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대통령이 당을 정책에 관한 한 무뇌 정당 내지는 반신불수 정당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대통령은 조그마한 정책도 당이 이니셔티브를 갖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당의 중심인물을 자꾸 각료로 데려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근태 의장이 창당 실패의 원인을 당정분리에 맞춘 것과 외형상으로는 다르나 사실상 같은 맥락이다.
이 전 의장은 그러나 정계개편 논의나 통합신당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우리당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미로 사실상의 탈당 의사 표현이다. 창당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이 전 의장의 이같은 선언이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盧 당 개입, 점점 어려운 방향으로 가는구나"
이 전 의장은 1일 보도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개계편, 신당 논의는 당에 맡겨 놓으면 당과 대통령이 결별하는 모습을 안보이고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 정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은 북핵 등 외교안보, 통일 문제, 그리고 한미 FTA 협상 등 경제문제, 노사정 대타협 유도 같은 문제에 전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전 의장은 또한 노 대통령이 '지역주의 회귀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은'내가 하는 정당만이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정당'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며 "앞으로 어떤 형태의 신당이든 지역주의 오너가 없어진 정당"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는 인사들이 통합신당에 같이 합류해서 지역주의 정당으로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의장은 또 노 대통령이 지난해까지 탈당을 거론하다가 지금은 열린우리당 평당원으로 남겠다고 입장을 바꾼 데 대해서는 "탈당 얘기를 할 때는 당에 대한 영향력을 많이 유지하고 있어서 그 말의 효과가 발휘될 때였는데 지금은 그런게 먹히지 않게 되니까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라고 깎아내렸다.
이어 "최근 특보단 임명 등을 보면 이제는 오히려 당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개입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이 되면서 '점점 어려운 방향으로 가는구나' 하는 느낌"이라고 우려했다.
이 전 의장은 "친노 직계 의원들은 '당 사수'를 이야기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세의 흐름을 거역하면 흔적도 없어진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고집"이라고 일축했다.
"열린우리당, 독선과 아집으로 실패했다"
이 전 의장은 "창당을 제일 먼저 제창했던 사람 중 하나로서 우리당이 국민 지지를 잃고 저 지경이 난 것에 대해 큰 책임을 느낀다"며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전 의장은 "우리 외에 다른 사람들은 옳지 않고 우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옳지 않다는 식, 민주화·통일운동을 한 사람들만 민족을 사랑할 자격이 있고 반대편에 있거나 직접 참여를 안한 사람들은 옳지 않다는 식의 독선이나 아집 같은 것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화운동이 벌어질 때 앞에 나서지 못하고 뒤에서 눈물 흘리면서 소리 안나게 박수 치고 했던 사람들, 통일운동에서 국가보안법이 겁나 나서지 못했지만 속에서 박수쳤던 사람들을 주인이 아니라 손님처럼 취급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전 의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선 "북핵 등 민족사 최대의 위기 앞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내부 분열"이라며 "오는 8일쯤 국민통합과 이념타협을 과제로 삼는 정치권 밖 단체를 출범시킬 계획"이라며 당분간 정계와 거리를 둘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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