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는 17일 자신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조건으로 내걸었던 정치개혁의 3대 과제로 '협력의 정치', '직접민주주의 강화', '특권철폐'를 제시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새로운 변화, 새로운 미래'라는 주제로 한 초청강연에서 "새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달라져야 하는데, 3가지 정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이같이 꼽았다.
안 후보가 지난 달 출마선언 때 정당 변화를 단일화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이후 이날 처음으로 정치개혁의 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안 후보는 '대립의 정치'가 아닌 '협력의 정치'를 강조했다. 그는 헌법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하면서 "국회는 자신의 역할을 하도록 스스로 변해야 하고 대통령은 자신부터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과 직접 소통하며 자신을 절대 권력자로 생각하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18대 국회의 4대강 예산 및 '부자 감세' 법안 처리 과정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한번 어떤 것을 하겠다고 결심하면 당론에 따라 여당 의원들은 거수기가 되고, 야당은 그걸 막으려고 국회 문을 걸어 잠그고 농성하고 몸싸움했다"며 "국민은 당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라고 한 분 한 분을 뽑은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의사와 대의민주주의가 점점 동떨어져가 많은 사람들이 절망하고 있다"면서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주장했다.
그는 "국민이 낡은 정치세력이 아니라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진정한 정치신인을 원하는 것도 거기서 연유한다"며 "정당 내 소수 권력자가 아닌 국민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도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마지막으로 대통령과 국회, 정당, 나아가 기득권층이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권력과 특권을 내려놓고 국회와 정당도 내려놓으면 기득권층도 특권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그러면서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4ㆍ11 총선 직후 양당이 국민에게 제일 먼저 약속한 것은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이었다"며 "지금 내려놓은 특권이 있느냐, 어느 순간 쏙 들어가버리고 아무것도 내려놓은 특권이 없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어떻게 보면 유권자인 국민을 속인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그에 대한 대답을 국민은 요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안 후보는 대통령 당선 후 신당 창당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무소속으로는 당선되면 정책 실현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된다면 국회에서 저에게 우호적인 분들이 그 과정 중에 생길 거라 생각한다"며 "그것은 국민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거나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문재인 측 "안철수 3대 정치개혁 과제에 공감"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이같은 '3대 정치개혁' 과제 제시에 일단 동의하고 공감한다는 반응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진성준 캠프 대변인은 "문 후보도 후보 수락연설에서 우리 정치가 그런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며 "그렇게 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목희 기획본부장도 "원론적으로 상당 부분 옳은 말이고 우리와 생각이 비슷하다"며 "대체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 후보 측이 긍정적 입장을 보이는 것은 후보단일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부터 양측이 정당후보론, 무소속 후보론, 민주당 입당론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생긴 간극을 다시 좁히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다만 안 후보가 밝힌 정치개혁의 과제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기정 최고위원은 "이 정도를 안철수의 정치쇄신이라고 한다면 국민이 실망할 수도 있다"며 "민주당은 새로운정치위원회를 빨리 가동해 훨씬 더 진전되고 강화된 정치쇄신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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