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위기에 몰렸던 한글과 컴퓨터를 살려내면서 벤처기업의 스타 CEO로 이름을 날렸던 전하진 사장.
그러나, 2000년 들어서면서 계속된 적자와 경영권 분쟁 등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숱한 사연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전하진 사장은 과거의 뼈아픈 경험을 토대로 벤처인들의 해외진출을 돕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재기에 성공했고, 국내 벤처기술의 글로벌화를 위해 뛰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벤처 1세대 기업인으로 살아온 지난 20여년 간의 경험을 담아 <대한민국을 버려라> 는 책을 출간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인케코퍼레이션의 전하진 대표를 초대해서 <대한민국을 버려라>을 통해서 그가 주장하고 있는 벤처기업 경영의 지침은 무엇인지, 성공과 시련을 반복해온 벤처 1세대 기업인으로 국내 벤처기업의 성공을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인케코퍼레이션의 전하진 대표입니다.
전하진 대표는 1958년 서울 출생으로 인하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픽셀시스템대표, 레가시대표, 지오이월드대표,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 네띠앙 대표이사, 연변과학기술대학 석좌교수 등을 지냈으며 현재, 벤처기업협회(KOVA) 부회장, 인케코퍼레이션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최근에 <대한민국을 버려라>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상당히 제목 자체가 도전적인데 어떤 내용입니까?
전하진 : 제목을 붙이는 데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한 50년 동안 인류 역사상 가장 괄목할 만한 압축성장을 한 나라인데, 그런 성장이 얼마 전부터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이고 희망보다는 좌절과 절망이 앞서는 시기를 지금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 더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던 걸 딱 없앤 상태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는 차원에서 제목을 그렇게 붙였습니다.
박인규 : 어떤 동기로 이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전하진 : 우리 산업사회가 참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선배님들께서 50년 당시에 GDP 100불도 안 되던 나라가 100배 이상 성장했고, 굉장히 큰 성공을 했다고 저는 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감사드리고 있고. 하지만 저희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거라곤 인적 자원밖에 없는데 과거 우리 선배님들은 참 근면하고 성실하게 해외 공장이든 탄광이든 전쟁터든, 국내에서도 공장에서 많은 피와 땀을 흘리면서 업적을 달성했는데, 중요한 건 미래의 대한민국을 짊어질 인적자원은 과연 어떤 자원이냐. 역시 지금도 우리가 갖고 있는 건 인적자원 뿐이다. 그렇다면 그 인적자원이 과연 근면하고 성실한 선배님들과 같은 자원으로 미래를 책임질 수 잇는가, 많은 분들이 아니라고 얘기하거든요. 아주 창조적인 부가가치, 창조적인 분들이 우리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98년도에 우리를 즐겁게 해줬던 박세리 선수 같은 분이 LPGA에서 우승을 하면서 많은 골퍼들이 생겼고 지금 그 후배들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습니다. 한류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이런 창조적인 인적자원이 필요한데, 그럼 이런 인적자원이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 것이며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활성화 시킬 수 있을까. 사실 정부나 사회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산업이 벤처산업입니다. 벤처산업을 통해서 많은 시행착오 가운데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으로서 벤처산업을 얘기하고 있고 지금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벤처산업 뿐만 아니고 모든 산업, 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제는 창조적인 부가가치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런 인프라에는 아직 좀 미흡한 게 아니냐. 이것이 고속도로를 까는, 대규모 건설을 하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고 우리 머릿속에 있는 동기와 창조적인 열정을 도출해 내는 인프라기 때문에 정치가들이 봤을 때는 별로 재미없는 정책일 수 있다.
박인규 : 사실 6,70년대 경제개발을 할 때 뛰시던 우리 선배들도 그 당시에는 창조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에 세상에 맞는 창조적인 것이 필요한데, 그 창조적이라는 것의 구체적인 내용, 지금 대한민국에서 요구하는 창조적인 리더란 무엇인지, 또 그걸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전하진 : 제가 보기에는 과거의 선배님들의 창조적인 노력은 일단 공급이 수요보다는 우선적인 시대였기 때문에, 그땐 만들어내는 게 중요했고 어떻게 잘 만드느냐가 중요했고 좀 더 생산성 있게 만드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그런 나름대로의 창조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수요 위주의 사회기 때문에 만드는 것만 갖고는 안 된다는 거죠. 그러면 정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아픔이 필요한, 그 아픔을 인정해 주고 어떻게 우리가 배려할 것이냐. 또 창조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보상을 해줄 것이냐. 이런 부분들이 결국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잠재하고 있는 창조력을 분출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것들이 굉장히 미흡하다고 보는 거죠.
박인규 : 창조적인 리더가 혼자만의 노력은 아니고 사회가 그런 사람들을 알아보고 키워주는 인프라가 필요한데 그렇지 않다. 어떤 면에서 그렇지가 않습니까?
전하진 : 우선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적인 다양성. 그리고 좁혀서 벤처산업을 바라보면, 벤처산업이 결국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엉뚱한 시도를 통해서 사회적인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거거든요. 모험을 해보는 거죠. 과거에 한참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새로운 기술, 그때 인터넷 전화. 전화를 공짜로 쓰게 해주는 이런 발상은 7,8년이 지나서 지금 '스카이프'라는 세계적인 회사가 얼마 전에 이베이에 몇 억 불에 팔렸죠. 이미 인터넷 전화는 생활이 돼가고 있습니다. 그 당시 굉장히 엉뚱하고 어떤 분들은 미친 소리 아니냐고 했던 일들이 지금은 생활이 됐고.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IPTV 같은 것도 기술적으로 봤을 때는 라디오나 TV라는 개념이 없어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것이 과거의 산업사회 패러다임으로 그게 방송이냐 통신이냐 하는 영역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창조를 위해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는데 그 시행착오가 다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성공하지 않는 시행착오들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 단지 실패한 것 또는 사기 친 것으로 바라볼 것이냐, 아니면 그런 수많은 실패 속에서 하나의 창조가 탄생하는 거니까 그것을 창조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이해할 것이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벤처는 95% 망한다고 하는데 그 망하는 95%에 대해서 전혀 대책이 없어요. 과거에 벤처 붐이 불면서 많은 대학의 석박사들이 정부에서 돈을 지원해 주면서 창업을 하라고 시켰는데 기존 사회질서 속에서 회사가 잘못돼서 망해서 가정이 파탄난 분들도 많거든요. 그 분들이 경험했던 쓰라린 고통들은 후배들이 굉장히 귀담아 들어야 될 경험치들인데 이런 것들이 다 사장되고 있다. 그래서 좀 더 창조적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패의 경험을 비싸게 사주는 인프라가 필요하고, 사회도 그런 실패에 대하서 정말로 따뜻한 생각을 가져야 된다는 거죠.
박인규 : 실패는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성공을 위한 시행착오 중 하나고 성공을 위한 밑거름일 수도 있는데 우리 사회에 실패에 대해서 너무 냉혹하다.
전하진 : 아주 냉혹하죠. 예를 들어서 국가대표팀의 아드보가트 감독한테 감독을 맡기면서 만약에 당신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면 이런 보상을 해줄게. 그렇지만 만약에 잘못했을 때는 그동안 국가대표팀을 유지했던 유지비용을 당신이 전부 책임져라. 그렇게 한다면 어느 감독이 국가대표를 맡겠습니까.. 지금의 기업의 현실은 모든 책임을 대표이사나 임원들에게 맡기는 구조입니다. 그것이 기술보증이나 여러 가지 겉으로 나타나는 것들은 있지만 실제로 보면 인적보증을 다 하게 돼있고 투자자들도 당신이 잘못했다는 얘길 하거든요. 이제는 투자자나 기업가나 전부 책임을 같이 나누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일각에서는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까지, 다는 아니겠지만 많은 벤처기업인들이 기술개발보다는 머니게임이랄까요, 갑자기 들어온 돈을 가지고 성실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비판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전하진 : 물론 그런 부분이 있었다고 봅니다. 사실 벤처산업의 역사가 10년 남짓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당시 투자자들도 참 묻지마 투자를 했고, 기업가들도 이런 거 한번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갖고 시작했고. 그런데 대부분 실패했죠. 그러니까 95%의 실패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만약 로또복권을 산다면 그걸 사면서 나는 될것이다라는 가능성을 갖고 사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투자를 하시면서 이건 반드시 될거라는 생각으로 투자했겠죠. 그런데 이제는 그런 생각에서 투자자들도 벗어나야 된다. 95% 망한다는 것을 인식하셔야 된다. 또 기업가도 망할 것에 대비해야 된다. 나는 성공할 수 있다는 너무 자만심에 빠져서는 안 된다. 준비하지 않으면 정말 힘든 고통의 세월을 보낼 수 있다. 이런 걸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회도 정말 도덕적으로 문제없는, 게임에서 진 기업가한테 이번엔 왜 졌고 다음에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같이 데이터를 축적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다시 <대한민국을 버려라>라는 책으로 돌아가면 우리가 벤처기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만큼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다. 적응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신데, 대한민국이 엄청나게 빨리 변하고 있는 세계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몇 가지 있다. 키워드로 정리하신 것 같은데 말씀해 주시죠.
전하진 : 일단 벤처산업을 바라보는 시각 중 한 가지 잘못된 것이, 벤처산업이 미래의 동력이라고 얘기했는데 그렇다고 벤처산업이 기존 산업을 전부 간과한 상태에서 벤처산업만이 오로지 미래의 동력이라고 얘기하는 건 굉장히 잘못된 겁니다. 벤처산업은 상당히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지만 이 새로운 부가가치는 기존 산업의 활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실제로 삼성의 휴대폰이 세계적으로 굉장히 유명하고 잘 팔리는데, 삼성의 휴대폰에는 상당히 많은 요소들이 벤처산업으로 인해서 만들어진 것들이 많거든요. 예를 들어 카메라 칩셋 같은 것들은 기존에 대기업 연구소에서 이런 걸 왜 만드냐, 휴대폰에 무슨 카메라 칩이 필요하냐고 얘기했던 것이 독립을 해서 그 칩을 만들어서 지금은 휴대폰 안의 카메라칩이 이미 기본이 됐죠. 그와 마찬가지로 많은 벤처산업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만들어진 부가가치는 기존 산업에 활력을 주고 그 산업과 접목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벤처산업은 기존 산업과 같이 동반성장하는 산업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려면 기존 산업에서 벤처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도 굉장히 활성화 돼야 한다. 그런데 과거 정부에서는 벤처산업이 미래산업이기 때문에 벤처산업은 건드리지 마라 이런 전략을 폈거든요. 그래서 대기업이 벤처산업에 투자를 못하게 한다든지, 그게 저는 참 아쉬웠어요. 지금도 벤처산업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었을 때 이것이 접목돼서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대기업이나 이런 쪽으로 회사를 팔거나 기술을 전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벤처산업들이 활성화되기 우해서 제일 중요한 건 아까 말씀드린 대로 창조적인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거구요. 두 번째로는 창조라는 건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한데 그 시행착오를 위해서는 제도가 단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같이 얼기설기 복잡한 제도 안에서는 그런 창조력을 활성화시킬 수 없다. 예를 들어 바둑은 룰이 굉장히 간단하지만 수는 엄청나게 많이 있죠. 그래서 제도가 참 단순하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것. 세 번째로는 아까 말씀드렸지만 실패라는 것이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할 때 약 천 번의 실패를 했는데, 당신은 천 번의 실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했더니 '나는 전구가 안 만들어지는 방법 천 가지를 발견한 것이지 실패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런 얘길 했다고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제도도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더하기 1은 2라고 가르치는 이런 교육제도에서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교육제도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구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산업적인 불황이나 직업이 없어서 어려워하는 부분은 결국 한국 내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상당부분은 수출에 의해서 먹고 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수출보다는 해외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나누는 하나의 동반자적인 시각이 굉장히 절실한 때 아니냐. 이미 한민족은 세계방방곡곡에서 나름대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것을 받아들이고 한국의 젊은이들이 해외에 나가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걸 서포트해주고 칭찬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서.. 거꾸로는 한국에도 많은 이민족들이 들어와서 같이 살 수 있는... 이미 국제결혼이 13%가 넘었고, 농촌지역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들어와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에 있는 분들이 많이 들어오고 우리도 해외로 나가서 많은 역할을 해서 세계 속의 한민족으로 거듭 태어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급변하는 세계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벤처산업은 물론 모든 것에 대한 사고방식의 혁명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인케코퍼레이션이라는 기업을 작년에 시작하신 걸로 압니다. 인케라는 말이 생소하기도 하고, 어떤 기업입니까?
전하진 : 인케라는 이름은 벤처기업협회에서 2000년부터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는 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의 영어이름입니다.
박인규 : 전 세계의 벤처기업이 묶여 있는..
전하진 : 그런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있죠. 현재 20개국 28개 지역에 저희 챕터가 있고 매년 두 번씩 모임을 통해서 각 나라의 현황을 파악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서울에서, 봄에는 매년 정해서 현안이 있는 해외 지역에서 모임을 갖고 있죠. 올해는 모스크바에서 했고 내년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품푸르에서 합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각국에 퍼져있는 한민족기업인을 거점으로 해서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그 나라로 나간다..
전하진 : 그런 전략입니다. 코트라나 종합상사 등 여러 모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인케를 굳이 다시 만든 이유는 과거와 같은 사업방법과는 조금 다른 방법들이 필요하지 않았나. 과거에는 우리가 수출, 물건을 잘 만들어 파는 장사를 한 겁니다. 물건을 파는 것과 동업을 하는 건 굉장히 다른 얘기거든요. 지금은 우리 벤처기업이나 국내기업들이 이제는 수출하는 시대를 지나서 그 분들과 함께 동업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동업은 물건을 사고 파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게임이다. 동업자와의 신뢰관계가 가장 우선돼야 되는 내용인데 지금 벤처기업들과 우리 국가가 갖고 있는 신뢰를 좀 더 개선해 가면서 현지의 파트너들과 국내 벤처기업들이 정말 신뢰관계 속에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보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회사입니다.
박인규 : 아직 좀 성급한 질문이긴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해외진출을 도와서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까?
전하진 : 이 해외 파트너들과 신뢰관계를 갖는 것이.. 우리도 비즈니스를 위해서 대학교육과정도 가보고 동창회도 가보고 협회활동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신뢰관계를 구축하는데 해외 파트너들과 어쩌다 한 번 만나서 신뢰관계를 구축한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거든요. 상당히 장기적인 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케도 이미 5,6년 활동하면서 신뢰관계를 구축해 가고 있고. 그 가운데 현지에 있는 주요 파트너들과 계속 만남을 통해서 한국에 있는 벤처기업들과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좋은 비즈니스를 그들과 함께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짧긴 하지만 1년을 해보시면서 외국에 나가 봤더니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한국의 벤처기업이나 기업의 브랜드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고, 그런 걸 올리기 위해서 이런 게 필요하겠다는 전략 같은게 생겼을 것 같은데요..
전하진 : 사실 저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해외에 알려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계 10위권 경제라고 하지만 지구 전체 GDP총량에 비교해 보면 1% 남짓 밖에 안 되거든요. 중요한 건 이너서클, 그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분들과 우리가 얼마나 친분관계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 분들한테 인정받는 것. 국내에서도 많은 얘기들이 떠돌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그 분야에서 오피니언 리더를 하는 이너서클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제가 한 5년 전에 유럽의 '에뜨레'라는 IT분야 컨퍼런스를 갔는데 거기 계신 분들은 한국이 어떤 게 발전했다는 걸 잘 모르고 계세요. IT기술에 대해서도. 언론에서도 우리가 너무 밖에 알려진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제로 종사하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한테는 한국에 정말 친구가 있어야 됩니다.
박인규 : 우리의 실력을 알리는 게 필요하군요.
전하진 : 네 그 부분이 굉장히 떨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몇 년 전 얘깁니다만 월드이코노미 포럼에 그당시 우리나라 부총리께서 키노트스피치를 하기로 돼 있었는데 국내 사정으로 불참을 해서 현지의 많은 외국인들에게 약속을 어기는 사례도 흔히 있거든요. 그런 이너서클에서의 활동이 너무나 미흡하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해야 될 일 중 하나가 그런 것을 더 강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개인적인 질문 한 가지 해보겠습니다. 20년 가까이 CEO를 해오셨는데 때이르긴 하지만 본인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성공한 CEO라고 자부할 수 있는지, 자평을 해주신다면..
전하진 : 성공했다고 보기보다는, 일단 제가 하고 있는 일에 굉장히 만족하고 살고 있습니다. 물론 지난 5년간이 제 삶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긴 한데, 또 그 어려움이 저한테 준 교훈도 많고, 그 어려움 때문에 앞으로 굉장히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성공이라는 게,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고.. 제 삶을 제가 살고 가는 거니까 제 자신이 삶을 얼마나 만족하게 설계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고 가느냐. 이게 제 나름대로 성공의 의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힘들어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 입사시험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들어가도 별로 재미 없으니까 웬만큼 아이디어가 있으면 창업을 해서 CEO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20년 이상 해오신 경험으로 이른바 벤처기업을 하려면 최소한 이정도의 덕목이 없으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조언해 주시죠.
전하진 : 첫 번째가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실패하든 어려워지든 주변에서 신뢰를 잃으면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남들이 말하는 성공을 했다고 해도 신뢰받지 못하면 결국 물거품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그런 신뢰를 쌓는 교육을 너무나 귀중하게 생각해야 되는데 그런 것들이 굉장히 미흡하지 않나 생각하구요. 비단 벤처기업뿐만 아니고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자기분야에서 정말로 장인이 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비단 한국시장과 대한민국이 아니고 정말 이 넓은 세상에서 자기가 갖고 있는 역할을 충분히 활용해서 아프리카에서 장관도 나오고. 이번에 UN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이 되셨는데 한국에서의 반응이 너무 무덤덤하지 않는가. 그런 분들을 칭찬하고 존경하고, 그래서 어느 나라에 가서도 그곳의 일꾼이 되고 그곳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많이 좀 나왔으면 하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신뢰와 실력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신뢰와 실력을 높이는 데 계속 기여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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