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를 보는 김근태, 정동영, 천정배 등 열린우리당 대권주자들의 시각차가 드러났다. 이 문제가 정계개편의 '정책적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들 사이의 이견이 향후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주목된다.
김근태 "일방적인 미국 요구에 끌려다닐 필요 없다"
김근태 당 의장은 8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로 한미 FTA 협상이 중단됐다"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한 뒤, 우리측 협상단에 대해선 "협상 성과에 얽매여 미국 측의 일방적인 요구에 끌려다닐 필요는 전혀 없다"고 주문했다.
김 의장은 "협상의 목표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FTA"라며 "시간은 충분한 만큼 협상 타결을 다음으로 넘기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김 의장은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 요구에 대해 온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며 "쇠고기 수입 문제는 이번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FTA를 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천정배 "차기정부의 과제로 넘길 수 있다는 각오해야"
천정배 의원은 보다 적극적인 신중론자다. 그는 지난 1일 "'국익과 민생 우선'이라는 목표를 관철할 수 없다면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길 수 있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글을 당 홈페이지에 올렸다. 김근태 의장과 비슷한 맥락이나 한미 FTA 협상에 대해 보다 분명한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
천 의원은 "한미 FTA는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실익이 있다"며 "정부는 협상 시한에 쫓겨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은지 자문해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광우병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쇠고기 수입 △국내 약가 결정 시 다국적 제약회사의 참여 △쌀과 여타 민감 품목 농산물 양허대상 포함 △투자자-국가 소송제 등을 들어 "국민의 생존권과 건강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인만큼 이를 수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동영 "국익 최우선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해야"
그에 반해 정동영 전 의장은 8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큰 틀에서 진취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한미FTA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피력했다.
그는 "최대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면 FTA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며 "쌀, 공공교육, 공공의료는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나 다행히 이 부분은 FTA로부터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만큼 그 외의 20여 가지가 넘는 개별협상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둔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세계 경제는 중국과 미국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가속화 될 것"이라며 "한미 FTA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생존전략을 어떻게 모색해야 하느냐는 미래 전략 구성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우리는 우리대로 반대의 목소리가 시들해졌고 미국은 미국대로 관심이 시들해진 상황"이라며 "양쪽에서 어려운 조건이 발생했다"고 우려했다. 또 지금까지의 협상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내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보지만 미국의 양보는 신통치 않은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협상이 순탄치 않은 상황에서 찬성이나 반대 모두 좀 더 구체적인 부분을 깊숙히 알 필요가 있다"며 "총론적인 찬반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여 찬반 입장을 단정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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