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대통령 직속 하에 한-미 FTA 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적극 대응의 의지를 표명한 셈입니다.
시사 주간지 <한겨레 21>은 이번 호 판 전체를 "한미 FTA, 당신의 운명"이라는 제목으로 기획했습니다. 작심하고 만든 특별호입니다.
<한겨레 21>의 편집장은 고경태 기자입니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논단이나 기타 기사를 보내달라고 전화를 걸었던 '꼬마 기자'였는데, 세월이 흐르니 이제 편집장까지 되었습니다. 몸은 호리호리한 채 키는 비쩍 큰 친구가 <한겨레 21>에 유머와 풍자, 그리고 재미를 더욱 더하고 있습니다.
그는 "만리재에서"라는 편집장 칼럼을 통해 한미 FTA는 밥을 둘러싼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 밥과는 다른 의미로 우리식의 표현을 동원하여 "한미 FTA, 너는 내 밥이야"라고 시비걸고 문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쉽게 풀어서 국민 대중 모두가 한미 FTA를 제대로 파악하고 짚어내야 한다는 겁니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길윤형 기자가 쓴 "시사 넌센스"라는 칼럼에 붙은 소제목들도 재미있습니다. 한미 FTA 특별호를 빗대어 "자~아!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라고 너스레를 떱니다. 젊은 언론인들의 문제의식이 신선한 감각으로 다가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풍자도 흥미롭습니다.
국정홍보처의 FTA 홍보물을 패러디 한 것도 있습니다. "FTA는 세계적 뻘짓으로 나가기 위한 우리의 선택, 세계 앞에 더 뻘스러운 대한민국이 달려갑니다." 패러디 영상물 아래 제작처 표기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뻘짓 홍보처."
배우 오지혜는 자신의 인터뷰 칼럼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에서 "최민식 선배, 오해해서 미안해요"라는 제목으로 스크린 쿼터 축소, 한미 FTA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습니다. 배우 최민식이 집회에 앞장 서는 것을 보면서 "아, 저건 오버다"라고 했던 것이 얼마나 잘못된 판단이었는가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한 TV 인터뷰 프로그램에 나와 그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진정성과 논리에 대해 감동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오지혜는 최민식에게 "언제 이렇게 빡세게 `학습'이 됐지? `배후'가 누구야?"하고 묻습니다. 이에 그는 "열 받아 공부 많이 했다"며 "소중한 자산 하나하나가 영혼에 축적되고 있다"라고 합니다.
<한미 FTA 국민보고서>를 낸 출판사 <그린비>는 무려 728쪽이나 되는 보고물을 꼬박 열흘을 밤을 새우다시피 하여 만든 이야기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큰 기획기사에서부터 작은 칼럼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광고를 포함해서 한미 FTA 이야기로 꽉 채운 이번 호 <한겨레 21>은 한미 FTA 교과서라고 할만 합니다.
물론 찬성론자들의 주장과 기고도 실려 있습니다. 그러기에 서로 비교해가면서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 읽는 맛도 괜찮을 겁니다.
이거 3000원밖에 안 합니다. 음, 그런데 웬 난데없이 <한겨레 21> 홍보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거기 제 사진도 나와 있거든요.^^ 아주 큼지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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