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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론 남성들의 문제도 고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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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앞으론 남성들의 문제도 고민해 보겠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1/15] 한국여성개발원 서명선 원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살펴보면 처녀작, 미망인, 스포츠맨, 여류작가 등 성차별적인 의미를 갖는 언어가 꽤 많이 있습니다. 최근 한국여성개발원에서는 성차별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언어들을 성평등한 언어로 바꾸는 운동에 적극 나섰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최근 기관명을 새롭게 바꾸고 여성정책 전문연구기관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한국여성개발원 서명선 원장을 초대해서

미디어에서 사용되는 성차별적 언어는 무엇이며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또, 24년동안 사용해왔던 기관명인 한국여성개발원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으로 바꾸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지향은 무엇인지.... 얘기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여성개발원 서명선 원장입니다.

서명선 원장은 1953년 서울출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또 네덜란드 사회과학원에서 여성학 석사를 받았습니다. 한국여성개발원에서 12년 간 연구원으로 재직했고 보건복지부 여성정책담당관, 여성부 대외협력국 국장을 거쳐 2004년 5월13일 제10대 한국여성개발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지난 3일 한국여성개발원 CI선포식이 있었고 이름도 여성정책연구원으로 바뀐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우선 통합 CI를 만든 이유는 뭡니까?

서명선 : 한국여성개발원은 1983년도에 설립됐습니다. 설립 당시 저희 직원 중 한 사람이 CI를 만들었습니다. 그 CI를 24년간 사용해 왔는데 당시 CI는 학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지나치게 여성적이고 구태의연한 면이 있다고 많이 지적받아 왔습니다. 1983년도였으니까 24년이 지났고 또 세기가 바뀌었습니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그래서 좀 모던하고 진취적인 모습으로 새롭게 만들어 봤습니다.

박인규 : 그 자리에서 여성개발원 이름을 여성정책연구원으로 바꾸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여성개발 하면 여성의 능력이 뒤쳐졌다는 얘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서명선 : 그런 생각이 드시죠? 그래서 지적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설립 당시에는 각 부문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개발해야 될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동안 개발해온 여성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더 중요하고 그것을 개인적 차원이 아닌 정책적 차원에서 제도를 만들어나가고 시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돼서 이름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또 설립당시에는 저희가 연구 뿐 아니라 여러 가지 기능을 함께 수행했습니다. 여성개발원 이름에 걸맞게 각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모아서 교육도 시켰고 여성단체활동도 지원했고 여성자원봉사활동도 지원했었습니다. 그런데 1998년에 이런 모든 기능들이 다 정리가 돼서 없어졌구요. 그리고 순수하게 연구기능만 남아있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7년간 이름을 못 바꾸다가 이번 기회에 저희가 수행하고 있는 기능에 걸맞게 기관 이름을 바꾸고자 하는 겁니다.

박인규 : 지금까지는 교육을 포함해서 잠재된 여성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 힘써 왔다면 이제는 여성의 능력이 충분히 개발됐으니까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 하는 정책연구를 해야겠다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라는 이름이 아직은 안 쓰이는 것 같아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서명선 : 저희가 국가정책연구기관입니다. 그래서 여성개발원의 기관명칭은 법률에 정해져 있습니다. 저희가 공식적으로 바뀐 기관명칭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설립 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에서 저희 명칭이 바뀌어야 됩니다. 그래서 국회의원님들께서 올해 안에 그 법을 제정해 주겠다고 약속하셔서 내년부터는 저희가 바뀐 이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국회의원들이 워낙 바쁘셔서 법이 통과되지 않은 적도 있더라구요.

서명선 : 그럴까봐 저희가 열심히 국회에 다니면서 체크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83년도에 한국여성개발원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정책과 교육을 담당하는 국책연구기관으로 탄생했는데, 그동안의 성과랄까요, 자랑을 좀 해주시죠.

서명선 : 저희가 지난 24년 동안 많은 일을 했습니다. 여성관련 법, 제도들이 만들어지는 데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1988년에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됐고 94년에는 성폭력특별법, 97년에는 가정폭력방지법, 95년에는 여성발전기본법 등이 제정됐습니다. 이런 모든 법들을 제정하는 데에 여성개발원의 기초연구가 기본이 돼서 법제정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됨으로 인해서 그 이전에 관행적으로 사용돼 왔던 채용공고에서 여성의 경우는 용모단정 등의 조항이 빠지게 된 거죠. 이렇게 법정책에서 크게 기여해 왔구요. 또 당시에 여성개발원에서 탁아시설을 운영했습니다. 자체적으로. 그것을 시범운영해서 기업체나 관공서에서 일하는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교육도 시켜서 지금은 직장보육시설이 널리 확산됐는데요 저희의 시범사업이 이렇게 보육시설확장에서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직장 내 탁아시설의 선구자 역할을 하신 거군요 말하자면..

서명선 : 네, 그렇습니다.

박인규 : 여성개발원 안에 남자직원도 많이 있습니까?

서명선 : 제일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납니다. 남자 직원이 있지만 지금 현재 20% 정도 됩니다. 저희 생각에는 능력있는 남성박사님들을 많이 모시고 함께 연구하고 싶은데 저희 기관명칭에 '여성'자가 들어가선지 저희가 대우를 제대로 못해드려선지 남자 박사님들이 저희 기대나 욕심만큼 함께 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대개 여성개발원 하면 여성학 하시는 분들이 주로 계실 것 같은데 남성으로서 여성학 하시는 분들이 있나요?

서명선 : 그렇지 않습니다. 여성개발원은 여성문제에 대해서 연구하는 기관이긴 하지만 모든 분야에 걸쳐있는 게 여성분야기 때문에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하시는 분들이 함께 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성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연구하시는 분이 필요하구요, 여성공무원들 많은데 그들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행정학도 필요하고 여성경제활동 참여증대를 위해서는 경제학이나 재정학...

박인규 :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네요. 하긴 여성이 인류의 절반이니까.. 최근에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에서 성차별적인 단어가 꽤 많고 미디어에서도 남발된다. 그걸 좀 바꿔보자는 세미나를 하셨어요. 한 번 소개해 주시죠. 실제로 성차별적 의미를 담은 언어들이 많던가요?

서명선 : 저희가 짧은 기간에 방송과 신문에서 사용된 언어들을 모니터링 했는데 한 7500개 넘는 용어들이 저희 생각에는 성차별적이라고 생각돼서 지적하고 좀 다른 용어로 바꿔 쓰셨으면 좋겠다 하는 제안을 했습니다.

박인규 : 짧은 기간이라면 얼마나 됩니까?

서명선 : 3개월입니다.

박인규 : 3개월 동안 신문, 방송, 인터넷으로 7500개. 이걸 유형별로 나누셨다던데요. 설명을 좀 해주세요.

서명선 : 한 다섯 가지 정도입니다. 한 성을 가지고 모든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 있고. 스포츠맨, 형제애.

박인규 : 자매애라는 말은 안 쓴다..

서명선 :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고, 건국의 아버지.. 이런 용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특정 성을 비하하는 용어들도 참 많았구요. 예를 들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부엌때기라든가 주방아줌마. 그리고 아주 선정적으로 쓰이는 용어들. 여성을 여우, 남성을 늑대라고 한다든가. 요즘에 또 많이 쓰이는 용어는 쭉쭉빵빵.. 이런 게 있는데, 무심히 쓰시고 그것이 성차별적이라고 생각 안하실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은연중에 사용하는 그런 용어들에서 어린아이들은 남성과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배우게 되구요.

박인규 : 남성은 강하고 여성은 약하다든가..

서명선 : 그렇죠. 스스로 그런 것을 자꾸 학습시키게 돼서 결과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해서 그런 세미나를 했습니다.

박인규 : 세미나를 하시고 여성개발원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로 굉장히 논쟁이 심했다고 하던데요..

서명선 : 글쎄요. 바꾸는 게 가능할까요? 저희는 바꾸고 싶은데 남성 여러분께서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하거나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여성만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협조해 주시면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우리의 언어, 더 나아가서 우리의 의식이나 문화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예를 들며 미망인이라는 말은 남편이 죽었는데도 따라 죽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안 좋은 말인데 요즘 보면 잘 안 쓰는 것 같구요. 또 여류작가라든가 여류기자라는 말은 여자도 남자가 하는 걸 따라한다는 의미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도 성차별적인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그래도 많이 안 쓰는 것 같아요. 7500게 단어를 성차별적인 의미가 있는 낱말이다라고 제시하셨는데, 그렇다며 흔히 하는 말이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해라.. 어떻게 바꾸자고도 제안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서명선 : 아까 잠깐 말씀하셨는데 스포츠맨 같은 용어는 안 쓰지 않나 하셨는데, 외국에서는 그런 용어를 다 바꾸자는 지적이 오래 전에 있었고 지금 벌써 많이 바뀐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체어맨(chairman)은 chairperson으로. Fireman, policeman 같은 단어도 다 양성을 지칭하는 중성적 용어로 바꿔서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구태여 스포츠맨이라는 용어를 쓸 필요 없이 운동선수로 하면 되겠죠. 그리고 요즘 많이 쓰이고 있는 레이싱걸. 이 레이싱걸들이 어린 소녀들이 아닙니다. 그런데 하는 기능 때문에 그런지 아주 어리고 귀여운 이미지를 갖는 걸이라는 용어를 쓰는 걸 좋아하세요. 그런데 이 용어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그렇게 부르지 말고 레이싱모델로 불러달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레이싱모델 아니면 경주도우미. 이런 용어로 불러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또 제안하신 걸 보니까 친가는 아버지본가로 하고 외가는 어머니본가로 하자. 상당히 신선한 제안인 것 같은데요..

서명선 :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친가 하면 좀 더 살갑고 더 가까운 피붙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외가 하면 왠지 멀고. 그래서 그런 용어는 좀 지양하고 말씀하신 대로 아버지본가, 어머니본가 하든가.. 아니면 요즘 여성들이 흔히 사용하는 용어는 어느 동네 사시는 할머님.

박인규 : 어느 동네 사시는 할머니. 이건 무슨 뜻입니까?

서명선 : 지금 어디 살고 계십니까?

박인규 : 저는 일산에 삽니다.

서명선 : 친할머니가 일산에 사시면 일산할머니..

박인규 : 아, 지명으로..

서명선 : 예. 그러면 좀 더 편안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번 성차별적 언어를 바꾸자는 세미나를 하고 나서 언론에도 보도됐고 네티즌들 간에 논쟁이 있었는데, 성별에 따라서 반응이 약간 달랐을 것 같아요. 어떤 반응들이 나오던가요?

서명선 : 저희는 사실 여성개발원에서 일하면서 저희 연구가 이렇게 일반인 분들에게 큰 관심을 끌 줄 몰랐습니다. 한편으론 반갑기도 했는데 조금 걱정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희가 성차별적이라고 생각돼서 지적했는데 그런 용어 하나하나에 대해서 일반 남성들과 여성들 생각이 전부 다른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런 것에 대한 의사표시를 하기 위해서 저희 홈페이지에 찾아오셔서 열띤 논쟁을 벌이셔서 한때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분들 생각은 관행적으로 써오던 것인데 뭐가 나쁘냐, 그리고 남성과 여성은 다른데 그렇게 쓰이는 게 뭐가 나쁘냐고 생각하시는 면이 있습니다. 일부 맞는 면이 있지만 타고난 성의 특성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사회적 기능으로 봤을 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이 다른 것 같아서 저희가 논쟁할 거리가 너무 많아집니다.

박인규 : 예를 들면 현모양처 같은 경우도 그런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서명선 : 그렇죠. 지금 현재 상황을 어느 정도 표현해 주는 용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성의 사회적 기능이 굉장히 바뀌고 있고, 50% 이상의 여성이 사회에 나와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아직도 현모양처라는 용어를 너무 쓰시면 여성은 1차적으로 집안에서 일한다는 의식을 강조하게 되고, 그래서 걱정스러워서 지적했던 겁니다.

박인규 : 어쨌든 이번 세미나를 통해서 성차별적인 말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사회에 제기했고 상당한 논란을 점화시키셨는데 논쟁을 시작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하나하나 바꿔 나가야 될 텐데, 앞으로 어떤 식으로 계속 이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신가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서명선 : 용어 자체에 성차별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걸 일단 홍보를 열심히 할 생각이구요. 그러면 그런 성차별적 용어를 어떤 조화롭고 좀 더 아름다운 우리말로 대체해 나갈 것인가 하는 건 좀 더 널리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일인 것 같아서 저희 혼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 이런 기관들과 협조해서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박인규 : 최근 국립국어원에서 어려운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도 하던데, 일주일에 하나씩 올려서 아이디어도 공모하면 할 수 있겠네요.

서명선 :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은 아이디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박인규 : 지금부터는 지난 30년간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얼마나 향상됐는지, 진정한 양성평등을 위해서 뭐가 더 필요한지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서명선 원장께서는 대학시절부터 따지면 한 30년 이상 여성분야 일을 해오셨는데 30년 동안 그래도 여성의 지위가 많이 올라갔다고 할 수 있죠?

서명선 : 네. 많이 향상됐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성을 위한 법이나 제도, 정보기구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제가 한두 달 전에 감지중국이라고 중국에서 오신 언론인 분들과 한국 언론인들이 함께하는 세미나를 갔는데 제가 약간 의외라고 본 것은, 한국 참가자들 중에는 여자 분이 한 분도 없었고 중국에서 오신 분들은 고위언론직에 계신 여성분이 네 분인가 있더라구요. 우리나라가 정계나 공무원, 기업에서 여성들이 많은 일을 하지만 고위직 진출에서는 아직도 뒤진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데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 보면 어떻습니까?

서명선 : 말씀하신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조금 형편이 다르죠. 사회주의 국가라 여성의 참여가 활발하고 고위직에도 상당히 많은 여성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경제발전 정도에 비춰서 여성의 지위가 아직도 좀 열악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한 50% 정도 됩니다. 굉장히 낮은 비율이죠. OECD국가 중에서 하위. 특히 대졸여성, 고급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OECD국가 중 최하위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이 여성들이 30세 전후가 되면 노동시장에서 퇴출한다는 겁니다. 결혼, 출산, 육아.. 이 시기가 되면 노동시장에서 퇴출해서 가정으로 들어갔다가 40세 이후가 되면 다시 노동시장으로 나오게 되는데 물론 그때 다시 진입하게 되는 노동시장은 조건이 좀 더 열악하죠. 저임금, 단순노동인 경우가 많습니다. 더 중요한 건 대졸, 고급여성인력의 경우 취업유형이 M자를 그리지 않고 L자를 그립니다. 한 번 들어가면 가정으로 돌아가면 다시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많은 돈을 들여서 대학까지 공부시킨 유능한 인력들이 그냥 사장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대졸여성의 사회진출이 OECD국가 중에서 최하위라면 사실 여성개발을 한 의의가 없네요. 어쨌든 그런 분들이 역할을 하도록 해야 되는데, 앞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되면 그런 분들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방안을 만드는 것도 상당히 큰 숙제가 될 것 같네요.

서명선 : 네. 가장 큰 숙제입니다. 요즘에는 명시적으로 결혼하거나 아기를 낳으면 그만두라고 얘기하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출산하면 자녀 키우고 직장생활 하는 게 너무 어렵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형편이 되는 여성들은 가정에 돌아가서 다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여성가족부에서도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보육사업입니다. 아기 낳으시면 사회가 키워주겠다. 부모님들이 조금 더 열심히 직장생활에 전념하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여성가족부의 방침이고 한국여성개발원에서는 그런 정책을 열심히 뒷바라지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제 경험에서 나온 얘깁니다만... 양성평등을 얘기할 때, 치졸한 발상이긴 하지만 여자들은 왜 군대 안 가냐는 얘기도 나오고. 회사 같은 데서는 야근을 하면, 어떻게 보면 배려를 해주는 건데 여자들을 어떻게 야근을 시키냐는 얘기도 나오는데....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일해야 양성평등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 남성들도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명선 : 여성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되겠죠. 남성과 똑같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같은 직장에서 일할 때 좀 힘들거나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때 아직도 피하는 여성들이 있는 게 사실인가 봅니다. 남성분들이 그런 불평을 많이 하세요. 그런데 이제 여성들의 교육수준도 높아지고 그에 따라 의식도 변화되면서 그런 여성들도 점차 줄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군대문제는 굉장히 미묘한 문제라서 그 얘기 나오면 아주 어렵습니다. 이 문제도 저희가 사실 좀 다시 생각해 봐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군대라는 것이 예전처럼 남성의 힘이라든가.. 어떻게 말씀드려야 될지 모르겠지만 컴퓨터 가 도입되면서 작전이나 전쟁방식도 달라지고...

박인규 : 남성의 근육이 힘이 많이 필요없어져 가고 있다..

서명선 :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국방을 위해서 기여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어떤 측면에서 저희는 군대라는 것도 직장의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성들이 평화를 위해서 일하고 있고 우리가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군대가 지금 완전히 없어질 수 없는 조직이라면 여성들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되고 얼마든지 그런 길이 열려있는 사회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여성개발원장 되신지 2년 반 되셨고 임기가 한 6개월 남으셨는데, 그동안 해놓고 가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죠.

서명선 : 한국여성개발원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으로 기관명칭을 바꾸고 새롭게 거듭납니다. 여성정책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 저희가 조금 더 큰 관심을 가지겠습니다. 그리고 남성들의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겠습니다. 이렇게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남성들도 분명히 편안하지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퇴직한 중년기 남성들.. 더 큰 문제를 갖고 계실 텐데요. 왜냐하면 가족의 생계는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아직 남아있어서요. 그래서 그런 남성에 대한 문제도 저희가 많이 찾아내고 연구해서 좋은 정책을 개발해 내서 제안하고자 합니다.

박인규 :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의지하며 살 수 있는 사회가 올 때까지 계속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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