은 채점자에 의해서 채점되도록 배려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과에 500명이 지원했다면 그 500명은 같은 교수에 의해 채점되죠. 물론 이 경우에 교수가 1주일이면 1주일, 10일이면 10일 채점을 하는데, 10일을 꾸준히 같은 집중도로 같은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느냐. 여기에 우리가 걱정할 부분이 있지만 어쨌거나 여러 사람이 다른 기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와서 채점을 달리할 위험은 일단 없애죠.
박인규 : 그렇다면 여러 명이 채점합니까?
강태중 :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동일한 교수들이 동일한 모집단위에 지원한 사람들에 대해서 전부 채점하고, 적어도 두 사람 이상이 채점을 합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채점결과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채점하고, 두 사람의 점수가 특정한 점수 이상 벌어지면 저희 같은 경우 대체로 한 20% 밑으로.. 예를 들어 30점이 배정된 문항일 경우 한 5,6점 이상 두 사람의 채점결과가 차이가 나면 대체로 그 문제를 출제한 사람이 개입해서 누가 채점을 제대로 했고 누가 못했고, 혹은 두 사람 다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조정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지나치게 자의가 있게 채점한 부분들을 보정하기도 하고. 그래서 대체로 아마 이런 방식으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박인규 : 최근에는, 대학입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갈수록 커져 가면서 글씨를 예쁘게 써야 점수를 잘 맞는다.. 그래서 학원까지 다니는 학생도 있던데, 글씨를 잘 쓰고 못 쓰고가 관계가 됩니까?
강태중 : 글쎄 말입니다. 저도 그런 얘기를 듣고... 물론 채점이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정말 채점 과정에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는데, 적어도 대학입학전형의 채점에 동원되는 교수들이라면 여러 가지 요건을 갖춘 분들일 겁니다.
박인규 : 최근 들어 논술의 중요성이 강화돼 가고 있는데, 혹시 이런 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최근 이른바 주요 대학에서의 논술출제경향이 이런 거다... 특징 같은 걸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강태중 : 대체로 모아져 가는 경향들, 특히 아무래도 내년부터의 논술이 훨씬 더, 적어도 중요한 대학에서는 영향력을 갖게 되는 이런 전형제도에서 어떤 논술들이 조금 더 부각되느냐... 이런 얘기는 아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한두 가지만 설명해 주시죠.
강태중 : 그 한 방향은, 대체로 이제까지 논술이 비교적 한두 개 소재에 대해 길게 쓰고 그 글을 구성하는 데 학생들에게 재량을 많이 준 시험들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시험들은 어찌 보면 운에 좌우될 수도 있고. 한 문제기 때문에, 익숙한 주제인가 아닌가, 텍스트가 익숙했는가... 또 채점에서도 일관성이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재량이 주어진 시험이기 때문에 비교적 다양한 대답일 수 있고 그에 대한 관점이 교수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극복해야 하는 게 대학의 현실이고, 또 하나는 아까와 같은 시험이 잴 수 있는 학생들의 잠재력과 능력이 제한됩니다. 이를테면 언어적인 구성능력이나 글쓰기 읽기 능력. 그렇지만 대학에서는 어떤 수리적인 사고력이나 과학적인 이해력이나 상상력을 잴 필요가 있게 되죠. 그러면서 아마 조금 더 문항 당 답안 길이를 짧게 해 가면서도, 그 답안에 어느 정도의 바른 답이다 아니다를 대체로 비교적 객관적 기준을 갖고 댈 수 있는 문제형태로 점차 옮겨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흔히 통합논술이란 얘기 해왔고, 또 대학에 따라선 다면적인 평가니 논술이란 얘길 하게 되는 건 바로 그런 형식의 문제를 염두에 둔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자유스럽고 긴 형태에서 제한적이고 짧은 형태로 옮겨갈 것 같다. 앞에 처음 말씀드린 논술시험문제에 관한 설문조사. 어쨌든 상당히 문제가 많다는 것으로 나왔단 말입니다. 우선 강교수께서는 논술시험, 논술교육이 우리나라 공교육 정상화나 대입시험의 방법으로서 좋은 거라고 보십니까?
강태중 : 저는 분명히, 특히 과도적으로 초기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잡음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시험형식이지만 우리 교육을 생각하면 이 방법을 유지하면서 그런 잡음으로 제기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최소화 하는 게 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런 생각을 가지신 분이라면... 아까 조사방법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을 표했지만 어쨌거나 일관성이나 공정성이 부족하고 공교육 정상화에 적당하지가 않고 등등의 의견이 나온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더 신뢰성 있는 대학사회나 고교사회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작업 같은 게 필요한 거 아닌가요? 틀렸으니까 모른 척 하자,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강태중 : 그렇습니다. 분명히 대학도, 혹은 교육당국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견지에서 이런 것에 대한 대안들을 갖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아마 대학들도 나름대로 방법들을 강구할 텐데 저는 무엇보다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이 시험에 대한 우리의 경험이나 분석의 결과들을 집적해서 제대로 된 시험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될 겁니다. 실제로 우리 현실에서 비교적 제한된 시간 안에 급하게 이런 시험들을 시행하려다 보면 아무래도 인위적일 수도 있고, 그때그때 여건에 좌우될 수 있는 상당히 안정되지 못한 시험일 수가 있죠. 이런 불확실성이나 안정되지 못하고 일관되지 못한 점들을 조금 보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논술시험의 목적이 이른바 자기주도적 학습. 학생 스스로 창의적으로 공부하고 그런 걸 위한 것이라고 말씀을 들었는데요, 문제는 지난 12년간 전혀 그런 훈련을 안 받은, 학생들이 갑자기 논술을 시험 봐야 한다는 것에서 생기는 부담감. 특히 제가 듣기로는 어쨌든 공교육 정상화를 많이 얘기하는데, 중고등학교 선생님들 스스로가 그런 논술을 해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칠 것이냐. 그러다 보니까 이른바 강남의 논술학원만 막말로 떼돈 버는 거 아니냐, 이런 비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강태중 : 일리 있는 지적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제 오늘이 아니라 우리가 학교교육제도라는 국가주도의 교육제도를 가진 이후에 대체로 이런 상당히 부담이 높은 시험들이 잠깐 잠깐의 시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4지선다의 단답형 시험형식들이었습니다. 그런 시험, 그런 평가를 염두에 두고 우리 수업은 대체로 암기하고 선생님들이 주는 걸 담아 넣었다가 특정한 질문이 오면 뱉어내는, 우리가 시험공부를 한다고 하면 으레 그렇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선생님들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그런 시험에 대비할 수 있게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했고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관성에서 학생들의 창의적인, 고등의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는 주제를 주면서 거기에 맞는 적절한 대답을 하라고 요구하는 게 정말 뜬금없고 당황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에 대한 통념이라든가 가르침에 대한 통념 자체가 잘못됐다는 건 우리 스스로도 알고 있었죠. 오랫동안 입시위주 시험이나 시험위주 교육이다 이런 문제를 지적해 왔으니까요. 적어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평가형태가 논술시험이라고 생각은 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교육 혹은 가르침에 대한 생각을 먼저 바꿔 놓고 실제로 이뤄지는 교육의 관념을 먼저 바꿔 놓고 이런 시험을 시행했어야 됐느냐. 아니면 다소 충격적일지 모르지만 이런 논술시험을 도입하면서 좀 더 빠르게 우리 교육의 관성들을 풀어가면서 좀 더 나은 교육방식으로 갈거냐, 이런 문제는....
박인규 : 일단은 대학에서 하니까 고교에서 따라와라, 그런 말씀이신데 그렇다면 지금 어쨌든 자기주도적 학습, 창의적 학습을 위한 논술고사에 대비해서 고등학교 선생님이나 고등학생들이나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 겁니까?
강태중 : 조금 전 말씀하신 강남학원이 돈을 번다는 건 강남학원이 그걸 잘 가르친다는 전제인데, 학원 쪽에도 찾아보니 정말 제대로 가르치는 곳들이 있고 예전에 우리가 가르치는 방식으로 무늬만 논술교육인 곳이 있습니다. 그러면 학부모나 선생님은 어떻게 준비해야 될 거냐. 일단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하게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바로 그 부분이 초점일 것 같습니다.학생들이 선생님 혹은 교과서로부터 주어진 내용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저장했다가 그걸 그냥 내놓는 형식으로 하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개념이나 원리를 익혀야 되겠죠. 그런 것들을 기억하는 것도 사실 상당히 중요합니다. 영어단어도 기억을 해야 되는 거구요. 그렇지만 그냥 기억했다 뱉어내는 게 아니라 그것들을 가지고 주변에 대해서 혹은 학문적 자연적 현상에 대해 생각을 하고 나름의 탐구를 꾸준히 해야 되는 거죠. 수학이라면 수학은 오직 숫자나 수식으로 표현된 문제들을 푸는 과목이라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미분이 됐건 로그가 됐던 상당히 중요한 개념들이... 면접할 때 학생들에게 "왜 숫자에 로그를 씌우니?" 하면 학생들은 정말 당혹스러워 합니다. 그냥 로그 문제를 풀어 봤지 왜 씌우는지 모르는... 로그라는 건 예를 들어 10의 10승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를 상용로그를 씌우면 10이란 숫자로 상당히 작아지는. 그래서 로그가 천문학자의 수명을 늘리게 해줬다는,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왜 우리가 숫자를 변형하냐, 이런 것들은 사실 당연히 공부를 했어야 하는 것들인데 우리가 잊고 있었던 거고. 이런 부분들을 새삼 떠올려서 우리가 각 교과의 성질에 맞는 교육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박인규 : 대학발로 시작해서 중고등학교에서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하라는 압력이 시작됐는데 제가 보기에 앞으로 이게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사이에 협력이랄까 그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강태중 : 그렇습니다. 지금 사실 그렇지 않아도 여러 기관들, 대기업이나 이런 쪽에서도 그런 움직임들을 실제로 보이고 있고. 저희 입학처장들도 모임들이 있는데 거기서도 지금 학교 선생님들을 위해서 논술이 뭔지,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혹은 연수를 할 때 자청해서 가서 강의하려고도 하고 있고. 하여튼 연결할 수 있는 틀이나 방식들을 찾고 있습니다.
박인규 : 어쨌든 이 논술이 학생들의 또 다른 입시고가 될 게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 정상화의 좋은 방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강태중 : 저도 정말 그래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기대해 보겠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중앙대학교 교육학과 강태중 교수와 함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논술채점의 공정성 문제. 그리고 우리나라 논술시험과 논술교육의 현실에 대해 말씀 나눠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박인규였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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