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로 10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코피아난 유엔사무총장이 11일(현지시각) 마지막 공식 연설을 통해 "제왕적 권력으로 자국의 안보를 지켜낼 수 있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며 미국의 패권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아난 총장은 이날 미국 미주리주 소재 고 트루만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 연설에서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트루만 대통령이 이 의제를 유엔 차원에서 해결하려 노력했던 점에 대해 "트루만은 안보가 개별화될 수 없는 종합적이라는 사실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고 높이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AP> 통신은 "아난 총장이 부시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트루만 정부 시절 예를 통해 부시와의 명확한 대조를 시도했다"고 분석했다.
아난 총장은 또 "세계 안보와 번영에 있어 인권과 법치주의는 불가결한 요소인데 미국이 이 이상과 목표를 방기하는 모습을 보일 때 다른 우방들은 혼란과 장애를 겪게 된다"며 인권과 원칙 준수에 대한 미국의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난 총장은 "미국이 계속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고 있는 한 세계에 대한 특별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난 총장은 이라크 문제를 두고서도 "군사행동에 민첩하게 나섰듯이 정치적 행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국제사회의 적극적 개입을 강조했다. 아난 총장은 "이라크인들이 서로 화해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세계의 첫 번째 임무"라며 "이라크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이란과 시리아 등 주변 국가들에 대한 접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친미인사'로 총장 올라…'반미 발언'으로 내리막
취임 당시만 해도 '친미인사'로 분류돼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로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던 아난 총장이 10년 만에 이처럼 미국에 맹공을 가하며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데에는 유엔과 미국 간의 누적된 갈등 관계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60년 전 창설을 주도할 때만 해도 미국은 유엔을 '자국 외교 정책을 실현할 도구'로 삼을 계획이었지만 소련의 견제와 신생독립국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유엔은 회원국들의 독자적인 무대로 성장해 간 것이다.
이에 미국 정부가 70년대부터 유엔 분담금을 삭감하는 등 재정적 문제로 유엔에 압박을 가하면서 노골화된 유엔과 미국 간의 갈등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이 유엔의 독자적 역할을 강조했던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의 재임을 막고 아난 총장을 옹립해 냄으로써 한 때 화해무드가 무르익기도 했으나 이는 2003년 아난 총장이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불법"이라고 비난하면서 깨졌다.
그 이후 아난 총장의 아들이 개입한 '이라크 석유, 식량 프로그램 스캔들' 조사에 미 연방수사국(FBI)이 나섰고 유엔 관리들이 미 검찰에 기소되는 등의 사건을 통해 극에 달한 유엔과 미국 간의 불화가 해소되지 못한 국면에서 아난 총장은 반기문 신임 총장에게 유엔 수장 자리를 물려주게 된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