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006년 식량 공급량이 307만5000톤에 그쳤을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2000만 명에 달하는 북한 주민들을 연명할 수 있게 해주는 최소량의 식량이 430만 톤이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130만 톤 이상이 부족한 양이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식량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북한에서 1990년대 후반과 같은 대량 아사(餓死)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결론도 가능하다.
1990년대부터 대북한 식량 지원과 탈북자 지원 사업을 벌여온 법륜스님은 26일 오후 서울 정동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에서 '북한의 대량아사, 다시 오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법륜스님이 예상한 올해 북한의 식량 공급량은 북한의 자체 식량생산 추산량인 280만 톤과 중국에서 지원된 20만 톤, 국제식량계획(WFP) 지원량 7만5000톤이 합해진 것이다. 올해 생산량인 280만 톤은 북한 토지의 비옥도가 낮아지고, 비료와 농약이 부족하며, 7월 수해와 뒤이은 가뭄 때문에 지난해 생산량의 60%에 불과한 양이다.
법륜스님은 사회주의권 붕괴와 자연재해로 극심한 식량난을 겪었던 1996~98년에도 북한의 식량 공급량은 350만 톤 이상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300만 명 이상의 아사자를 발생시킨 것으로 볼 때 내년도의 식량위기는 대량의 아사사태를 몰고올 것이라고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원 없어도 식량은 군대에 먼저 가게 돼 있다"
법륜스님은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이 외부에서 지원된 식량의 배분 순서를 상세히 설명하며 식량지원 반대론자들이 펴고 있는 군량미 전용 가능성에 대해 파악한 정보를 설명했다.
북한은 외부에서 지원된 식량을 특별지정대상과 평양시민에게 최우선적으로 배분한다. 특별지정대상은 당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항상 달라진다. 법륜스님은 "예를 들어 수해지역에 모두 들어갈 수도 있고 군대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병원에 들어갈 수도 있다"며 "중앙위원회에서 필요한 부분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들어가는 곳이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는 일상적인 배분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하고 중요한 곳에 지원이 이뤄진다"며 "한국에서 지원하는 식량이 모두 군대에 들어간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원된 식량의 군량미 전용 가능성에 대해 "군대를 비롯한 군사 부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양은 36만 톤 정도면 해결이 가능해 자체적인 식량생산으로 군대배급은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군사 부분 종사자에 식량을 최우선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는 북한에서 자체 생산한 것으로도 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탈북자 김영희 씨는 이에 대해 "군대는 안 먹어야 하나. 군대 주고, 2경제(군수경제) 주고, 그리고 나서 서민들 주는 것이다. 지원이 없어도 군대에 먼저 가게 돼 있고, 지원이 되면 서민에게 가게 돼 있다. 그래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년에 예상되는 식량난에 대해 법륜스님은 "그간 식량난 속에서 장사와 뙈기밭 운영, 한국이나 중국으로 간 친척들의 도움 등으로 내구력과 생존력이 생겼으므로 서서히 전반적으로 나타나리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
이어 그는 "식량부족으로 인한 대량아사는 징후가 나타날 때 대응하면 수십만 명 이상의 아사를 방치하는 것이 되므로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국제사회가 대비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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